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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Feb 27. 2022

러 침공 따른 국가별 대응과 입장

우크라이나, 러시아, 서방의 완연한 대립 속 야기된 참상

절대 존중받지 못할 군사 작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첫 침공을 시작한 이후 러시아군이 파죽지세로 우크라이나를 접수하고 있다. 돈바스 지역의 우크라이나 반정부군과 우크라이나의 대결이 지속된 가운데 유럽 최대 군사 대국이자 세계 2위의 군사력을 지닌 러시아군이 들어오면서 우크라이나 동부가 순식 간에 장악되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벨라루스, 러시아, 크림반도에서 모두 군을 투입해 우크라이나를 확실하게 포위했으며, 현재 키예프 인근까지 진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약 30km를 남겨두고 포위에 나선 것으로 보이며, 이내 러시아군의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결사 항전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도 상대하기 만만치 않은 러시아가 군사 행동에 나선 만큼,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이동을 도울 뜻을 알렸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끝까지 남아 최후의 일각까지 버틸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제안을 거절했다. 도피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SNS를 통해 근황을 올렸으며, 참모진과 함께 키예프에서 끝까지 나라를 지킬 것이라며 국민들의 진정한 독려와 대응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인근인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기거하고 있던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참전을 위해 자국행을 택한 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단연 돋보이는 애국심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황은 아주 불리하다. 당초 예상과 달리 사나흘 이상은 버틴 상황이나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보급과 전력 유지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게다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직접적인 군사 지원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버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서방의 압도적인 제재가 연일 강화되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이 무기를 전면 지원하고 있어 우크라이나가 마냥 쉽사리 물러날 만한 여건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관건은 육탄전과 총격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키예프를 내주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을 지가 중요하다.


러시아

러시아가 이번 침공을 전격 감행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대외적인 위협 제거와 함께 대내적인 지지 강화에 있다. 첫째, 대외적인 위협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미국과 함께 NATO의 동부 확장 저지에 암묵적인 동의를 했다. 그러나 폴란드가 가입한 데 이어 발트3국(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의 가입을 미국과 NATO가 허락하면서 러시아는 서방의 무분별한 군사 동맹 확장에 규탄했다. 폴란드의 가입으로 러시아 외부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NATO가 국경을 마주한 것은 약과였다. 발트3국의 가세로 러시아 본토와 NATO가 지근거리에 자리했기 때문. 그럼에도 러시아는 서방집단안보동맹의 확장을 막을 길이 없었다. 그러나 이후 추가 회원국 모집에 대해서는 아주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정책을 표명한 이후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에 대대적으로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친서방적인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실질적인 내정 간섭이나 다름이 없는 우크라이나의 대외 행보에 억제를 원했다. NATO는 물론 유럽연합 가입도 희망하지 않았으며, 이미 돈바스 지역에 우크라이나의 반정부군(도네츠크 & 루한스크)이 거듭 총격을 벌인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는 이를 매개로 우크라이나 개입을 바랐다. 게다가, 크림을 전격 병합하면서 우크라이나 운신의 폭을 줄인 러시아는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가 좀 더 전격적으로 외교전을 펼치면서 이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침략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방지와 NATO의 확장 억제 시에 침략하지 않을 뜻을 보였다. 그만큼, 러시아는 미 중심 안보 동맹인 NATO와 마주하는 것은 자국 안보에 직격탄이 되기 때문에 극도로 이를 꺼린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대내적인 목적이다. 사실, 말이 정치적인 사안일 뿐, 실질적으로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개인적인 영역에 해당된다. 그는 이미 이전에 8년 통치 후 국무총리로 잠시 자리를 옮긴 후 다시 대통령이 됐다. 이후 가능한 종신 집권을 바라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그 사이 러시아 경제가 내려앉기 시작했으며,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러시아 경제는 그들의 날씨만큼이나 더욱 확실하게 얼어붙었다. 이에 러시아는 대내 불안을 대외 침공으로 타개하고자 하고 있으며, 동시에 자국민과 대외적으로 자신의 강세를 알리면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리고 있다. 무엇보다, NATO 확장을 전면 저지했다는 것을 차기 집권을 이어가는 데 활용하려는 공산이 크며, 이를 통해 자신의 집권의 강도는 물론 향후 유지까지 다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봐야 한다. 궁극적으로,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독재에 처한 길이 없었다. 그러나 푸틴이 총리에서 다시 대통령으로 부활하는 순간 실질적으로 철권통치의 막이 올랐다고 보는 것이 좀 더 맞아 보인다.


더 무서운 점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NATO가 직접 개입하지 않을 것을 진작에 알았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주변으로 미러 양국 병력이 결집한 가운데 선뜻 개입이 쉽지 않았다. 보통의 정상이라면 전면전을 치른다는 부담으로 인해 이후 물러나는 것이 정상이다. 하물며 최대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은 물론 서방 결집과 마주해야 하는 만큼, 부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우크라이나가 NATO, EU의 이웃이긴 하나 회원국이 아닌 만큼, 이들의 개입이 어렵다고 보는 것이 당연했고, 서방도 경제 문제에서 자유롭기 어려웠던 만큼, 총체적인 확인 후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놀랍게도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는 자리에서 러시아의 행동을 방해할 시에 역사상 보지 못한 참극을 겪을 것이라며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아주 강도 높은 어조로 말했다.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는 소련 붕괴 이후 대표적인 핵보유국이었다.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한 국가가 바로 우크라이나였다. 또한, 소련의 중기 지도자 중 한 명인 흐루시초프가 바로 우크라이나 태생이다. 그랬기에 우크라이나에는 군사적인 시설과 여러 병기가 많이 비치되어 있는 소련의 지역 중 하나였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되면서 러시아와 다른 공화국으로 각기 분리 독립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은 주변 국가에게 위협이 되기 충분했다. 그러나 체르노빌 사태와 함께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빌 클린턴 정부와 합의 끝에 비핵화에 도달했고, 이로 인해 군사력 약화가 자행되고 말았다. 우크라이나는 평화적으로 핵을 내려놓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직접적인 군사 지원은 당연히 받지 못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2000년대 초반에 유럽연합(EU) 가입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때 러시아가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백기를 들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민족 구성상 동부에 많았던 러시아계로 인해 여론을 정돈하기 어려웠고, 여기에 러시아의 입김이 엄청나게 작용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EU 가입을 전면 철회했고, 그 결과, 지금에 이르게 됐다. 만약, 우크라이나 당시에 EU에 가입했거나, 미국과 핵협상 당시에 이를 부족 조항으로 삽입해 안보 위험도를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었다. 즉, 다소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핵과 결별하는 대신 원하는 것을 다 얻었다고 판단하기 어려웠으며, 이른 바 유럽의 지역체제에 편승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만약 EU 회원국이 됐다면, 크렘린이 지금처럼 일방적인 공격을 감행하기 쉽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는 도중 2014년에 크림 반도가 순식간에 러시아령이 되고 말았다. 크림자치공화국은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결정했으며, 곧바로 그 다음 날에 러시아행을 택했다. 러시아의 여러 공화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Russia Federation)에 합류하기로 하면서 크림반도가 졸지에 러시아령이 됐다. 당연히 아조프해의 제해권 또한 실질적으로 러시아로 넘어갔다고 봐야 하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은 졸지에 러시아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크림 강제 병합을 지켜 본 우크라이나 국민은 친서방 외교 정책을 표방하는 정부를 열망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느 정부와 달리 적극적으로 서방과 접촉했으며, NATO와 EU를 가리지 않고 곧바로 가입을 희망했다. 그러나 딜레마가 있다. NATO는 들어가는 순간 러시아와 물리적인 충돌이 야기될 수 있었으며, EU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숱하게 많은 가입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해당 노선이 명확해 지면서 크렘린의 반발을 샀고, 결국 전면전에 직면하게 되고 말았다.


여러 언론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희극배우 출신이라고 다소 격하는 곳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누구보다 국가 정상다웠다. 무엇보다, 러시아 침곡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이후 계엄령 선포를 시작으로 결사 항전할 뜻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국민들의 참전을 독려하고 있으며, 최후의 일각까지 버틸 뜻을 내비쳤다. 비록 정무 경험이 적은 그가 외교전을 펼치는데 다소 미흡한 점이 적었다고 할 수 있으나, 이 나라는 18년 동안 정치 경력이 있는 국회의원을 엄청난 지지로 대통령을 만들었던 결과 역대 돌이킬 수 없는 외교 참사와 미 정상의 실질적인 조롱까지 떠안아야 했다. 그러나 당시 언론에서는 미 정상의 힐난을 받아 적은 곳을 개인적으로 보지 못했으며, 국가 정상의 무능력했으며, 외교적인 결례를 저지를 미국에 잇따라 항거조차 하지 못했다. 꼭, 결과를 두고 이상하게 출신 성분을 따지는 졸렬한 입장을 견지하는 이들이 많으나, 현재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신력과 애국심을 보고 있노라면 거듭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으며, 다른 어느 정상보다 참지도자다운 면모를 거듭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

유럽연합도 당연히 이번 사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 병합 당시에도 뚜렷한 조처와 입장을 내놓지 못했던 EU는 수년 전에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비약적인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러시아가 군사 작전으로 특정 국가를 실질적으로 복속하는 장면을 지근거리에서 목도하고 있기 때문. 우크라이나는 EU와 접경국가로 EU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비록 러시아와 협상 및 외교전에서 EU가 전면전에 나서진 않았으나 유럽집행위원회의 우르줄로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시시각각 나온 정상회담과 러측의 입장에 대해 전쟁만은 일어나선 안 된다며, 거듭 러시아가 군사적인 시위를 뒤로 하고 외교 무대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셉 보렐 유럽집행위원회 부위원장과  공동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부는 워싱턴 D.C.를 찾아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과 고위급 회담에 나섰다. 해당 회담을 통해 러측의 군사 행동을 거듭 규탄했으며, 외교적인 셈법 마련을 위해 EU가 이례적으로 미국과 회담을 통해 러 억제에 나서기도 했다.


그 사이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그리고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까지 전면에 나서 모스크바와 키예프를 찾아 해당 국면 완화와 외교적 해법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숄츠 총리는 워싱턴을 찾아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섰으며, 마크롱 대통령은 모스크바와 키예프를 연거푸 방문해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과 각각 만나 입장을 조율했다. 이어 독프 양 정상은 다시금 베를린에서 모든 회담을 종합해 유럽이 현재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거듭 확인하면서도 러측이 무력 시위에 나서지 않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영국은 더는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이번 사안에 당연히 강경하게 나섰다. 존슨 총리도 키예프와 모스크바를 내리 방문해 정상회담을 통해 해당 국면 돌파를 위해 힘을 보탰다. 그러나, 끝내 잇따른 회담과 외교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끝내 군사 행동을 감행했다.


이번 침공으로 인해 EU는 대대적인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유럽연합이 창설된 이후 뚜렷한 안보 위기가 없었던 만큼, 이번 사태는 사뭇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에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도 러측의 일방적인 침공에 대해 분노를 숨기지 않았으며, 유럽연합도 미국, 영국과 함께 대러 제재에 전격 가세하기로 당연히 결정했다. 세계 최대 구매력을 갖추고 있는 EU가 대러 제재에 함께 한 것은 유럽연합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러측의 돌이킬 수 없는 결단에 반드시 심대한 타격을 입히겠다는 아주 강경한 입장이 내포되어 있다. 주요 배경에는 독일이 러시아와 추진해 온 천연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것에 큰 힘이 됐다. 천연자원 수입이 많은 독일은 그 중에서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비율이 상당히 많다. 그랬기에 초기 국면에 여느 국가와 달리 중재자적인 입장을 거듭 취했다. 그러나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러 침공이 임박했음을 알린 이후 이를 사실상 철회했으며, 크렘린의 전쟁 결단 이후 곧바로 러시아와 경제 관계를 철거하기로 했다. 이를 보면, 유럽이 실질적으로 파병하진 않았으나 파병 외적인 수단을 통해 경제사회적인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외교적으로 여태 없었던 아주 강력한 제재를 통해 러시아 격퇴에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세계 최대 군사 대국이자 NATO의 실질적인 수장인 미국도 당연히 이를 좌시하지 않았다. 러 침공에 앞서 미국은 내리 확보한 첩보를 공개적으로 알렸다. 당시 러측이 군사를 뒤로 물리는 장면이 보이면서 미 첩보에 대한 의구심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첩보망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이 이와 같은 일로 이른 바 허언을 고할 일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며, 코로나19로 인해 대내 경제 회복에 전념해야 하는 미국이 굳이 러 침공으로 인한 확전을 원했을 리는 더욱 없다. 결국, 블링컨 장관과 설리번 보좌관의 말처럼 러시아는 아주 당연하게 침공했으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공화국 독립 승인은 이에 대한 아주 강력한 예고였던 것이다. 결국, 미 정보당국이 수집한 내용이 아주 확실하게 들어맞았으며, 미국은 크렘린의 결정 이후 곧바로 대러 제재를 발표했으며, 동유럽에 위치하고 있는 미군을 전면 재배치 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침공 강도가 거세지고, 여전히 진군을 멈추지 않자 바이든 대통령은 연일 제재 범위를 넓히면서도 독일에 미군 병력을 증파했다. 기존 주독미군이 실질적인 전투대비태세에 돌입했으며, 폴란드와 루마니아 인근으로 재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혹, 우크라이나 외부로 전쟁이 확전되는 것을 대비하겠다는 목적이며, 추가적으로 러시아의 확전 의지를 조기에 억제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러 침공 전까지만 하더라도 블링컨 장관은 태평양 투어에 앞서 유럽을 찾아 연달아 각국 장관과 고위급 회담에 나섰다. 독일 외교부장관, 프랑스 국방부장관과 만났으며, 이탈리아 제네바에서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부장관과 회담에 나섰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오히려 자신들의 위성국가인 벨라루스에서 공동군사훈련에 나서면서 긴장도를 끌어올렸고, 일시 철군 이후 돈바스 인근에 다시 전차와 병력을 보내면서 긴장이 점증하기 시작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 공격 이전에 이미 라브로프 장관과 유럽에서 회담을 예고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외교부장관과 장관회담에 나섰을 때 공언이 됐다. 그러나 러시아가 침략을 개시한 이후 블링컨 장관은 해당 회담을 전격 취소했으며, 곧바로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미국은 잇따른 고위급 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군사 작전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했다. 그럼에도 러측이 군사행동을 시작하자 미국은 곧바로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으며, 협상은 열려 있다며, 러측이 외교로 해결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미측은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전격 결정했다. 3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27일에 지원하기로 했다. 궁극적으로 파병이 아닌 이상 무기 지원으로 러시아의 파상공세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도 결사 항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당초 미 당국 예상보다 이틀 정도 더 버티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미국은 무기 지원과 제재 부과를 통해 러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으며, 미측은 이를 통해 서방의 대결집과 함께 경제 손해를 일부 감수하고서라도 러시아를 확실히 견제하면서도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 경제를 확실하게 불편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다분하게 내포되어 있다. 심지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서명했으며, 당연히 캐나다, 유럽과 함께 스위프트(SWIFT) 제재에 전격 합의했다. 해당 제재는 이제 러시아와의 거래는 궁극적으로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미국도 전면전을 제외한 모든 방안을 폭넓게 동원한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

북대서양조약기구는 앵글로아메리카와 서부유럽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집단인 만큼, 러시아가 군사행동을 즉각 철수할 뜻을 내비쳤다. 궁극적으로 NATO가 병력을 움직이진 않았으나, 회원국인 루마니아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와 접경하고 있는 만큼, 당연히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NATO는 세계 최대의 군사 동맹이자 집단 안보체로 역할을 하고 있어, 루마니아나 폴란드로 러 병력이 진군하거나 확전이 될 경우 전 병력이 참전할 수 있다. 다만, 방어기구인 만큼, 공격에 나서기는 각 국의 정상과 이사회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만큼, 아직은 러측의 불필요하며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거듭 규탄하면서도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보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치고 있다. NATO의 옌스 스톨텐버그 사무총장은 러측의 군사 행동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점이라 강조했으며, 연일 계속되는 회원국의 대러 제재와 마찬가지로 확전에 적극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뿐만 아니라 회원국으로 전쟁이 번질 경우 러시아는 진군에 따른 응당한 대가를 맛보게 될 것이라 공개적으로 밝혔다.


끝으로

이번 사안을 두고 여러 전문가들이 우크라이가 중립 외교를 펼쳤어야 했다고 보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러나 크림 병합 이후 사안이 많이 달라졌다. 개인적으로도 우크라이나가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입김에서 최대한 멀어지면서도 자국의 정체성을 지키고, 경제 발전과 안보위협 절감을 위해 유럽연합 가입이나 친미를 택하는 것이 맞았다고 본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달랐다. 그는 주저앉는 인물로 익히 잘 알려져 있으며, 판세를 읽고 침공 이후 철군에 이미 많은 경험이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조지아의 남오세티아 공화국을 전면 공격했으며, 당시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국제사회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이어 큰 힘 들이지 않고, 첩보 작전을 통해 실질적으로 크림의 독립과 이후 러시아 병합을 주도했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으며, 이로 인해 오세티아 지역의 주도권은 물론 우크라이나를 포위하면서도 흑해 진출의 교두보를 보다 확실하게 마련했다. 그런 그가 전면전을 주저할 이유는 당연히 없었으며, 서방의 집중 견제에도 불구하고 NATO 확장 억제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위해 이를 택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를 접수할 것으로 보이며, 남은 서부를 실질적으로 벨라루스처럼 위성 국가로 전락하는 것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민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세계 20위권의 국방력을 갖추고 있는 우크라이나지만 상대는 해당 대륙 최대 군사 대국인 러시아다.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당장 맞서기도 쉽지 않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인도 지원을 거절하면서까지 국가를 지킬 뜻을 거듭 피력했으며, 자국민들도 적극 참전해 국가 수호에 동참해 줄 것으로 연일 독려하고 있다. 심지어 흑해 인근 우크라이나 도서지역에서는 러시아 군함의 항복 요청에 시원하게 욕으로 맞받아치면서 장렬하게 전사한 군인들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건국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국가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참모는 죽을 줄 알면서도 거듭 항전하고 있다. (죽기를 각오로 싸우는 것과 죽을 줄 알면서도 싸우는 것은 아주 엄연히 다르다). 또한, 폴란드와 루마니아에서 경제생활을 이어가던 우크라이나 남성은 참전을 위해 자국행을 결단하는 등 이들이 보여주는 애국심은 대한민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아주 많은 귀감이 되고 있으며, 전황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실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신력을 발휘하고 있다.


끝으로, 러시아군이 속히 물러나길 바라면서, 항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부디 생존하길 희망한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거듭 경의(敬意)를 표하며, 항전하는 우크라이나군에게 무운(武運)을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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