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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다 Sep 12. 2020

정답이 있는 일

정답 없는 인생에

"내가 다시 어떤 직업을 갖는다면 그땐 정답이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회계사나 은행원 같은... 일 더하기 일은 누가 봐도 2인 일. 설명을 안 해도 되는 일."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다음엔 정답이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는 말.


아이디어는 설명되어야 하고, 카피는 왜 그 카피여야 하는지 설득되어야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건 초코파이거나 어리광일 뿐이다.
광고에 정답이 없다는 말은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상 1+1=2 같은 명확한 답이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이다. 하지만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진 않더라도, 더 나은 답이나 지금 꼭 필요한 답은 반드시 있다. 아니, 어쩌면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지금 꼭 필요한 답이 뭔지, 더 나은 답이 뭔지, 그걸 찾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정답은 없는 거잖아’라며 도망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책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두 번째 인용문 첫 구절에 "광고"라는 단어 대신 "디자인"이라는 말을 넣으면 내 입장이 된다.

난 이 일을 이렇게 오래 할 줄 정말 몰랐다. 먹고살려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는 말밖엔. 그리고 <그 많던 디자이너는 어디로 갔을까>란 책 제목처럼 대학 동기들이나 한때 같은 직장에 몸담았던 디자이너들을 둘러보아도 이 일로 꾸준히 생계를 하고 있는 사람은 많이 사라졌기도 하다.

20년 차 디자이너. 시각디자이너라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낚아채 기발한 비주얼로 풀어내는 사람들. 그러려면 디자이너로서 20년 차는 너무 늙은 거 아닌가?라고... 혹시라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천만의 말씀. 나는 그런(?) 디자이너가 아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과 디자이너가 있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구매층 역시 그만큼 다양하게 존재한다. 아, 아니다 순서가 바뀌었다. 필요로 하는 시장이 있어서 그만큼 다양한 디자이너가 존재한다.


책을 읽다가 공감 가는 부분에 나의 일을 소환해보았다. 21세기가 이제야 시작된 듯 모든 게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시점인지라 나 역시 생각이 많다. 직만큼이나 직(일터)도 안정되면 참 좋을 텐데. 불안이란 이런 거라고, 어차피 나의 일은 그런 모습으로 일생 나를 길들여왔다.

정답은 없지만 더 나은 답은 있다는 말, 아니 적어도 지금 필요한 답은 있다는 말. 오늘은 이 구절에 기대어본다. 어차피 나는 다음 스테이지를 모른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지금 하고 넘어갈 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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