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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커피가 필요한 날

by 이을

가끔 밤을 새울 일이 있다.

건강에 좋지 않음을 알면서도, 급박하게 일정을 맞춰야 하는 일이 아직도 내게 있음에, 그렇게 몸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지금 내가 이렇게 밤을 새우는 것은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라, 불평할 사람도 없지만,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마음은 묘하게 텅 비어갔다.

가족들이 모두 잠자리에 든 시간, 내 밤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나는 지쳤지만,

끝까지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았다.

'어렵다, 힘들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 생각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면, 의식하지 않으려고 생각을 멈춘다.

의식하는 순간, 하기 싫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제목을-입력해주세요_-003.jpg 울고싶은 마음이지만, 울지 않는다 ㅠ.ㅠ

어떤 감정은 말로 꺼낼 수 없고,

꺼낸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닌 경우가 많다.

또한 어떤 피로는 굳이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묵묵히 시간을 보내면 된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나는 내 손에 쥔 커피가 고마웠다.


커피는 나를 다독이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옆에 있었다.

그 향과 온기만으로도 충분했다.

피곤한 몸으로 운전을 해야 할 때,

아주 뜨거운 커피 한 잔을 사서 운전석 옆에 놓고,

운전을 한다.

너무 뜨거워서 바로 마실 수 없는 커피...

마시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위안이 된다.


나는 그런 존재가 좋다.

지친 내게 말없이 옆에 있어 주는 것

'고생했다'는 말도 '이제 그만'이라는 위로도 없이,

그저 함께 있어주는 것.

직접 위로하지 않아도,

그저 곁에 있어주는 마음 한 조각이

나를 버티게 한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지치고 피곤함이 극에 달해 있을 때의 내가

마치 너무 뜨거워 마실 수 없는 커피와 같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뜨거운 커피의 열기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뜨거웠던 열기를 식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맛있는 커피가 된다.

그리고,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마음도 편안해짐을 느낀다.

002.jpg 맛있는 커피 한잔하세요 :)

감정을 말로 풀기 어려운 날이 있다.

어떤 감정이 복잡하게 얽히는 날

나는 손으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말보다 오래 남고,

말보다 조용히 나를 편안하게 해 준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나 커피의 열기가 식어

따뜻한 온기가 되듯이,

내 마음도 그렇게 변하는 것 같다.


그림은 내가 꺼내지 못한 감정의 또 다른 언어이다.



[오늘 하루 감정 질문]

1) 나는 지금 어떤 존재의 '온기'에 기대고 있을까?

2) 말로 위로하지 않아도, 나를 지켜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3) 내 열기를 가라앉히는 무언가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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