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불안을 분석하는 날
어제 하루, 갑자기 불안이 올라왔다.
해야 할 일들은 선명한데, 그 모든 것들이 너무 멀리 느껴졌다.
생각은 앞서 달리고, 현실은 그 자리에 멈춘 것 같았다.
마침, 오랫동안 힘이 되어주신 선생님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약속은 미리 잡아 두었고, 몸은 조금 무거웠지만, 마음을 내어 길을 나섰다.
선생님은 곧 고향으로 내려가 노후를 보내실 예정이다.
크게 돈을 들이지 않으셨지만, 좋은 조건으로 여러 채의 독채 펜션이 있는 땅과 산을 구입하셨다고 했다. 물론, 시골 생활은 쉽지 않으실 거다. 본인도 알고 계시기 때문에, 천천히 하나씩 실행하셨고, 결국 이렇게 실제 현실을 이루셨다.
꽤 긴 시간 준비해 오신 선생님의 귀향은 이제 현실이 된 것이다.
'참, 잘 되셨다.' 진심으로 기쁜 마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안의 불안은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따뜻한 목소리로 '잘하고 있다' 라며 격려해 주셨는데,
마음 한편은 여전히 무겁고 흔들렸다.
나는 그 감정을 억누르지 않기로 했다.
'왜 나는 이 말을 듣고도 괜찮지 않은 거지?' 하고 자책하지 않기로 하고, 내 마음을 바라봤다.
돌아오는 길,
"그래. 오늘도 불안하구나.
괜찮아.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괜찮아"
어제 나는 그 불안을 지켜보고, 다독여 줬다.
오늘은 선거날이라 출근을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9시에 몸을 일으켜, 남편과 투표를 하고 왔다.
남편은 점심을 먹고 회사에 출근을 했고,
나는 가만히 방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어제의 불안이 여전히 나에게 남아있는지...
오늘은 어제처럼 가슴과 팔에 느껴지는 압박감이 없다.
다행이다.
내 목표를 생각하며 로드맵을 그려봤다.
지금부터 12월까지, 내년, 내후년까지.. 할 일을 정리해 봤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구나 vs 이만큼이나 했구나
기분 좋을 때, 기분 나쁠 때 교차되는 마음들이다.
오늘은 중간정도,
이만큼 했고, 아직도 할 일이 남아있지만, 그래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목표도 없고, 기대도 없어서 그 무력감에 불안조차 없었다.
그리고, 힘들 때 기댈 사람도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듯 살았던 시간이 기억났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있고, 내가 가고 싶은 길이 있고,
마음속 이야기를 툭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생기고,
나에게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조언해 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센터를 준비하고, 공부를 이어가고, 사람들에게 닿고 싶은 콘텐츠를 매일 고민한다.
그 방향이 분명해질수록 그걸 아직 이루지 못한 나와의 간극이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다가오는 거다.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 내가 불안했구나"
오늘은
어제의 불안을 조용히 분석해 보는 날이다.
그리고 마음속에 차분하게 적어본다.
나는 지금, 불안할 만큼 분명한 방향을 가진 사람이다.
그 사실이, 오늘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