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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Lee Feb 23. 2020

미국-이란의 상관 관계

친목과 적대의 반복된 결과

촉발됐던 긴장

미국이 폭격용 무기를 이란의 공격을 받은 미군 기지로 옮겼다. 1월 8일(이하 한국시간) 이란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수일 전 미국이 이란의 장성인 솔레이마니를 사살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미국은 무인 드론 폭격기를 활용해 이라크에서 이동하는 솔레이마니를 피격했다. 미사일 발사에 앞서 이란은 이에 앞서 이란핵협정에서 전면 탈퇴했다. 이로 인해 양 국간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으며, 연초부터 전쟁 발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게 예상되고 있다.  


솔레이마니는 미국과 서방 언론에 따르면 반미 정서를 지니고 있는 전형적인 장성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솔레이마니는 미국이 지난 2018년에 시리아 공습 당시 이란군 자격으로 동시 참전했다. ISIS 척결을 누구보다 바랐던 이란은 실질적으로 미국과 공조해 시리아의 테러집단을 공격하는데 역할을 했다. 즉, 미국과 시리아 진입 당시 함께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뿐만 아니라 이희수 교수(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는 솔레이마니를 이란의 차기 대권주자로 설명했다. 민중들로부터 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이 그가 차기 주자로 떠오를 경우 중동 질서를 주도하는데 부담을 느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란은 시아파의 거두로 시아벨트의 군을 사실상 통솔하고 있다. 즉, 솔레이마니는 이란 뿐만 아니라 시아파 국가인 이라크, 레바논 등의 군까지 일정 부분 통솔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란 국내는 물론 시아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인물이다. 미국은 이를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미국에 해악을 입히는 인물로 표명해 사살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의 잇따른 호르무즈해협 점거 및 공격에 대한 반응이라고 봐야 하며, 동시에 서아시아(중동) 정세에 적극 개입하면서 역내관계에서 지렛대를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시계를 2018년 상반기로 돌릴 필요가 있다. 2018년 5월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이란핵협정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이란핵협정은 전임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한 것으로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 5개국과 독일과 유럽연합 그리고 이란까지 8개 집단이 맺은 조약이다. 이란의 핵을 동결하면서 더는 개발에 나서지 않고, 지난 40년 동안 진행됐던 국제제재를 완화하는 조건에서 협정이 맺어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탈퇴를 결정했고, 곧바로 대이란 제재를 시행했다. 이란의 불만은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세계 유류의 약 70% 정도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세계 최대 유전을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유전이 대개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미국과 영국의 대형선박에 산발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꾸준히 불쾌해했으나, 보복에 나설 경우 확전의 개연이 있는 만큼 별다른 행보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이라크에서 이동하는 이란 군의 거두이자 엄청난 정치력을 갖추고 있는 솔레이마니를 암살하면서 이란에게 엄청난 경고를 남긴 셈이다. 전쟁에 돌입할 경우 이란의 민간 피해와 미국의 경제 부담을 감안하면, (지극히 미국 입장에서는) 다소 효율적으로 전략적인 인물을 죽이면서 이란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 것이다.  


문제는 이란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란은 이라크에 주둔한 미 대사관을 공격했고, 미국이 곧바로 무기를 수송하기로 결정하면서 서아시아에 엄청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작 자국에 공습을 받은 이라크는 사담 후세인이 사살된 이후 미군의 군화발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행정체제나 국가체계가 전혀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이미 국가로서의 역할을 상당 부분 상실한 상황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라크도 이에 대해 적극 항변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자국의 영토에서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라크는 어떤 발언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며, 할 수도 었었다. 결국 이란이 적극 반응하면서 개전될 여지가 보다 많아졌다.  


종합해 보면, 미국이 미국답게 결정한 것이다. 미국은 이전에도 전쟁에 개입하기 전 인도주의적이라는 말을 내세우면서 미국적 질서에 배제되는 사안이 있다면 즉각 공습에 나섰다. 아랍의 봄에서도 리비아 개입은 물론 이라크 침공까지 들여다 보면 미국이 정작 내정 간섭은 물론 국제법을 숱하게 어겼다. 2018년에 자행된 시리아 공습도 국제법의 시선에서 보면 온당한 처사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즉, 미국은 자국에 응축된 시선을 외부로 돌리고, 더 나아가 서아시아 질서 유지를 위해 다른 국가의 장성을 죽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은 2008년 경제위기로 인해 미 경제가 위기를 맞았고, 중동 개입이 부담이 되면서 다수의 선진국들을 끌어들여 핵협정을 체결해 이란과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무역분쟁을 통해 중국과의 서열을 정리했고, 북핵 문제를 어느 정도 조율할 수 있다고 여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이란에 좀 더 공세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정확히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국제관계에 반하는 입장이다(누구의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상황만 보면 정반대라는 뜻이다).  


해당 사건의 이면에는 2019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시설이 공격을 받은 것도 도화선이 됐다. 당시 공격의 주체는 이란인 것으로 추정된 상태다. 그러나 정작 미국과 우방인 사우디가 공격을 당했지만, 미국이 조율에 나서지 않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사우디는 자국의 외교적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교에 나섰던 카타르와 관계개선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카타르를 발판 삼아 이란과 관계개선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서아시아에서 시아와 수니가 적대 관계를 일정 부분 청산할 경우 미국은 사우디에 매매할 수 있는 무기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중동 질서 레버리지를 유지하면서 무기처를 확보하기 위해 제재 대상이며, 사우디를 공격했고, 영미 선박을 공격했던 이란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마침 이라크는 미군이 실질적으로 통솔하는 지역인데다 이동중에 사살한다면 책임져야 하는 부담도 적기 때문에 미국이 적기로 삼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란은 가만히 있지 않았고 미군기지를 공격했다. 이로 인해 이란과 이라크 인근에서 전쟁이 발발할 확률은 더욱 높아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에 나서지 않겠닥도 선언하며 양국간 확전은 피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긴장관계는 지속될 예정이며, 이란군은 민항기를 격추시키는 엄청난 실수를 범하면서 민중들의 반미 정서가 반정부로 바뀌게 됐다. 이로 인해 사건의 프레임이 완벽하게 바뀌었으며, 정작 이란이 국내정치적인 내홍에 휩싸이게 됐다. 동시에 미국은 서아시아 질서를 주도할 여건을 어김없이 확실하게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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