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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Jun 12. 2022

NATO 회담 참석이 갖는 의미

반중에 이어 반러까지? 회담 참석보다 중요한 우리 국익

예상된 NATO 확장과 도래하는 대결 구도

대한민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이 오는 6월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 참가한다고 전했다. 


이번 NATO 정상회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회담이다. 침략 이후에 임시로 2월에 회담이 열린 바 있으며,  지난 3월에는 대면 회담으로 열린 데 이어 이번 6월에 다시 회원국 정상이 모두 자리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창설된 이래 연간에 3회 이상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렘린의 무분별한 공격이 자행되고 중국의 부상이 정점에 이르렀고, 미중관계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위시로 하는 서방 진영이 러시아와 중국을 모두 실질적인 적대국으로 명명하고 있는 만큼, 이번 회담이 갖는 의미는 크다.


이달 말에 열릴 회담에는, 상술한 것처럼, 아태 지역 선진국이 모두 참석한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은 이미 이달 초에 한국을 비롯한 아태 지역 국가들의 회담 초청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확실치는 않으나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이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기반으로 하고 있는) 대북 확장 억지를 얻어냈다고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이 수반되거나 방위비 상승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전면적으로 배제하긴 어렵다.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이 필요하고, 미국도 이번에 400억 달러 지원을 의회에서 결정하면서 상당한 대내적인 부담을 느낀 만큼, 우리 측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요청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을 통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을 넘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조직화하면서, 반러 진영 구축을 위해 한일을 비롯한 아태 지역 선진국을 불러모은 것이라 봐야 한다.


미국은 이전에도 한국을 불러들이고자 했다. 그러나 한국은 엄연히 북대서양과 관련이 없는 역외 국가이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북한과 대치 중이고 일본의 전략 물자 수출 규제를 고려해야 했던 만큼, 사실상 미측의 제안을 거절해왔다. 그러나 지난 2월에 문재인 행정부의 정의용 외교부장관이 한국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NATO 장관 회담에 초청된 바 있기도 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외교 기조를 고려할 때, 정상회담 참석을 받아들였을 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정부 교체기인 점을 고려하면 적극적으로 발언하진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며,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정도의 발언을 이어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미측의 요청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한반도 긴장을 사실상 점증해 가면서 NATO 회담에 참석하는 것인 만큼, 외교안보에서 부담이 될 부분은 많다. 결정적으로, 미측의 전략 자산 제공의 대가로 받아들인 것이고, 추가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까지 약속된 것이라면 한국은 실질적으로 반러 진영에도 발을 담그는 것이라 봐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 참석이 한국이 회원국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NATO가 이미 러시아에 아주 강하게 대응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오는 정부의 외교가 얼마나 주효할 지가 관건이다. 이미 북한과 대화는 선거 국면 당시부터 무너트렸으며, 중국과의 관계도 거듭 악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래놓고 당선 이후 싱하이밍 주한국 중국대사를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G7 정상회담에 2년 연속 초청이 된 것을 고려하면, 그 연장선상에서 전임정부의 성과에 동반해 이번 대통령이 NATO 회담에 부름을 받은 것이라 봐야 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실질적으로 중국과 가까이 지내지 않겠다는 의미를 일정부분 내비친 가운데 러시아마저도 돌려 세운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역내 외교에 상당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으며, 당연히 러시아와의 거래 단절을 넘어 향후 이를 복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냉전과 비슷한 형태가 다시 도래한다면, 한국이 지리적으로 취전방에 위치하고 있어 상당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김없이, 예상한 데로 전임 정부가 G7 회담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음에도 알려지지 않은 것과 달리 이번 한국 정상의 정상회담 참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이나 우려에 대해서는 전혀 언론에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단선적인 회담 참석에서 한국이 특정한 역할을 하긴 어렵다. 그리고 이는 러시아의 침공이 자행됐고, 이미 NATO가 2월과 3월에 각각 화상과 대면 회담을 통해 의제와 반러 진영 구축에 입을 맞췄다. 여기에 이번 회담에서는 역외 국가까지 불러들여 대대적인 결집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봐야 한다. 이정도로 러시아가 한국에 적대적이긴 쉽지 않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을 거듭 느끼고 있는 미국이 회원국으로 불러들인다면 한국은 실용적으로 거절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한반도 정세를 강대강으로 만든 가운데 NATO 가입이 동반된다면 반중은 물론 반러까지 자행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한국의 이른 바 "냉전 2.0"의 구렁텅이라 알아서 빨려들어가겠다고 자처한 것이라고 봐야 하며, 이는 곧 경제와 무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 90년대와 2000년대는 물론 2010년대까지 이른 바 '한국형 할인(Korea Discount)'이 주식시장을 비롯해 여러 곳에 영향을 미쳤던 것을 고려하면 그리 전망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작용에 대한 소식은 온데 간데 없고, 그저 일측 정상과 회담을 하고 싶어하는 소식만이 줄을 잇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여전히 한국에 아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이 일본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현재, 한국은 지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협력에 나설 것을 직접 알렸으며, 미일정상회담에서 안보 분야 삼자(한미일) 협력을 공고히 하기로 확정이 됐다. 이제 한미 연합훈련이 아닌 한미일 군사 훈련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이번에 싱가포르에서 미국의 로이스 어스틴 국방부장관의 주재 아래 각 국 장관이 모인 자리를 틈 타, 어스틴 장관은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었다. 삼자 간 국방장관이 모두 만난 것은 오래 전이다. 현재 어느 나라의 유수의 언론은 현 정부의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험대는 이미 지나갔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확정된 마당에 외교의 시험대라는 표현을 지나치게 관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과의 대결 구도는 고사하고 반중 전선에서 목소리를 낼 뜻을 보인 것 뿐만 아니라 이제 반러까지 자행할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코로나19가 종식이 되기도 전에 크렘린의 개념 없는 공격이 더해지면서 바이든 정부의 외교는 실질적으로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이미 미중무역분쟁으로 인해 세계화의 종언이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가운데 러시아발 위기로 인해 이제 원유부터 원자재까지 모든 부분의 물가 상승이 (물가 상승을 언론에서는 꼭, 굳이, 구태여 영어로 "인플레이션"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참으로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만) 자행됐다. 고로, 세계화의 종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인도가 미국의 의도에 따라가지 않으면서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돌려세운 사이(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침공이 변수이긴 하나, 미 외교까지 얼키면서 상호 변인이 됐다고 봐야 한다), 인도가 미국의 전술에 함께하지 않고 있으며,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30년 간 누렸던 자유무역체제에 금이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러시아발 침략으로 자행된 물가 상승이 이제 실제로 냉전에 버금가는 상황이 동북아시아에 발발한다면, 한국이 안게 되는 경제적인 위협과 안보 수위의 정도는 훨씬 더 점증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외교 참사의 여파로 민생에 영향을 주는 것을 우리 모두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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