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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좋은사업가 Mar 06. 2020

4시간 진통,  엄마와 아이 행복한 순산 법

내 자신을 잃지 않고. 챙기기

응애응애~

감사합니다... 흐앙....
가족분만으로 아이를 낳고 남편과 나는 신비롭고 얼떨떨한 순간을 맞이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출산 D-1(예정일 8일 전),
우리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


원래 예정일 대로라면, 8일 뒤가 맞지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나의 성격과 예정일 가까이에 잡힌 집 이사로 운동량이 많아지는 바람에 일정보다 빨리 낳게 되었다.

막달이 되자 몸이 점점 무거워졌고 걷기도 힘들었다. D-1일, 냉이 좀 많이 나오는 것 같아 날씨 때문에 몸이 차서 그런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날 저녁 남편이랑 내 상태를 공유하며 ‘이러다가 내일 애 낳는 거 아니야?’ 하며 웃고 놀았다. 서로 아이가 태어날 상상을 하며 들떠 있다가, 생각난 김에 출산 가방이나 싸자며, 큰 가방에 필요한 몇 가지를 넣어두었다. 평소처럼 저녁에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에 팬티가 젖은 것 같아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갔는데 선홍색 피가 났다. 겁이난 나는 남편을 두 번 불렀지만, 깊은 잠에 빠진 남편은 일어나지 못했다. 우선 폭풍 검색을 해서 출산 전 증상들을 찾기 시작했다. 일을 중단하고 출산 모드로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부끄럽지만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인터넷에서 팬티가 젖을 정도의 물은 양수가 샐 수 있는 징조, 피는 이슬 비침 증상을 얻었지만 양수의 양은 아니었고, 피는 극 소량이었기에 안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산부인과에 문의해봤고 증상을 말하자 일단 오라고 했다. 남편을 깨워 다시 집에 올 사람처럼 얇은 원피스만 입고 병원에 갔다.

가는 동안에도 통증이나 별다른 증상은 없었기에 이 른 새벽에 남편을 깨워서 병원 가는걸 민망해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병원에서 태동검사를 하고, 자궁 수축이 있으니 내진을 해보자고 했다. 1주일 전에 이미 1cm 열려있는 건 알고 있었고, 이번엔 2cm라고 했다. 3cm부터 유도를 시작하는데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면서 유도분만(촉진제?)을 맞게 되었다. 촉진제를 맞으니 주기적으로 경미한 진통이 10초 정도 왔고 가족 분만실로 이동하게 되었다.




순산의 비결 1 :
내 자신을 잃지 않고 챙기기(임산부 요가)


가족 분만실에서 본격적으로 진통이 시작되었다. 이때 요가 수업에서 배운 배로 크게 호흡하는 방법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수업에서 배운 대로 구체적으로 연상을 하였는데, 호흡을 하면서 아이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내 자신의 긴장을 이완시키고 있다고 연상했다. 지금 느끼는 밑이 빠질 것 같은 통증은 아이가 나올 수 있게 골반이 열리는 중이라고 상상하며, 고통이 아닌 과정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임산부 요가는 스스로 몸이 약하다고 생각해서 체력을 키우기 위해 찾은 대안이었다. 약 3~4개월 정도 했고, 출산 호흡법, 스쿼트 다리 힘 키우기, 임산부에 필요한 근육 키우기 운동을 했는데, 진통이 왔을 때와 마지막에 힘줄 때 가장 많은 도움이 됐다. 요가를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배가 점점 부르고 몸무게가 늘어나다 보니 스스로 자신감이 사라졌는데, 임산부 요가를 하면서 임신 중에도 몸매 관리를 하고 있다는 안도감과 만족감을 주었다. 탱탱한 요가복을 입는 것도 좋았다.



순산의 비결 2 :
남편과 같이 출산하기(진통 시 호흡법)


임신 8개월쯤 요가 수업에서 배운 호흡법을 남편한테 알려주었다. 가족 분만할 때 남편도 출산의 과정을 지켜보기에 산모가 정신없을 때 같이 호흡해주면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여 가르쳐 주었다. 졸리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실전에서는 아주 잘 호흡해주었다. 흉식 호흡에 익숙한 나에게 배로 호흡하라고 컨트롤해주고, 진통이 시작되자 긴장을 너무 해서 어깨가 올라가고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다독이고 안아주며 같이 호흡을 해주는데, 무의식적으로 남편의 호흡에 따라가게 되니 순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통 주사를 맞으니 통증을 잘 느낄 수 없어서 좋았지만, 힘을 잘 안 주게 되어 더딜 수도 있다는 말이 맞았다. 남편은 무통 동안에 태동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면서 아이의 맥박이 떨어지고 내 통증의 수치가 올라갈 때에 맞춰서 호흡을 해주면서 나의 순산과 배속의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순산의 비결 3 :
기본에 충실하기
(프로페셔널한 간호사 언니들)


간호사 선생님들은 가족 분만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내 상태를 확인했는데 내진 8cm가 열리자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는 호흡과 자세에 대해 알려주었다. 임산부 요가 수업에서 들었던 것과 크게 차이 나지는 않았지만, 자세를  잡아주면서 감을 익힐  있게 도와주었다. 누워서 개구리 자세로 힘을 주는 연습을 했는데 힘이 부족하다는 것과 아직 멀었다는 피드백을 주고 퇴장하셨다.

무통 주사는 한번 맞으면 1시간 반 ~2시간 효력이 있나 보다. 무통의 효험이 끝나는 게 느껴지자 이미 자궁문이 열린 몸은 밑이 빠질 것 같고 고통스러웠다. 나는 더 이상 호흡법으로만은 버틸 수 없어 남편에게 고통을 호소했고 간호사 선생님을 불러 주었다. 간호사 선생님은 방금 알려준 자세로 한번 더 연습을 하다가 ‘더, 더, 더’를 세 번 외치고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자 의사 선생님을 불러오겠다며 분주하게 준비를 했다.

의사 선생님이 오는 동안 간호사 선생님들은 힘을 주는 , 침대 양옆에 막대 바를 잡고 일어나면서 배에 힘을 주는  등을 가이드 해주었다. 나는 순간 무통이 끝나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프겠다’라는 직감과 ‘어차피 낳아야 하는 거 집중해서 한 번에 끝내자’라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몸은 이미 고통스럽게 변하고 있었고, 밑에는 빠질 것 같았고 남편의 평화로운 호흡법 따위는 통하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이 오자 힘 주는 시점과 빼는 시점을 지휘해 주었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그에 맞춰 바를 잡고 일어나게 하고, 그다음 배게를 빼서 힘을 주게 하고, 다음은 누운 자세로 힘을 주라고 지시를 했다. 시키는 대로 하고 5번 정도 힘을 주자 아이가 나왔다. 진통은 무통 주사 1.5시간 포함해서 총 4시간, 병원에 입원 5시간 만에 큰 소리 지름 없이 아이를 낳게 되었다.



순산의 비결 4 : 나와 아기의 조합



‘사람이 극한에 몰리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우선 무통이 끝나면 더 큰 고통을 느낀다는 것, 무조건 겪어야하는데 출산 시간을 단축하는 건 나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 이 두 개의 사실을 직면하자 출산에 대한 두려움은 머릿속에 사라지고 엄청난 집중력이 나왔다. 지금 느껴지는 당장의 고통보다는 빨리 끝내자는 목표 의식이 생겨 아픔, 수치심, 힘듬은 희미해지고, 온 정신을 집중해서 강하게 밀어 부쳤던 것 같다. 얼굴에 핏줄이 터지고, 남편 말로는 눈에도 핏발이 서서 터질까 봐 걱정되었다고 한다.

엄마의 고통도 있지만,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태어나는 도 중요했다. 오랜 시간 걸리지 않고, 조용한 환경에서 태어날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짧은 시간에 나의 큰 소리 지름 없이 태어나서 그런지 아이는 낳은 직후에 내 품에서 울음을 금세 그치고 고요했다. 면회를 갈 때 간호사가 안고 우리에게 보여줘도 울지 않고 아주 잘 잔다. 스트레스 받지 않는 환경에서 태어나서 순한가 싶어 내심 기분이 좋다.


 자연분만을 하기에 아이의 무게가 3.5kg 미만인 것도 좋은 조건이었다. 막달에 머리를 아래로 좋은 자세로 있었던 것도 엄마를 도와준 것이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우니 출산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 둘이 결혼해서 셋이 가족이 된 이 순간이 너무 경이롭고 행복하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할 수 있다.


글에서 보셨겠지만, 출산한 전일까지 출산의 징후도 몰랐던 엄마이다. 부랴부랴 병원을 가는 바람에 개인적인 업무를 남편이 처리해주는 상황도 발생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엄마와 아이 모두 행복하게 출산을 경험했고, 그에 따른 만족감도 높다. 사실 외부적 내부적 요인들이 모두 잘 작용하였지만, 하나하나 마음을 다 잡고 하면 누구라도 더 잘할 수 있다.



-  자신을 잃지 않고 먼저 챙겨야 한다. 임산부 요가, 필라테스 .
- 남편도 임신과 출산을 간접 경험해야 한다.  상황을 공유하고 출산  남편의 역할을 부여하여 같이 출산을 공유하는  좋다.
- 마지막으로 10 동안 나의 상태를 점검해준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을 믿고,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
-  외에 아기의 상황이 좋다면 금상첨화이다.


사실 출산을 겪기 전에 인터넷에 부정적인 글들이 많아서 걱정과 두려움이 많았다. 수능, 입시, 취업, 결혼 등 인생에 많은 과정에 긍정적인 케이스와 부정적인 케이스가 있듯이 출산 또한 사람마다 다르고, 출산도 스스로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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