최근 새롭게 타게 된 시내버스가 있다.
늘 타던 버스를 떠나, 새로운 버스를 알게 된 것이다.
그 버스는 여태껏 내가 타던 시내버스와는 다른 길로 다녔다.
이전에 타던 버스는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8차선을 부지런히 다녔다면
새롭게 알게 된 이 버스는
나무가 울창한 길을 지난다.
낮에는 알지 못했다. 그 버스가 잎이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풍성한 나뭇길로 지나다닌 다는 것을.
늦은 저녁 사람 가득한 버스 속에서 겨우 찾은 자리에 털썩 앉았을 때.
풀 냄새가 났다.
버스에서 풀 냄새가 가득 나다니.
그때, 버스의 열린 창 틈으로 제멋대로 튀어나와 자라 있는 나뭇가지와 잎들이
달리는 버스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랬구나.
버스는 풀들을 지나쳐 왔구나.
풀 냄새를 데려왔구나.
8차선 도로에서 저 멀리 떨어진 플라타너스 나무들만 바라보다가,
창문 곁에 물씬 나는 풀 냄새를 맡으며 집으로 가는 길.
나무 같은 버스. 숲 같은 버스.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