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겁이 많다.
어둠은 평면적인 방의 구조를 입체적인 공포로 뒤바꿔놓는다.
불을 끄고 침대 위에 누우면 낮 동안은 존재조차 희미했던 사물들의 '틈'이 일제히 입을 벌린다.
특히 방바닥과 매트리스 사이, 그 한 뼘도 되지 않는 어두운 굴 속을 기어코 들여다봐야만 잠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그 공포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벽지는 숨을 쉬어야 한다기에 침대와 벽 사이를 손바닥 하나가 드나들 정도로 벌려 두었다.
공기가 순환하지 못해 벽지가 눅눅해질까 걱정하는 마음은 지극히 이성적인 것이었으나 그 틈을 보는 내 감정은 전혀 이성적이지 못했다. 벌어진 틈은 어느덧 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
그곳은 한 번 들어가면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것들의 묘지다. 머리끈, 책갈피 혹은 비타민 한 알.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그 좁고 깊은 골짜기로 사라진 물건들은 두툼한 먼지를 수의처럼 입고 박제된다. 나는 가끔 그 틈에서 스멀스멀 무언가가 올라올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힌다.
어쩌면 침대 아래에는 차가운 수맥이 흐르고 있거나 내가 모르는 미지의 존재가 그 좁은 통로를 따라 내 등을 타고 오를지도 모른다는 기괴한 상상.
결국 나는 안심을 위해 이성을 포기하기로 했다. 벽지의 호흡보다는 나의 숙면이 먼저였으니까.
깊숙이 넣어두었던 여분의 얇은 이불을 꺼내고 굴러다니던 쿠션 몇 개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침대와 벽 사이의 그 불길한 틈새를 정성껏 그리고 단단히 틀어막았다.
틈이 사라진 자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쳐본다.
더 이상 그곳엔 블랙홀도 수맥도 정체 모를 호흡도 없다. 이불과 쿠션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벽이 나의 공포를 잠재운다. 사실 내가 막은 것은 밤마다 틈새를 타고 넘어오던 나의 불안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눈을 감는다.
방 안은 여전히 어둡지만 내 곁을 바짝 메운 이불의 온기 덕분에 침대는 더 이상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위태로운 섬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거창한 위협보다 무서운 것은 내 곁의 사소한 빈틈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