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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Mar 11. 2020

대한민국 위치에 대한 소고

이사할 수 없는 곳에 사는 비극

현존 가장 최악의 위치

아파트가 있다. 그런데 위층에서는 이것저것 만든다고 정신이 없다. 공장도 아닌 아파트에서 무엇을 저리 열심히 만든다고 연장소리와 각종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뉴스를 봤는데 불법 무기 공정 과정을 거치고 있단다. 이게 엄청 위험한 거란다. 듣기는 들었는데 또 저럴 줄 몰랐다. 기가 찰 노릇이다. 놀랍게도 위층에 사는 이는 한 때 형제였는데 이제는 남이 됐다(얼마전 이전의 과오를 뒤로 하고 잘 지내보자고 하지만 썩 믿음도 가지 않고, 그리 믿고 싶지도 않다).

문제는 옆집이다. 엽집에 사는 이는 덩치도 크고 힘도 세다. 최근에는 사업을 일으켜 성공해서 돈도 제법 있다. 옆 동에 사는 엄청난 형님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 형님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동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간섭하지 마라고 할 정도의 위치는 됐다(크게 으시대다 옆 동에 사는 분이 이것저것 손을 좀 보자 살림살이에 큰 영향을 받고 있어, 새삼 옆 동에 존재하는 돈도 많고, 힘도 세고, 덩치도 큰 누군가의 영향력을 이들은 실감하고 있다.).

문제는 이 이웃이 사사건건 청소하는 쓰레기를 우리 집앞에 버젓이 버리고 창문을 열어넣고 먼지를 터는 탓에 우리집 창문으로 먼지가 다 날아들어오고 있다. 따져도 소용없다. '떫으면 나가던가'라는 식이다. 덩치는 산만하면서, 또 덩치 큰 거에 대해 엄청 자부심을 느끼면서 이런거 하나 얘기하면 통 크게 처리하지 않고, 어디서 간섭이냐고 그런다. 집이 워낙 커서인지 청소량도 늘어나 들어오는 먼지가 더 많아지고 있고, 이제 우리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다.

근데 이 옆집, 덩치만 컸지 하는 짓은 소인배다. 윗집에서 남모르게 무기 만든다는 소식을 접한 후 야구방망이 하나 장만했다. 옆동에 큰 형이 억지로 '넣어둬라'고 준 거라 안받을 수도 없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 옆 집에 살고 있는 (뻑하면 우리가 형으로서라고 이야기하는데 라고 말문을 여는) 옆집은 왜 야구방망이를 샀냐고 생난리를 떨었다. 이것저것 물건 남을 때마다 필요한 거 있으면 주고받고 했는데 그것도 안하겠다고 난리고, 자기네 회사에서 우리 식구들이 일 잘하는 거 같아 받아줬더니 죄다 경질했다.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다.

심지어 삐지면 오래 간다. 야구방망이에 CCTV가 달려 있다고 생난리다. 자기네 집을 보는 게 아니냐, 의도가 불순하다, 옆동에 잘 산다는 애가 시키면 다 한다더니 그 말이 맞네 등. 아주 개무시한다. 근데 우리가 만들어낸 드라마나 노래는 그리 좋아하면서 욕은 또 엄청 한다. 재네들이 하는게 그렇다면서, 저 집에서 나오는 거 은근 볼 것 없다고 연일 지나가면서 이웃들에게 말한다. 옛날부터 살림살이 나아지고 나서부터 은근 씹고 다니더니 이제 덩치 좀 커서 층수 늘리고 옆집까지 합쳐 집을 크게 만들고 주변 애들 불러오더니 디스를 보다 더 노골적으로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참는다. 일단 체급차이가 너무난다. 덩치도 쟤네보다 적다. 키 크고 덩치 큰 애 잘 못 상대했다고 어떻게 되는지 다른 옆집을 봐서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얘도 문제다. 얘는 그 옛날 우리가 가르쳐서 한 번씩 과외도 해주고 했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한 때의 정 따위는 없었다. 무작정 우리를 때리고 깨부수고 난리를 떨었다. 이전에는 뭐 좀 훔쳐가는 것도 이해해주곤 했는데, 대놓고 남의 집에 들어와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나갔다. 마침 우리집 조상 중에 집안 지리를 잘 알고, 대비에 능한 분이 계셨기에 쫓아냈지, 아니면 상주하려 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후 우리가 집안 복구하고 여기저기 정신팔려 있는 사이 옆 동에 있는 큰 형의 사주를 받아 사업 하나 해서 대박났다. 우리가 빚에 시달리는 사이 돈 빌려주겠다고 나서더니 대뜸 이자를 엄청 높였다. 그러고는 우리가 간섭 안하면 안 되겠다며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때리고, 학대하고, 갖은 짓은 다했다. 그나마 땅 좀 확보해야 해서 옆 동네 큰 형의 콘도를 얻고 싶었고, 하는 수 없이 옆 동 형의 정원을 때렸다. 이후 그는 옆 동네 큰 부자 형한테 쎄게 딱 두 대만 맞았다. 두 대 맞더니 대뜸 항복하고 우리 집에서 발을 뺐다.

맞은 자는 때린 자의 심정을 에둘러 이해할 필요 없다. 이후 왕래를 끊었다. 근데 먹고 살자니 또 마냥 고개도 안 돌리고 살 수 없어 인사 정도는 했다. 그러더니 최근 들어는 작은 귀퉁이가 자기네 땅이라 생난리다. 원수진 윗집이 천장을 폭파시켜 우리집을 쳐들어온 사이 옆동네 형이 동네 아파트 문제에 모두 목소리를 냈던 만큼 우리를 도왔다. 근데 장비 조달이 힘들어 (재수 없는) 옆집애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각종 장비를 조달했다. 결국 (버릇 없는) 윗집 때문에 옆집이 대박났다. 아.. 고달프다. 우리도 성공하고 싶은데 언제 할까 싶다.

세월이 좀 더 지났다. 우리도 집안 규율 어겨가면서 막 살았다. 잘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어른들께 들어보니 옛날에는 사사건건 옆집에 사는 조폭같은 큰 덩치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잘 사니까 무시하지 않는단다. 반대편 옆집에 사는 얍삽한 족속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사 안가고 꿋꿋이 공부하고, 사업도 해보고, 이것저것 다 해본 결과 어느 정도 좀 산다는 위치에 이르렀다. 근데 다시 돌아보니 헛산것 같다. 집안 곳곳에 부서지지 않은 곳이 없고, 돌볼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모진 세월 버텨내느라 집안 어디에 곰팡이가 쓸었는지, 부모 봉양 제대로 못하고 혼자만 보고 산 세월이었다.

그 사이 옆집 덩치가 사업이 대박났다. 1978년에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장사한다고 시작하더니 해마다 돈이 됐던 모양이다. 저 집은 법이 엄격하기로 유명하고, 어른들 욕했다가는 아작이 나는 곳인데다 꿋꿋이 옛날처럼 이 아파트 동네를 이끌겠다는 일념으로 사업에 나섰고 성공했다. 이제는 돈까지 많다. 아, 우리가 이제 저들보다 완전 잘 산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워졌다. 저 집은 식구가 너무 많아 벌어들이는 돈 단위가 다르다. 우리랑 옆집 싸가지는 단위가 큰데 식구 수가 적다. 근데 저 덩치네는 식구가 엄청 많다. 인당 단위로 하면 우리가 많은데, 다 합치니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다른 동에 살고 있는 힘든 집들 한테 투자도 해주고 그러는 모양이다.

속상하다. 이사갈 수도 없고. 옆동 사는 형님만 바라볼 수도 없다. 옆동의 어른은 한 때 우리 옆집 싸가지하고만 친하게 지냈다. 동네 면면에 민심은 자자했고, 나중에 지도자감이라며 인기도 많았다. 말도 잘하고 격식도 있고 공부를 잘 했다. 그런데 번번이 우리보다는 옆집을 더 챙겼다. 저들이 우리보다 잘 사니까 이해는 하겠는데 괜히 기분은 좋지 않았다 사실. 그런데 갑자기 옆동 큰형네 집을 다른 사람이 샀다. 말하는 것 보니 장난 아니다. 자유분방 그 자체고 격식도 없다. 덩치도 큰 양반이 막무가내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집 어른이랑 대화해보니 우리집에 잘 해준다. 돈도 많고, 덩치도 크고, 옆 동네 큰 형님이 옆집 싸가지보다 우리한테 더 신경 써 주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잊고 있는 이도 있다. 옆집 덩치만큼이나 덩치도 큰데 너무 윗층이라 날씨가 추운데 사는 윗집도 있다. 한 때 우리 윗집 부추겨서 우리 집 천장을 깨게 한 장본인이다. 한 동안 먹고 살기 힘들었단다. 근데 워낙 이것저것 고치는 장비가 많아 아무도 못 건드릴 힘은 있다. 또 덩치도 커서 옆 동네 부자 형이나 옆짚 덩치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얘네가 최근 우리집 어른을 초대해서 놀랐다. 어른께서 윗집하고 댁까지 잇는 엘리베이터를 만드는게 어떻냐고 했더니 엄청 좋아한다. 자기네는 돈도 없는데 우리집에 가스 팔고 싶어 안달난 상태다(만들어지면 우리도 싼값에 보일러 땔 수 있는데, 문제는 저 꼭대기층에 사는 집보다 변덕 많은 윗집이다.). 이 집은 딱히 능력은 없는데 빈땅 파보니 가스랑 기름이 그렇게 많더란다(아 부럽다 진짜, 우리는 한 방울도 없는데). 그래서 윗집을 잘 꼬드겨서 엘리베이터 만들어서 가스를 싼값에 넘길 의사도 드러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가 이런 곳에 사나 싶다. 아파트 맨꼭대기에 사는 저 집도 한 때 우리를 때렸었고, 옆집 덩치는 말할 것도 없다. 그 옛날 조상 잘 만나서 공부 좀 하고 덩치 좀 크다고 그리 유세 떨더니 한 동안 꼴찌만 하다가 이제 사업 잘 되서 돈 좀 있으니 떵떵거리고 있다. 자랑을 얼마나 하는지 아 꼴 보기도 싫다. 문제는 대화가 안 된다. 저네 말만 한다. 지네는 격을 갖추고 있다 하는데 격이라는 것은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 옆집 싸가지는 또 어떤가. 사사건건 귀퉁이 땅 내놓으란다. 누가봐도 우리 건데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다. 옆동 형이랑 친하다고 기고만장이 진짜 끝도 없다. 근데 또 이놈들은 옆집 덩치 눈치는 또 본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재수 없는 유형이다.

옆동네 부자 형도 사실 상대하기 까다롭다. 요구하는 것도 많다. 돈에 대해서는 엄청 밝다. 최근에는 우리 옆집 덩치한테 거래 물목 조정한다고 세금을 엄청 신고했다. 옆집 덩치가 처음에는 자신만만 하더니 이제 고개 좀 숙이나 보다. 문제는 얘네가 타격이 있으니 우리가 생산한 물건을 팔아 먹을 때가 없다. 우리가 파는 물건 대부분은 안타깝게도 옆집 덩치네 집에서 사주고 있는데, 얘네가 골골되면 우리도 어렵다. 적어도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 인생 왜 이리 고달픈가 싶다. 주변이들 하나 말이 제대로 통하고 그런 집이 없다. 옆집 덩치와 옆집 싸가지는 사사건건 우리집을 물고 뜯는다. 가끔 반상회해도 썩 기분이 좋지 않다. 돌아버리겠다. 이런 생각 들 때마다 집에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드는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공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유학갈 자본도 없다. 집안 좋은 애들은 그렇게 자주 간다던데. 외국여행도 하고. 그렇다고 옆 동네 부자 형처럼 원래 좋은 집도 아니고, 체구가 작아서 운동으로 성공하기도 어렵다. 여가로 즐기던 컴퓨터 게임은 기가 막히게 잘 하는데 얼마전 옆집 덩치한테 졌다. 아, 속상하다. 또 옆집 덩치네는 온 동네 다니면서 자랑하고 난리났다. 이제 쟤네들은 우리 한테 아무 것도 아니내라 뭐래나. 이사가고 싶은 생각이 한 두 번도 드는게 아니다. 근데 땅값도 비쌀 뿐더러 대대로 살아온데라 어른들의 손때가 묻어 있어 이사도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여러모로 지치고, 이를 타개해나갈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말, 거듭 생각해도 통틀어 이만큼 최악인 곳에서 사는 이가 누가 있나 싶다.

지금 찾아보니 우리보다 최악인 곳에 사는 이는 없다. 저 멀리 사는 옆동 큰 형과 친한 애들은 이사가라고 난리다. "나 같으면 거기 안 산다. 너 정도면 다른데 가도 괜찮잖아?"라고 쉽게 얘기한다. 혹자는 "아님 혼자 독립해서 살아"란다. 근데 그게 또 어렵다. 어른들이 버젓이 계신데 혼자 가자니 또 걱정된다. 옆집 화상들이 눈을 부라리고 어떻게든 뭐 좀 해먹을려고 항시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쓸 때 없이 이 집안은 예절 이런 거 엄청 따져서, 막상 독립도 쉽지 않다. "혼자 나가면 돈이 더 드는데 괜찮겠나"고 어른들이 내심 걱정도 한다. 사고하고 발전해서 혼자 존재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게 참 마음 먹은 데로 잘 되지 않는다. 근데도 집안 잘 타고 난 옆 동 부자 큰 형과 친한, 비슷하게 생긴, 친구들이 이사가라고, 그런데서 왜 사냐고 난리다.

근데 또, 반대편 저 먼 동에 사는 친구들은 "야, 나는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운데!"라며 칭찬도 해준다. "그 없는 살림에 네가 집안 일으켜 세웠는데 당당해도 된다"면서 "나도 너처럼 그러고 싶은데, 어른들이 안 가르쳐 주는 것은 없고, 돈은 혼자 다쓰고 해서 어렵네.."라며 신세한탄도 한다. 그러면 또 어디 가만히 있을 수 있나. "괜찮다 너도 할 수 있다"고 말 해준다. 얘네들은 (놀랍게도) 우리집이 롤모델이란다.

참, 우리집 안에 보면 저 멀리 옆동에 사는 것들을 동경하다 못해 존경까지 하는 이도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가난하고,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우리보고 부럽다고 한다. 이들은 윗집하고 잘 지내다간 집안 난리난다고 아우성이다. 오로지 옆동네 부자형한테 잘 하란다. 그것도 자존심 상하고, 또 저기하고만 잘 지냈다가는 옆 동네 덩치가 가만히 안 있어서 중심 잘 잡고 길 잘 다녀야 된다고 말해도 도통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아 무슨 대화를 하나 싶다. 가족끼리 대화도 잘 안 된다. 진심 떼려치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또 어른들은 옆동네 부자큰 형이 쓰는 언어를 잘 해라고 난리법석이다. 그말 못하면 안 된다고. 더 짜증나는 것은 우리집 말도 나는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심지어 언니들은 저집서 쓰는 말이 진짜 품격있단다. 내참 어이가 없다. 다 같은 말이지, 잘 사는 집에서 쓰는 말이 무조건 좋은 말이면, 우리가 쓰는 말은 무슨 쓰레기인가? 나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 위에 몇 대인지 모르는 엄청난 훌륭한 분께서 글자 자모를 만들어주시지 않았으면, 우리도 옆집 덩치네가 쓰는 (3,000개가 넘는다는) 글자를 빌려써야 했다. 그면 또 쟤네는 속은 좁아서 우리보고 세들어 산다고 말할 족속들임을 내 모르지 않는다.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비추면 남는다지만 참 중심잡고 살기 어려운 것 같다. 중심 잘 잡아야 되는데, 또 열심히 해야 되는데 쉬자니 왜이리 불안한지 모르겠다. 오히려 잡생각이 많아 일도 공부도 휴식도 제대로 안 되는 느낌이다. 이곳에서 오롯이 사람 노릇하면서 생존하기 정말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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