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좋은사업가 Feb 21. 2020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방법

뱃속의 아이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음악을 좋아해요

‘오빠 나 두줄이야!!’
 
 그 사건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막 달이 되어 간다. 막 달째라 하던 일을 멈추고 집에 머무르면서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끼니도 챙겨 먹고, 따뜻한 차도 마시고, 오늘 하루 무엇을 할지 To do list를 정하고, 요리, 청소, 집안 정리 등 나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일들을 아주 천천히 한다.
 
 나는 여태 24시간 중 10시간을 회사에 소진해 왔다. 갑자기 주어지는 자유지만 나에게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첫 주는 하루에 한 번씩 꼭 외출을 했다. 그동안 밀렸던 은행 업무와 개인적인 일들을 보고 다녔다. 두 번째 주는 아이를 위해 보내는 주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온전히 그러지 못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
 
 나만을 위해 시간을 보내온 것에 익숙했던 나는 ‘임신’을 했다고 금방 아이를 위해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내 인생에서 가족을 위한 시간을 새로 세팅 중이다. 남편과 휴가 첫날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내 안에 아이는 예상외보다 더 활발하게 태동을 했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음악을 좋아하나 보다. 감각이 둔한 나 에게도 명확하게 느껴지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갑자기 돈 벌기에 집중하느라 태교조차 제대로 못해준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누구는 클래식을 들려주고, 동화책을 밤마다 읽어주고, 태교 요가도 한다 던데... 요란하지는 않지만 기본은 했어야 하나보다. 그때부터 집에서 쉬는 동안 틈이 나면 음악을 들려주었다. 신기하게도 높은 피아노 음, 잔잔한 바이올린의 반복되는 음악들에 반응했다. 어느 음악 평론가의 글을 읽고 미니멀리즘 필립 글라스(Philip Glass) 시리즈를 들었는데, 엄청 신나게 움직였다. 엄마가 듣기 좋아하는 음악들에 같은 감정을 느끼는 걸까? 아니면 원래 뱃속에서는 높은음이나 잔잔한 음악에 잘 움직이는 걸까? 막 달이 돼서야 이런 질문이 생기고 있는 나는 잘하는 걸까?





대충 때울 수 없는 끼니
 
 나는 간편식을 엄청 좋아한다. 끼니는 대부분 밖에서 때우는데 익숙하고 집은 잠깐 머무는 곳이기에 요리를 1도 모른다. 짜파게티에 고추장 한 숟가락 넣어서 먹는 매콤 짜파게티를 제일 좋아하고, 라면, 냉동만두, 고구마, 냉동 떡볶이 등 전자레인지나 한 번만 끓이면 되는 인스턴트형 제품들을 선호한다. 아니면 배달 음식이 좋다.
 
 일을 멈추고 막 달이 되니 시간도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영양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빵을 먹고 싶으면 프라이와 과일을 곁들여 먹고, 밥을 먹고 싶으면 귀리, 퀴노아 같은 슈퍼 잡곡밥을 넣어서 지었다. 아이가 영양공급을 잘 받아서 튼튼하게 잘 컸으면 좋겠다. 요알못(요리를 알지 못하는)도 아이를 생각하니 인터넷을 뒤져서 간장 메추리알 조림 정도의 간단한 반찬을 만들 수 있었다. 가정집 같이 밥 냄새, 참기름 냄새가 나는 공간도 좋았다.
 
 고등학교 가정 시간의 지식을 떠올리며, 탄/지/단/무/물(탄수화물,/지방/단백질/무기질/수분)의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 하다못해 발효균 김치, 바다 음식 김 이런 것 들로 영양을 챙기면서... 귀찮은 걸 제일 싫어하는 내 입장에서 나의 이런 변화는 ‘내가 점점 바뀌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이가 태어나면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이렇게 엄마가 되어 가나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