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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나를 켜는 시간, 나를 끄는 시간

by 이을

얼마 전, 함께 일하는 선생님이 물어보셨다.

"요즘 너무 힘들어요. 선생님은 괜찮으세요?"


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다행히 아직은 괜찮은 것 같아요."


그 말을 하고 나서, 나 자신도 조금 놀랐다. 정말 괜찮은 걸까?


내가 하는 일은 늘 사람의 마음과 마주하고, 아이들의 눈을 보고, 그들이 말하지 못한 감정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때로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때로는 감정을 하나씩 정리해 주고,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작고도 섬세한 일들이 반복된다.


당연히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어쩐지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이 일을 좋아해서 그런가?'

물론, 나는 내 일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작은 변화들이 모이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순간을 함께 한다는 건 내게도 큰 울림이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가치있고, 보람을 갖게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기절적으로 생각이 많은 '나'인데, 내 머릿속이 생각으로 가득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괜찮음'은 단순한 일에 대한 애정 때문만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는 하루를 두 번의 운동으로 나눈다.

오전에는 유산소와 근력운동으로 내 몸의 스위치를 킨다. 몸이 깨어나고, 마음이 움직이고, 나의 뇌를 천천히 활성화시키면서 서서히 에너지가 채워진다.


그렇게 나를 깨운 뒤 하루의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저녁을 먹고, 다시 하루가 끝난 밤에 필라테스 마지막 타임으로 나를 끄는 시간을 갖는다.

오랫동안 요가를 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조금 다른 리듬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필라테스로 루틴을 바꿨다.

요가는 내게 '숨을 가다듬는 고요한 시간'이었다면, 필라테스는 조금 더 밝고 단단한 에너지로 하루의 감정을 정리하게 해 준다.

움직임이 커지고, 의지가 느껴지고, 그날의 나를 정돈하며 하루동안 나에게 쌓인 감정을 내려놓고,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한다. 이 루틴은 나를 지켜주는 방식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나는 점점 더 정적인 상태로 가라앉는다. 마음도, 몸도, 생각도...


하지만, 아침에 땀을 흘리고, 밤에 다시 나를 다독여주는 이 루틴 덕분에 나는 일과 일상, 감정과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을 수 있었다. 그 마음을 나는 이렇게 유쾌한 그림으로 남기기도 한다.

운동 중 땀 흘리는 나의 모습은 조금 힘들고, 조금 귀엽고, 다소 비어 있는 듯 헐렁헐렁한 모습으로 이미지화 했다. 이 그림 한 장은 그저 '운동하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다.

오늘도 나를 켜고 끄며 살아낸 내 마음의 기록을 손으로 남긴 것이다.

내 자신의 손 끝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그렇게 의미가 있다.



[오늘 하루 감정 질문]

1. 나는 무엇으로 나를 깨우고 있나요?

2. 오늘, 나를 천천히 끄고 싶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3.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만의 숨 고르기 루틴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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