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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을 May 31. 2023

비워야 채울 수 있는 법

이보나흐미엘레프스카의 어른 그림책

수많은 그림책 안에서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을
찾는 일은 내게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그렇게 만나는 그림책들 속에서 만나게 된 그림책이 있다.
이보나흐미엘레프스카와 곽영권님의 그림책
"비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무언가 더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나만 현실에 머무르는 것 같아
불안하거나 조급해진 기억들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비어 있다고 생각하면 빨리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에
깊게 사고하지 못하고, 일을 저질러 버리기도 한다.


이 그림책은 고요한 강물이 조용히 흘러가는 것처럼
두 작가가 담담하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느낌이 드는 그림책이다.

20여 년 전
템플스테이에서 한 스님이 내게... 해 주셨던 말...

양손에 컵을 잡고 있는데,

누군가 컵을 하나 더 주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질문하셨다.


나는 재밌는 아이디어를 발표하듯 아무 생각없이

"한 손에 있는 컵을 입으로 가져가면

새로운 컵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라고 말했다.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니, 부끄러운 답변이었다.


그때, 스님은 진지하게
왜 모든 컵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미 두 개의 컵도 충분하지 않은가?

컵 하나를 내려놔야 새로운 컵을 받을 수 있고,
또 편안하게 그 물맛을 느낄 수가 있지 않는가?라고

하셨다.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여전히 양손에 컵을 쥐고 또 하나의 컵까지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은지...

오늘은 한참 동안 글 없이 비어있던...
내 브런치 스토리에

아름다운 그림책 이야기를 하나 더해보며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보나흐미엘레프스카 [비움]의 빈 그릇


텅 비었다는 말, 어떤 기분이 드나요?

비어 있다는 건 그냥 슬픈 건가요?

쓸쓸하거나 외로운 걸까요?

비어 있는 건 이상한가요?


사람들은 비어 있으면 이것저것 채우려고 합니다.

먹을 때도 이것저것 가득가득

물건을 살 때도 이것저것 가득가득

온 집안에도 이것저것 가득가득

먹을수록 더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살수록 더 사고 싶은 것도 많고

가질수록 더 갖고 싶은 것도 많고

이렇게 끝이 없는 욕심, 어디까지 갈까요?


그릇이 비어 있기에 맛있는 음식을 담을 수 있고,

가방이 비어 있기에 갖고 싶은 것을 넣을 수  있고,

마당이 비어 있기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어요.

마음도 비어 있어야 좋아하는 사람이 들어올 수  있고,

비어 있어야 다른 사람의 마음도 담을 수 있어요.

무엇이든 가득 채우면

살찌고 넘치고 힘들어져요.

텅 빈 책상, 어떤 기분이 드나요?

- 곽영권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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