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맨'을 바라는 너에게

오늘의 온전한 기쁨을 찾아서 기쁘게 돋을새김

by 이을

주변 친한 친구들이 새 학기 임원 선거에 나간다고 하니, 아들이 달아 출마 선언을 했다. 선거 전날 바닥에 엎드려 공약과 전략을 골똘히 세우는 아들의 주름이 껏 구겨졌다. 출마자의 진지한 모습을 지켜보서 자발적으로 마하는 게 어디냐며 우리 부부는 실실 웃음이 났다.

"반장 선거 경쟁자는 학교 근처 분식집 아들"

친구는 아마 공략으로 떡볶이와 콜팝을 급에 간식으로 쏠 것 같다며 머리를 끄적거렸다.


"엄마, 아빠! 분식집 맞은편 '무인 수퍼 간식 가게' 알지? 그거 우리 집이 인수하면 안 돼? 공약으로 거기 있는 간식을 쏴야 될 것 같아!"

......

부루마블 보드게임처럼 게 인수가 쉬운 줄 아는 철부지. 분식집과 수퍼집 아들들을 부러워하는 아들 보고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남편은 재벌집 막내아들도 수퍼를 인수할 수 있는 슈퍼맨도 아니었다.


아빠가 직은 '슈퍼맨(superman)'인 줄 알고 '수퍼맨(가게 주인)'이길 바라는 너에게......

부모가 멋진 슈퍼맨, 슈퍼우먼이 아니라는 것을 자식에게 들킬 때가 언제일까?

내 어릴 적 슈퍼맨, 슈퍼우먼을 나러 간다.



퇴근하시고 집에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온전히 기뻐하며 안겨 매달리고 곁에 붙어 앉아 종알종알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던 때가 있었다. 어릴 적에 다음날 필요한 학교 준비물을 밤 10시에 나가서 어떻게든 구해오시는 아버지는 나에게 슈퍼맨이었다. 아마 그때는 이다음에 커서 아버지와 결혼하겠다고 떼를 부렸을 테다.

어느 순간부터 퇴근하시는 아지보다 버지 손에 들린 구이 치킨, 귤, 붕어빵을 더 좋아하게 되었 빈손의 아버지를 보면 괜히 실망도 했었다. 커가며 점점 퍼집 아이가 부러웠고, 다른 친구 아버지들과 아버지를 비교도 했던 것 같다. 아버지가 나를 위해 해주실 수 있는 물질적 지원과 우리 집 형편 따위를 재가며 더 이상 슈퍼맨이 아닌 평범한 아버지로 대했다.


대학생 4학년, 어느 날 집에 빨간딱지가 붙었. 아버지는 사업 부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시 떨어져 지냈고, 며칠 뒤 엄마는 복막염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나는 밤에는 병원에서 슈퍼우먼이었던 엄마를 간호하며 여린 전등불을 의지해 시험공부를 했고 낮에는 강의실에 가서 험을 쳤다.

그때 부모님은 내게 더 이상 의지할 분들이 아니셨다. 부모의 도움을 받아 사립 고등학교에 정규직 교사로 취업하는 고교 동창, 부모에게 용돈을 받으며 수험 생활하는 친구, 엄마의 명품백을 받아 들고 다니며 자랑하는 친구들 주변에서 나는 부모로부터 홀로서기를 했었다.

그 후, 엄마는 사장 사모님이란 소리를 듣고 살다가 식당에서 일을 시작하셨고, 아버지는 파산신청 후 젊은 시절 익히셨던 기술을 가지고 재취업을 하며 두 분의 애씀으로 가정이 지켜졌다. 재 아버지는 퇴직을 하시고 일흔을 넘기셨어도 아직 회사를 다니시면서 엄마와 후 자식인 자두 농사도 지으신다.



지금 부모님은 내 어릴 적 진 슈퍼맨, 슈퍼우먼이 아니다. 오스크 사용법은 물론이고 드폰 어플 사용법이나, 인터넷 예약 등을 몇 번씩이나 계속 물어보신다. 함께 낯선 곳에 여행을 가서 자식 뒤를 바짝 따라오신다. 나의 작아진 영웅들은 내가 가정을 이루고 부모가 되어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부부 사이에 숱한 이별 사유와 갈등들이 있었지만 서로 용납하 인내하며 가정을 지켜온 모습을 자식에게 유산으로 보여주셨고, 내가 낳은 자식을 세상에서 나보다 더 찍이 예뻐해 주시는 분들가 찾아 비빌 언덕, 든든한 친정이 되어주다. 그저 곁에 강하게 계셔주시는 존재 자체로 다시 다 큰 자식에게 기쁨의 대상이 되었다. 나는 이것을 주변 친구들의 모 상실을 목도하는 나이가 되고 나서 알게 되었다. 부모의 존재 자체가 어릴 때처럼 크나큰 기쁨인 것을.




지금은 뚝딱뚝딱 네 문제를 해결해 주는 아빠와 엄마를 슈퍼맨, 슈퍼우먼처럼 우러러보고 우리의 존재 자체를 기뻐해주는 너다. 커가며 부모 손에 들린 간식을 볼 테고, 부모의 물질적 수준과 사회적 지위를 다른 부모와 자연스럽게 비교할 너다. 그것은 네 잘못이 아을 엄마는 안다. 하지만 부모가 건강하게 곁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기쁨이 됨을 시 철이 들고서 알게 될 것이다.



간식 공약 없이 아들이 반장 선거에서 분식집 아들을 이겼다고 했다. 아빠가 퍼를 인수하지 않고도 자신의 능력으로 부반장을 이뤄낸 아들이 대견스러웠다.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자 아들은 아빠에게 반갑게 매달리며 안겼다. 나는 남편이 반가우면서도 남편 손에 오늘은 어떤 간식이 들려져 있나 보고 있었다. 남편이 아버지도 아닌데 퇴근길 간식을 바라는 나는 아직 철부지인가 보다.



오늘의 온전한 기쁨을 찾아서
기쁘게 돋을새김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