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책과 넉살 사이
3월은 1학년 입학적응기간이다.
수업도 입학적응교육을 한다.
유치원 선생님과 초등학교 선생님의 다른 점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다.
공부할 내용 말미에 '우리 선생님과 비슷한 동물을 찾아보자'가 있다.
앗! 이런 질문은 좀 위험하다.
십중팔구 내 기대와는 다른 대답이 몇 개 나올 것이다. 겉으로는 허허 웃겠지만 내심 마음에 스크래치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뭐라고 대답할까. 이주일 남짓 만난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함이 이긴다.
"선생님은 어떤 동물과 비슷한가요?"
"고양이요."
시작부터 흐뭇하다.
"강아지요."
"백조요."
오홋! 기특하다.
.......
.......
드디어 나올게 나왔다. 아이들이 하하하 웃는다.
나는 애써 미소 지으며
"돼지는 참 귀엽고 영리한 동물이에요" 말하고는, 슬쩍 교실의 거울에 내 몸매를 비춰본다. 겨울방학을 지나며 살이 좀 오르긴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아무렴, 아니야, 아니고 말고, 진짜 똑같아서 그렇게 말한 건 아닐 거야......'
친구들이 웃으니 신이 난 남자아이들이 더욱 장난스럽게 대답한다.
"오랑우탄이요"
"개미핥기요"
"고릴라요"
이 세상의 우스꽝스러운 동물들은 다 나올 기세다.
이쯤에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얘들아, 예쁘고 귀여운 동물들을 선생님 닮았다고 말해주면 좋겠어요. 선생님 예쁘지 않아요?"
한다. 옆구리 찔러 절 받으려는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들에게 이런 말은 낯간지러워서 못하였다.
내 입으로 나 이쁘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지?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선생님은 예쁘다'느니, '우리 선생님이 제일 좋지 않냐'느니, '채소를 잘 먹어야 선생님처럼 예뻐진다'느니, '선생님이 너희들 칭찬하는 것처럼 너희들도 선생님을 칭찬해 주면 안 되겠니?'
하며 내 입으로 뻔뻔스럽게 넉살을 부린다.
주책맞게 보일지라도, 이런 넉살이 마치 나이 듦이 주는 선물 같아 재미있기도 하다.
아이들은 이내 귀 기울여 듣는다. 순하게 눈을 빛내며 선생님 닮은 동물을 이어간다.
"햄스터요."
"기린요."
"다람쥐요"
"고맙다, 얘들아"
이 맛에 1학년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