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방식

-<체인소 맨>

by 고양이

나는 사랑이 감정이라고 생각했었다. 좋아하고, 끌리고, 보고 싶어지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떤 이야기들은 그 믿음을 수정해 버린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방향을 가진 선택일지도 모른다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은 있었지만 쓰지 않았다.

어차피 젖을 거라면 끝까지 젖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레제는 웃고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어 있었고 손등으로 대충 쓸어 올리면서도 왜인지 계속 웃고 있었다.

'괜찮아?'

그녀는 그렇게 묻지 않았다.

대신 내 손을 잡았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온도였다. 다만 손이 부드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망설이다가 그 손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냥 앞만 보면서 조금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 순간에는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비는 점점 더 굵어졌고 신발 안까지 물이 스며들었다.

그래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이대로 계속 걸으면 완전히 다른 곳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의 내가 아닌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빗소리는 그 안까지 따라오지 못했다. 공기가 달라졌다.

정리된 공간, 흐트러진 것 하나 없는 자리 그리고 정확하게 나를 향해 있는 시선.

마키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짓으로 자리를 가리켰다.

나는 앉았다. 앉아야 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앉게 되었다는 쪽에 가까웠다.

따뜻한 음료가 앞에 놓였다. 김이 천천히 올라왔다.

그걸 바라보고 있자니 방금 전까지 맞고 있던 비가 조금 마른 느낌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정확한 크기의 미소.

그 표정은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묻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그냥 여기 있으면 될 것 같았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한쪽에서는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조용했다.


나는 젖은 신발을 신고 있었고 동시에 마른 바닥 위에 앉아 있었다.

둘 다 나였다.

둘 다 이상하게도 나와 잘 어울렸다.


그날 이후로도 비는 몇 번 더 내렸고 나는 몇 번 더 문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은 비를 맞고 싶었고 어떤 날엔 젖고 싶지 않았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끝내 정하지 못한 채로 시간이 조금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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