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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Mar 14. 2020

브렉시트와 스코틀랜드

뜻하지 않는 분열과 마주할 수 있는 영국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

영국의 보리스 존슨 신임 총리가 스코틀랜드를 방문했다. 영국 총리는 잉글랜드 총리까지 겸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 영국 총리가 스코틀랜드 자치수반과 만나는 것은 영국 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정상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존슨 총리는 총리에 당선된 이후 처음으로 스코틀랜드를 찾아 니콜라 스터전 자치수반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당연히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관한 안건이 가장 큰 화두였으며, 이에 대해 양 정상이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스코틀랜드는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EU 잔류 비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이다. 지역 내 농촌이 많은데다 긴 해안선을 두고 있는 스코틀랜드는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가장 큰 정강정책인 공동농업정책(Common Agriculture Policy)과 공동어업정책(Common Fisheries Policy)의 영향을 영국 내에서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이탓에 스코틀랜드는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빠져나올 경우 EU로부터 받는 지원에서 배제되는 만큼, 탈퇴를 원치 않았다. 국민투표 이후에는 최대한 관계개선 이후 탈퇴(이른바 유연한 탈퇴)를 시종일관 주장해왔다.


이를 스터전 자치수반도 잘 알고 있다. 국민투표가 진행될 지난 2016년에도 스코틀랜드는 유럽연합에 남길 바란다는 의사를 거듭 전한 바 있었다. 하지만 투표 수에서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에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인구에서 벌써부터 약 세 배 정도의 차이를 두고 있어 스코틀랜드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스코틀랜드에서 유럽연합 탈퇴에 찬성표를 던진 수가 아예 없지 않았던 만큼, 스코틀랜드가 이를 피할 도리는 더더욱 없었다. 투표 결과가 공표된 이후 스코틀랜드는 지난 2014년에 이어 다시금 독립을 둔 주민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이를 잘 수습했고,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지난 2016년을 시작으로 영국은 벌써 세 번째 총리를 앉혔다(캐머런, 메이, 존슨). 문제는 총리가 바뀌는 와중에 완전한 탈퇴를 주장하는 색이 짙은 인물이 총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탈퇴 반대를 주장했고, 테레사 메이 전 총리는 하드브렉시트를 외쳤지만, 북아일랜드를 위한 예외조항(Backstop)을 두자고 하는 등 이른바 유연성을 보이기도 했다. 비록 안건을 조율하고 의회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여당은 물론 야당의 거센 반발과 마주해야 했지만,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아주 결이 다르다. 가장 완전한 탈퇴를 일컫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를 주창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영국이 아무런 협약관계 없이 탈퇴할 경우 영국은 아예 유럽연합과의 연결망이 끊어지게 된다.


스코틀랜드는 이점을 두려워하고 있다. 영국에 남아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럽연합으로부터 받는 일종의 지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투표 성향을 종합해 보면 잉글랜드는 EU로 향하는 추가 지출을 원치 않았다. 궁극적으로는 잉글랜드가 유럽연합으로 내는 세금 중 상당수가 스코틀랜드로 향한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이와 같은 구조를 원치 않았다. 차라리 영국 내의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의 입장은 다르다. 잉글랜드에 비해 경제기반이 다소 취약해 영국과 유럽연합으로부터 받는 지원 모두 놓칠 수 없다. 이에 영국이 탈퇴를 하더라도 최대한 유연하게 빠져나오길 소망했던 것이다.


메이 전 총리는 총리가 된 이후 스터전 자치수반과의 회담에서 스코틀랜드를 설득하는데 주력했다. 1차적으로 시간을 확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며, 2차적으로는 의견을 조율해 탈퇴안을 꾸리려 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메이 전 총리는 탈퇴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고, 여당에서 신임을 끝내 잃고 말았다. 관건은 존슨 총리의 의중이다. 이번 회담에서 존슨 총리가 노딜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을 것으로 짐작되며, 이럴 경우 스터전 자치수반이 존슨 총리의 의중을 받아들였을 리 만무하다. 최악의 경우에는 의견대립만 확인한 채 회담이 끝났을 수도 있다.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만약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스코틀랜드도 강수를 꺼내들었을 수도 있다. 


스코틀랜드는 노딜이 실현될 경우 곧바로 독립투표를 다시 실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벗어나 다시 통상에서 정상적인 국가가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나 EU와의 역내 교역이 많은 영국으로서는 이후 유럽연합 내 각 회원국과 다시 통상교섭에 나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상황이 이와 같다면, 스코틀랜드 입장에서는 독립을 택한 이후 온전한 국가가 되어 유럽연합 가입을 바라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다만 독립이 성사된다면, 영국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스코틀랜드도 저지 않은 위험부담을 마주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EU가 제시하는 모든 절차와 조건들을 완수해야 하는 만큼, 이에 소요되는 시간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도 이미 제기됐던 경우다. 다만 영국이 존슨 총리의 안처럼 강경한 자세를 유지할 경우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떠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존슨 총리의 바람처럼 아주 완전한 탈퇴가 성사될 가능성은 어렵게 됐다. 메이 전 총리는 정부의 안을 상정했지만, 의회 통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다 야당까지 의견수렴을 해야 하는 만큼 모두의 이권과 의견이 총망라되어 있는 안을 꾸리기는 불가능했다. 이는 존슨 총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존슨 총리가 최종적으로 노딜어젠다를 제출하더라도 의회가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최근 보궐선거에서 노동당이 승리하면서 현 영 하원에서 노동당이 원내 1당이 됐다. 보수당이 1당 지위를 잃으면서 존슨 총리가 추진하는 탈퇴가 성립되기는 더더욱 어려운 형국이 됐다. 총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녹록치 않게 됐다. 지난 2016년 국민투표 선거운동이 진행될 당시 탈퇴 반대에서 돌연 찬성으로 돌아선 그는 웬만한 극우당과 비슷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영국의 탈퇴를 적극 호소했다. 이후 잠복기를 가진 이후 총리가 됐다. 과연 그가 말하는데로 영국은 완전한 탈퇴에 나설 수 있을까. 이럴 경우 자칫 영국은 지금의 영국이 아닌 분리된 영국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2019. 8. 4.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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