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부터 감정을 중심에 두고 아이를 바라보는 교육 방식을 고수해 왔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도 그랬다.
어린아이들과는 파닉스를 바로 시작하지 않고, 영어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며,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언어에 노출되도록 도왔다. 이 방식은 처음에는 느린 듯 보였지만, 아이들은 결국 스스로 책을 읽는 습관은 물론 주의력과 집중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보여줬다. 물론, 속도를 중시하는 현실에서, 이런 접근은 때때로 불안함과 마주하게 한다. 부모님들은 조급함을 느끼고, 무언가 빠르게 되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정답과 결과를 우선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일반적인 속도에 맞추기보다 아이들마다 다른 '아이의 리듬'을 따르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조금 더 천천히 자라는 아이들, 시간과 기다림이 더 필요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말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말보다 먼저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외부에 표현하지 않고, 내부에 그대로 쌓아놓으면서 실제 세상에서는 무기력하거나 위축되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한 아이가 어느 날 반복적으로 "안돼!"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최근 들어 아이가 보이는 문제 행동 중에 하나이다. 안돼!라는 말은 아마도 아이가 오랫동안 익숙하게 들어온 말이었을 것이다. 아이는 그동안 반복적으로 들었던 이 말을 이제는 자신이 말할 차례인 것처럼, 보상이라도 받는 듯한 얼굴로 즐겁게 외쳤다.
나는 그 아이가 "안돼!"라고 소리칠 때마다 즉각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아이의 표정을 바라보며 내 표정을 읽을 수 있도록 조용히 기다렸다.
아이들은 모두 '잘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제각기 다르다.
특히 발달이 느린 아이들은 정서가 안정되지 않으면 인지적인 활동조차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이럴 때 무작정 훈육하건, 반복 학습을 강조하는 방식은 아이가 감정을 숨기고, 실수를 피하고, 결국에는 학습 자체를 불안과 연결 짓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정서 기반을 먼저 다지고 난 뒤, 그 위에 인지적인 학습을 천천히 얹는 방식을 선호한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는 실수에도 회피하지 않고, 다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힘을 조금씩 갖게 된다.
이 힘은 빠르게 생기지 않기에, 결국 '기다림'이 필요하다.
또 다른 아이는 디지털 기반의 학습 환경에 익숙해 있었다.
연필과 종이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틀린 답을 기입한 아이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볼까?"라고 말하니, 아이는 고민 없이 자신의 답을 지우고, 다른 답을 골라 동그라미를 쳤다. 왜 틀렸는지에 대한 질문이나 망설임 없이 건너뛴 채, 단지 '틀렸다는 상황'을 피해버리고 있었다.
이 두 아이는 전혀 달라 보일 수 있지만, 그들 모두에게서 나는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나를 혼내지 말고, 너무 빨리 이끌지도 말고, 그냥 조금만 더 오래, 내 마음을 바라봐 주세요."
정답보다 감정의 안정이 먼저일 때가 있고, 속도보다 아이에게 맞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인지학습에서는 인지 기능의 약점을 평가하고 단계적이고 구조화된 전략을 통해 기능을 향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개입도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과제에 몰입할 수 있는 상태일 때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감정이 흔들리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은 아이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정답을 찾기 전에 아이의 마음을 먼저 바라보고, 정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부드러운 방향을 함께 세워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감정은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의 기다림에서 표현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