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이후를 묻는 질문들, 그리고 2026년의 선택

탈쿠팡 이후의 두 가지 갈림길

by 엄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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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커넥트 :

잘 버텼습니다, 그리고

연말연시가 되면 자연스럽게 시장 전망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 질문 앞에서 잠시 말이 멈추는 순간이 자주 있었습니다. “내년은 어떨 것 같아요?”라는 질문에, 누구도 쉽게 단정적인 답을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였죠. 저 역시 비슷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명쾌하게 정리된 한 문장을 꺼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시장 트렌드를 이야기하는 행사장에서는 “AI에서 기회가 보인다”는 말이 오갑니다. 하지만 커머스와 물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공기의 결이 달라집니다. 성장이나 확장의 그림보다는, 지금 이 시장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그리고 각자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앞서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만큼 2025년은 장기 침체의 혹한기를 통과한 해였고, 그 시간을 견뎌낸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성과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버텼습니다. 커넥터스도,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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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는 최근 열렸던 커넥터스 클럽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번 모임은 2025년 한 해 동안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커넥터스 콘텐츠를 공통의 출발점으로 삼아,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2026년을 향한 질문들을 정리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습니다. 무엇이 정답인지 제시하기보다는, 각자가 마주한 현실과 과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함께 정리해보는 자리였죠.


흥미로운 점은 2025년 월간 베스트 콘텐츠들의 제목을 다시 살펴보니, 그 자체가 이미 질문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OO는 쿠팡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OO는 반등 가능할까”, “OO의 원인은 무엇이며 해법은 있을까” 등. 신기술이나 새로운 트렌드를 단정적으로 제시하는 제목보다는, 갈림길 앞에서 던지는 질문들이 더 많이 읽혔습니다. 독자들은 무엇이 뜰지를 묻기보다,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더 집요하게 따라갔습니다.

ADKq_Nb7iSWniNbOHRgnp3euOW8ifmUzFWiEvQ_EYaNfebw65EJKQCO3i9wTu5NmuUCuLui_yeX9l0nRjr-8aMtTH_flG3xHBiQUdjesBjdD0aDKzdzH=s0-d-e1-ft 2025년 월간 베스트 커넥터스 콘텐츠의 제목들 ⓒ커넥터스

그래서 이 글은 다가올 미래를 단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2025년 한 해 동안 이커머스와 물류 시장에서 반복해서 읽힌 질문들을 묶어,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왜 우리는 계속해서 ‘쿠팡 이후’를 묻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질문들이 2026년의 선택지를 어떻게 좁혀주고 있는지 말입니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먼저 2025년을 성장이 아니라 ‘선택’의 해로 정리하고, 그 선택들이 어떤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는지 살펴봅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2026년을 향한 보다 현실적인 선택의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겠습니다.

AI도 모르는 유통물류 이야기 :

성장보다 선택에 집중했던 2025년

2025년을 돌아보면, 시장의 공통된 감정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더 키우자’ 보다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를 고민했던 해였습니다. 커넥터스 클럽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말들이 반복해서 나왔습니다. 고객군을 넓히기보다 기존 고객의 체감 가치를 높이는 쪽을 택한 솔루션 기업의 이야기, 신규 시장 확장 대신 이미 확보한 시장을 지키는 전략을 선택한 유통사의 사례들이 자연스럽게 공유됐습니다.


이처럼 2025년의 선택은 대부분 방어적이었습니다. 투자 확대보다는 비용 통제, 매출 성장을 전제로 한 신규 실험보다는 수익성 개선을 염두에 둔 기존 사업의 재정비가 우선순위에 올랐습니다.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철수와 선택적 집중이 더 자주 논의됐고요. 2025년은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묻는 해가 아니라, ‘무엇을 포기했고 무엇을 남겼는가’를 돌아보게 만든 해였습니다.


이 흐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키워드가 바로 ‘물류 얼라이언스’입니다. 쿠팡의 일원화된 물류 모델에 정면으로 맞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기보다는, 각자가 잘하는 영역을 묶어 비용과 리스크를 분산시키려는 시도들이 이어졌습니다. 네이버의 배송 2.0 전략과 N배송 직계약 테스트, 지마켓과 알리바바의 동맹, 아마존·틱톡샵·이베이 등 글로벌 플랫폼과 물류사의 역할 분담 모델이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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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커넥터스 클럽에서 나온 평가는 대체로 냉정했습니다. 물류 얼라이언스는 ‘해법’이라기보다는 ‘완화 장치’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배송 속도와 서비스 품질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는 의미가 있었지만, 가격 경쟁력과 구조적 효율성까지 뒤집기에는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여러 주체가 얽힌 구조상 의사결정은 느려질 수밖에 없고, 최적화 역시 부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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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25년의 선택들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했습니다. 쿠팡과 같은 방식으로 싸워야 하는가, 아니면 아예 다른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가. 많은 기업들이 전자를 시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후자에 대한 고민이 더 진지해졌습니다. 가격, 구색, 속도의 경쟁에서는 이미 격차가 벌어졌다는 인식이 현장 곳곳에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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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2025년의 선택은 ‘쿠팡을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 ‘쿠팡이 들어오기 어려운 영역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로 옮겨갔습니다. 버티컬 커머스, 콘텐츠 기반 커머스, 특정 고객군에 깊게 파고드는 서비스 모델들이 다시 논의되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공격적인 성장 전략이라기보다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방향 전환에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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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2025년은 실패의 해도, 반등의 해도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비교적 냉정하게 받아들인 해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선택의 결과’들이, 2026년을 바라보는 출발점이 됩니다.

커넥터스 백브리핑 :

쿠팡 이후를 묻는 두 가지 선택지

2026년을 바라보는 시장의 분위기는 미묘합니다. 위기가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고, 그렇다고 완전히 어둡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대신 분명해진 것은 하나입니다. 2026년은 더 이상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까”를 묻기보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를 가늠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커넥터스 클럽에서 오간 이야기들도 이 지점에 닿아 있었습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감지되는 성장 둔화 조짐, 일부 캠프의 구조조정과 운영 효율화 움직임, 입점 셀러와 파트너 생태계 전반에 흐르는 긴장감까지. 이 신호들은 쿠팡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검증된 성장 서사’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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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점은, 이 균열이 곧바로 기회로 전환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2025년의 경험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물류 얼라이언스, 파트너십, 서비스 고도화 실험들은 일정 부분 의미 있는 성과를 냈지만, 그것만으로 판을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2026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쿠팡의 속도와 가격, 규모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전략은 여전히 높은 비용과 낮은 성공 확률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26년의 선택은 보다 노골적으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하나는 여전히 ‘쿠팡과의 경쟁 구도’ 안에서 살아남는 길을 찾는 선택입니다. 일정 수준의 배송 경험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입니다. 이는 대형 브랜드와 일부 셀러, 중견 플랫폼에게는 여전히 현실적인 선택지일 수 있습니다.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물류 서비스 기업 역시, 구색 확장성에 한계가 있더라도 쿠팡의 서비스 기준을 일정 부분 따라가는 선택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얼라이언스 구조가 2026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입니다. 완전한 대안은 아니지만, 최소한 경쟁 테이블에 앉기 위한 조건으로서의 역할은 계속 요구될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애초에 그 경쟁 구도 바깥에서 게임을 다시 정의하는 선택입니다. 쿠팡이 잘하는 것을 따라가기보다, 쿠팡이 구조적으로 하기 어려운 영역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방식입니다. 특정 세대·취향·라이프스타일에 깊이 파고드는 버티컬 커머스, 콘텐츠 기반 커머스, 커뮤니티 중심 모델, 글로벌 연계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선택은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비교 불가능한 기준’을 만들어낼 여지는 남깁니다.


이런 맥락에서 물류기업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해외 플랫폼과 채널 연동은 물론, 단순한 물류 대행을 넘어 마케팅 에이전시·유통 파트너와 결합한 부가서비스 설계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물류 운영 효율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선행돼야 하는 ‘물량이 발생하는 지점’에 먼저 개입하려는 시도들입니다. 한편에서는 판매와 운영 역량을 갖춘 브랜드 기업이 직접 3자 물류 사업까지 확장하는 흐름도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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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터스 클럽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많은 실무자들이 2026년 전략을 이야기하면서 성장 목표보다 ‘하지 않기로 한 것’을 먼저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업을 접을지, 어떤 고객을 포기할지, 어떤 경쟁에는 들어가지 않을지를 정리한 뒤에야 비로소 다음 선택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공유됐습니다. 이는 2025년을 통과하며 얻은 학습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AI입니다. 다만 2026년의 AI는 거창한 선언의 영역이 아니라, 매우 미시적인 실무의 영역에서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콘텐츠 제작, 운영 의사결정 보조, 내부 생산성 개선처럼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축적 효과가 큰 영역에서 말입니다. AI는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되겠지만, 더 많은 경우에는 ‘같은 일을 더 적은 비용으로 하게 만드는 도구’로 기능할 것입니다. 이 역시 2026년이 확장의 해라기보다는, 구조를 다시 짜는 해에 가깝다는 방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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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26년을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로 압축됩니다. 우리는 쿠팡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쿠팡 이전의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가. 2025년 한 해 동안 반복해서 읽힌 커넥터스 콘텐츠의 질문들은, 이 물음에 대한 예고편에 가까웠습니다.


이 글의 제목처럼, 우리는 아직 ‘쿠팡 이후’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이후를 묻는 질문들이 이미 현장 곳곳에서 쌓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각자의 2026년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2025년을 잘 버텨낸 이들에게, 2026년은 다시 한번 선택을 요구하는 해가 될 것입니다. 더 빠른 답보다, 덜 후회할 선택을 고민해야 할 시간입니다. 커넥터스는 그 선택의 순간마다, 언제나 질문을 먼저 던지는 콘텐츠로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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