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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Apr 02. 2020

미국의 구상과 러시아의 의도

유럽발 제 2의 냉정 체제의 도래

제 2의 유럽재건계획

미국이 20세기에 이어 다시금 러시아를 본격적으로 견제할 계획을 구상했다. 삼해구상(Three Seas Initiative)으로 발트해, 흑해, 아드리아해를 연결하는 계획으로, 이는 동유럽을 좀 더 본격적인 우군으로 두면서 러시아를 압박하겠다는 미국의 계획이다. 러시아는 2008년에 조지아를 공격했고, 2014년에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2016년부터는 우크라이나 동부를 분쟁지역으로 만들면서 현대 사회가 도래한 이후에도 영토 확장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작 러시아가 사실상 서진에 나서는 동안에도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서방사회에 큰 위기감을 안겼다.


미국이 이번 구상에 나서는 이면에는 지난 20세기에 유럽재건계획(통칭 마셜플랜)을 통해 서유럽 전후복구에 적극나섰다. 철의 장막이 무너질 경우 유럽마저 공산화되면서 소련의 영향력에 들어갈 경우 미국이 안게 되는 부담이 실로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적극적인 투자로 서유럽 지원에 나섰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조기에 창설해 서유럽 방위에 나섰다. 이는 미 본토에서 전쟁을 꺼리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편이기도 했기 때문이며, 소련이 동유럽을 주무루듯, 미국도 서유럽을 (적어도) 우군으로 두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서진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아직 국제사회의 어느 누구도 러시아의 군사행위를 중단시키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크라이나 동부가 러시아의 손아귀에 떨어진다면, 유럽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벨라루스는 적극적인 친러인 만큼, 사실상 러시아의 수족이나 다름이 없다. 뿐만 아니라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해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가장 가까운 땅으로, 추후 러시아의 발트해 진출이 좀 더 본격화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하면서 흑해 진출의 개연을 보다 넓힌 러시아는 발트해와 흑해로 나서면서 유럽을 압박하겠다는 뜻이며, 더 나아가 동유럽에 이전처럼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뜻이다.


이에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은 삼해구상을 적극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동유럽은 아직 경제사회적으로 서유럽에 비해 낙후되어 있다. 유럽재건계획에 버금가는 구상을 통해 러시아의 서진을 최소화하면서 동유럽을 확실하게 품겠다는 뜻이다. 이미 동유럽 국가들 대부분이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 자리하고 있어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러나 러시아의 군사적 야욕이 드러날 수록 동유럽은 긴장할 수박에 없는 만큼, 유럽을 결속하면서 러시아에 대항하겠다는 전초기지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특히, 칼리닌그라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어김없이 외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거점으로 칼리닌그라드가 러 본토가 연결되는 것을 가장 꺼리고 있다.


동유럽이 자발적인 생존이 가능해야 미국도 부담이 줄어든다. NATO의 실질적 수장국인 미국은 2020년 들어 국외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을 줄이길 바라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나친 국방비 지출을 최소화하길 바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철군을 시작했으나 아직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이 완료되지 않았다. 그 밖에도 러시아발 위협이 거세게 전개되고 있어 터키와 독일 등 유럽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의 숫자는 최소환으로 유지해야 한다. 병력 숫자를 줄이는 것을 시작으로 국방비 부담을 최대한 덜어내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삼해구상을 통해 동유럽을 최대한 안정된 경제교역지대로 만들면서 국가들의 자생력을 키우길 바라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전력과도 맞아 떨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임 이후 NATO 회원국들에 방위비 부담을 독촉했다. 그간 유럽은 지나칠 정도로 군사/안보 분야에서 미국에 절대적으로 편승했다. 발트해 국가들이 러시아의 위협이 찌들어 있어 많은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지만, 정작 기타 유럽 국가들은 방위비 부담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러 위협이 지속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미국은 병력을 일정 부분 줄이면서 다른 국가들의 방위력을 올린다면 전력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이미 유럽에도 영국과 프랑스가 군사 강국으로 자리하고 있어 추후, 이들 병력의 동유럽 배치를 큰 틀에서 검토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발 위협이 점증하면서 유럽이 지정학적 교두보로 급부상하게 됐다. 유럽이 긴장하게 되면서 지난 2018년부터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군대 창설을 언급하기도 했으나, 현실적으로 EU 자체 군대를 보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유럽연합은 경제사회적 통합체로 정치군사분야에 대한 예산 책정이 전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영국의 탈퇴와 코로나바이러스 창궐로 각 국의 부담이 증대된 가운데 EU가 군사 분야에 예산을 편성 및 할애하기는 더욱 어렵다. 결국, 미국의 절대적인 개입과 공조를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하며, 미국의 지원 없이는 유럽의 현실적인 전력으로 러시아의 서진을 막기는 더욱 어렵다.


러시아가 자신들의 계획대로 발트해와 흑해에 진입할 경우 러시아는 북해와 지중해까지 순차적으로 영향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러시아는 외교를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터키와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터키도 자신들의 위치를 최대한 활용해 미국을 압박하면서 더는 미 영향력에 있는 국가가 아님을 적극 표명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에제프 에르도안 대통령까지 강한 성향들의지도자들이 맞닥들인 결과이기도 하지만, 각 국의 야심이 모두 충돌되는 지역인 만큼, 흑해쪽은 단연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도 이를 위해 터키를 최대한 품어야 러시아의 지중해 진출을 막을 수 있다.


이에 지난 2019년 말에 영국에서 개최됐던 북대서양조약기구 70주년 정상회담은 여러모로 중요했다. 회원국들의 의지를 모으면서 러시아에 대항할 계획을 구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원만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서 러시아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들의 태도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이른 시각에 자리를 떴다. 마크롱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각자의 목소리를 열거하기에 바빴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조율에 나섰으나 틀어진 정상들의 관계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정작 결과물이 필요했던 다자회담에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서방 세계가 제대로 결집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서서히 계획된 군사 확장을 도모하고 있어 서양과 러시아의 대결에서 러시아가 좀 더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현 상황을 보면 적어도 유럽을 두고 다시금 냉전체제에 버금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과 서유럽을 필두로 하는 서방이 러시아의 해양진출을 얼마나 제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미 크림반도를 내주면서 흑해의 제해권을 일정 부분 내준 가운데 러시아의 급속한 서진으로 칼리닌그라드가 연결될 경우, 칼리닌그라드는 유럽을 견제하는 군사전진기지로의 역할을 넘어 유럽을 정찰하는 거점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미국과 서유럽은 동유럽의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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