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힐링
조금 촌스러워도 비효율적이어도 괜찮아 너만 좋다면...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돈 모아서 즐겨먹던 포장마차 곱창집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성적 걱정, 연예인 얘기를 하면서 성장해갔다.
스무 살이 넘어서도 동네 친구들은 친목도모의 공간으로 그곳을 찾았다.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술을 시킬 엄두는 못 내고 항상 후딱 먹고 나와 다른 곳에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주말에는 기본 30분은 줄을 서야 했던 그곳.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나는 가끔 그곳을 혼자 가보곤 한다.
그곳은 지금 사는 곳에서 40km 떨어져 있다. 왕복으로 80km인 그곳이 가끔은 그립다.
곱창이 맛있긴 하다. 하지만 80킬로를 왔다 갔다 할 만큼은 아닌 거 안다.
남편은 그 먼길을 왜 가냐고 하지만, 나는 어린애들과 섞여서 곱창 1인분 먹고 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그녀는 잘 있을까? 우린 그때 아무 생각 없이 깔깔대며 웃고 서로의 생일에는 꼭 만났지.
버스비가 없는 친구를 생각해 두정거장을 같이 걸었던 그때, 서로 얼짱각도로 찍겠다며 만난 지 30분 동안 말도 안 하고 셀카만 찍었던 그때
좀 더 새로운 것, 좀 더 효율적인 것을 찾는 요즘을 볼 때면
참 그리운 순간이다.
촌스럽다고 해도 비효율적이다고 해도
나는 40킬로 떨어진 그곳 곱창이 여전히 좋다.
그 곱창집 옆에 딸기 쉐이크 파는 곳이 있었는데
없어져서 영영 맛을 볼 수가 없다.
나는 그 맛을 찾느라 겨울이 되면 딸기 라떼만 먹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