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러미'라는 단어를 거슬러 올라가면 동사 '거스르다'와 마주하게 된다.
결대로 흐르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치밀어 오르는 것. 거스러미는 이름 그대로 제 몸의 질서를 거스른 존재이다. 보통 '미'자로 끝나는 건 오밀조밀 예쁜 것들이던데 이 아이는 다른 의미로 매우 신경이 쓰인다. 저항의 뉘앙스도 느껴지는 말. 몸의 흐름과 작별을 고하며 다른 방향을 선택한 결정이 유독 쓰라린 이유가 되는 아이.
단정한 손끝의 질서를 깨뜨리는 것은 언제나 사소한 돌기에서 시작된다.
손톱 뿌리 근처, 살갗이 얇게 일어나 하얗게 들뜬 조각 하나.
그것은 분명 어제까지 내 몸의 완만한 일부였으나 어느 순간 경계를 이탈해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채 생경한 이물감으로 제 존재를 알린다. 매끄러운 피부 결을 거슬러 솟아오른 그 가느다란 반란은 무시하려 애쓸수록 더 단단하고 날카롭게 날을 세운다.
가만히 두면 그만일 것을 시선은 자꾸만 그 작은 결함으로 수렴한다.
그것을 내버려 둔 채 일상을 지속하기엔 손끝이 닿는 모든 사물의 촉감이 거스러미라는 굴절된 창을 통과하며 왜곡되기 때문이다. 마치 소진된 연료통을 분리하지 못해서 안달 난 로켓처럼 내 손끝에 매달려 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반대편 손가락에 지그시 힘을 실어 힘껏 뜯어낸다. 그것은 어떤 결판을 내고 싶어 하는 조바심 혹은 매끄러운 완결을 향한 강박에 가까웠다.
‘톡’ 하고 깔끔하게 이별하기를 기대하며 힘을 주는 순간 생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길게 길을 내며 찢어진다. 아릿한 작열감이 손가락 끝에서부터 심장을 향해 직선으로 내달린다.
뜯겨나간 자리에는 작고 붉은 점 하나가 맺힌다. 피는 차마 흐르지 못하고 그 구멍에 고여 있고 공기가 닿을 때마다 쓰라린 통증이 박동을 따라 규칙적으로 몰려온다. 매끄러운 마무리를 꿈꿨던 손길이 남긴 것은 이전보다 더 울퉁불퉁해진 상처와 뒤늦은 후회뿐이다.
억지로 도려낸 자리는 결코 이전의 평온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거스러미는 대개 몸이 건조할 때 돋아난다.
충분히 적셔지지 못한 자리가 스스로를 견디지 못하고 밀어내며 갈라지는 것이다.
나는 얼마나 자주 내 안의 작은 불안이나 거슬리는 감정들을 거스러미처럼 대했던가.
그것이 왜 돋아났는지 살피기보다 보기 싫다는 이유로 서둘러 뜯어내어 없애버리려다, 결국 더 깊은 생살을 드러내고서야 멈추곤 했던 날을 떠올린다.
물이 상처에 닿아 따끔거릴 때마다 쓰라린 손끝을 입술로 가만히 축여본다.
그것은 거칠게 뜯어내지 않고 조용히 연고를 발라 잠재웠어야 했다. 완전히 분리되지 못한 채 애처롭게 매달려 있던 그 살점은 어쩌면 나에게 조금 더 부드러운 눈길을 보내달라는 몸의 가느다란 신호였을지도 모르니까. 상처를 다스리는 방법은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그 메마른 경계에 다정한 습기를 보태는 일임을 나는 찢기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