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1살 아이 엄마이다.
늘 책을 들고 다니면서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차를 타고 가는 도중, 잠깐잠깐씩 빈 시간이 생기면 스마트폰 대신 책을 읽는 아이, 무엇인가 아이디어가 생각이 나면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실제 만들어보면서 스스로 재미를 만드는 아이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태어나자마자 그림책을 보여주고, 읽어주고, 같이 그림을 그리면서 보낸 긴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에게 읽어줬던 첫 번째 그림책은 로버트 먼치의 Love you forever이다. 영원히 나는 너의 엄마라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문장은 노래로 따라 부를 수 있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엄마도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표현해 놓아 울컥하게 만드는 책이다.
한동안 아이가 자기 전 머리맡에 두고 읽어주었는데, 아이가 다섯 살 때, 아파서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머리를 만져주면서 가사 마지막 문장인 my baby you’ll be를 my mommy you’ll be로 바꿔서 이 노래를 자장가처럼 조용히 불러주어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과거를 되짚어 보면, 아이는 바쁘게 움직이는 엄마가 자기 옆에서 자신만을 바라봐 달라는 의미로 끊임없이 다양한 요구들을 했던 것 같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가능하면 아이가 원하는 요구들을 대부분 수용해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중 하나가 그림이었다.
나는 집안의 온 벽을 아이와 그림을 그렸었다.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서 도로를 만들고 아이가 좋아하는 차들로 가득한 세상을 만들면서 얼마나 많이 웃고 즐거워했는지,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는 장소와 상관없이 내게 자기가 좋아하는 온갖 종류의 차를 그림으로 그려내기를 주문했고, 나는 여기저기 아이가 원하는 대로 냅킨, 유리창, 거울, 흙바닥, 광고지등, 내가 처한 상황에 맞게 아이가 원하는 그림을 그렸다. 특히 소방차는 아이가 정말 좋아하던 차라서 종류별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 다르게 그려줘야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정말 잘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특징들만 살려서 빠른 시간 안에 적당히 모양이 나오게만 쓱쓱 아이의 상상을 그림으로 표현해 주었고, 아이는 그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린다거나, 색을 칠하기도 하면서 아이는 엄마인 나와 함께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
주변에 지인들이나, 학부모님들과 이야기해 보면 미술이 아이들의 정서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것이 어떤 이에게는 쉽고, 또 어떤 이에게는 어려울 수 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되고, 특별한 재료가 없어도 되고, 눈에 띄게 보기 좋은 결과물을 남기는 활동이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와 소통하면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활동들과 함께 내 아이를 키우고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지게 된 생각, 경험들을 이야기로 풀어 보고 싶다.
왜 미술활동을 해야 하는 걸까? 질문을 한다면, 미술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부모 마음은 내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집중도 잘하는 똑똑한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모 마음을 알기에 영유아 교육시장은 내 아이를 좀 더 특별하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조기 교육을 시키기 위한 광고를 하고, 블로그나 인스타, 유튜브 등에서 다양한 육아방법이 쏟아져 나오면서 엄마와 아빠의 마음은 조급해지기 시작하지만, 조기 교육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교육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엄마, 아빠인 나 자신이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함께 옆에서 해 음악 활동과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조기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와 아빠가 만들어내는 조기 교육 프로그램에는 체육활동, 음악활동과 함께 미술활동이 있을 것이다.
그중 미술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너무 잘하려고 하거나 좋은 결과물을 내려고 하지 않아도 되니까 무조건 시도해 보는 것이다. 아이의 눈에는 내 앞에 있는 사람, 엄마와 아빠, 때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만들어내는 작품이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작품이고, 이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은 아이와 나, 이렇게 둘 뿐이기 때문에 부담감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중요한 준비물이다. 아이는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내 옆에서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을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능력자로 바라볼 것이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안에서 서로의 작품을 칭찬해 주고, 격려해주면서 진정으로 아이의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쌓여 아이는 안정된 정서와 긍정적인 자기 효능감이 생성되면서 집중력이 향상되고, 그것이 기본이 되어 편안하게 학습을 준비하는 성숙한 단계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