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식물을 사랑하는 법
5교시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에요" 하자마자
"나이쓰!"
"나이쓰으~"
몇몇 남자 아이들이 외친다.
학교공부가 끝나 너무 좋다는 뜻일테지.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즐거웠길 바라는 나는
'오늘 수업이 좀 지루했었나?' 잠시 말을 멈춘다.
신나는 '나이쓰으~'에 내 마음이 살짝 서운해지려는 찰나,
'학창시절에 나도 그랬었지. 의자에 앉아 꿈틀거리며 내내 하교시간만 기다렸지'
'안나이스'해질 뻔한 마음을 다독이며 아이들의 얼굴을 훑어본다.
학교에 갇힌 시간들, 교실에서 아이들은 들썩들썩 꼼질꼼질 얼마나 갑갑할까.
40분 동안 자리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참으로 대견하고 기특하다.
수업을 모두 마친 아이들과 나는
"친구야 안녕!, 내일 또 만나요.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서로 마주 보며 손 흔들고, 배꼽에 손 모아 꾸벅 인사하고 헤어진다.
이런 보통날 우리반 하교인사에 요새 한가지가 더해졌다.
나의 식물에게도 인사하는 것이다.
지난 6월초 환경교육주간에, 사용하고 난 일회용품 컵이나 플라스틱 용기를 모아 수경식물 만들기를 하였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수경식물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나는
"고운말을 들은 양파는 잘자라고 나쁜말을 들은 양파는 싹이 잘 안텄대요.
한달내 예쁜말을 들은 쌀밥에는 하얗고 깨끗한 곰팡이가 피었지만 놀리는말 짜증내는 말을 들은 밥은 검께 썩어버렸답니다"
하며 이것과 관련한 실험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식물이 잘 자라도록 예쁜 말 고운 말을 건네며 보살펴주자 당부하였다.
이런 연유로 자연스레 살아있는 생명인 이 수경식물에게도 하교인사를 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하트눈으로 자신의 화분에게 바이바이 손 흔들며 큰 소리로 인사했다.
모두 동시에 자유롭게 말하므로 뭐라는지 알 수가 없는데, 제법 길었다.
어느날부터 도대체 뭐라고 인사하는 걸까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자질구레 일으키는 온갖 창의적인 장난과 말썽들을 생각하면, 나의 굳은 머리로는 생각해내지 못할 특별하고도 재미난 인사를 할 것 같았다.
정성껏 제 식물의 이름도 지었으니 인사도 정성껏 창의적으로 하지않을까.
호기심이 너무 커진 날, 짬을 내 아이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뭐라고 인사하는 거니?' 다짜고짜 묻는 것 보단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시동을 거는게 좋겠다.
1번 질문 : 교실에서 기르고 있는 내 식물에게 지어준 이름은?
하늘이, 초록이, 주이현(제 동생의 이름), 꽃동이, 장미꽃이, 최림이(그냥 예쁜느낌이 들어서), 룰룰이, 물이, 홍예인(연예인이름처럼 짓고 싶어서), 무니, 롱이, 만도, 사랑이(4명), 귀요미, 삐삐, 기연동이(귀염동이), 새싹이, 뽀롱롱, 무지개, 김아라(제 이름과 비슷하게), 살랑이, 초코........
2번 질문: 내가 기르는 식물에게 예쁜 말, 고운 말을 해야 되는 이유는 뭘까요?
'예쁜 말을 하면 잘 자라니까'
'식물도 고운 말 나쁜 말 알아들어서'
'식물이 좋아해서'
'잘 자라요'
'욕하면 시들고 예쁜 말하면 쑥쑥 자라서'
........
"호오~잘 알고 있군!( 역시 잘 가르쳤어.)"
3번 질문: 수업 끝나고 가기 전에 나는 내 식물에게 뭐라고 인사하나요?(진짜 목적,두구두구두구...)
'내일 만나, 안녕'
'사랑해, 잘있어'
'룰룰아, 내일 봐, 사랑해'
'물이야, 내일 보자, 잘자, 사랑해'
'잘 자, 오늘도 좋은 꿈 꺼(꿔) 안녕'(갑자기 굿나잇?)
........
........
"우엥? 이거 였어? 우리가 맨날 하는 인사잖아!
이걸 그리 하트눈으로 구구절절 말했단 말이지?"
한껏 부풀려졌던 호기심풍선이 '푸쉭'하고 바람빠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잠시후,
오소소 팔에 돋은 소름을 나는 보았다.
그리고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바람빠진 풍선을 힘차게 불었다. 이렇게
'기발한 문장도 찬란한 미사여구도 진심이 없으면 닿지 않거늘,
평범한 말 한마디에도 진심을 담으니 단순한 인사가 이토록 풍성해졌었구나.
매일 하는 인사에 너희들은 배운대로 잊지않고 마음을 가득담아 건넸구나.
그래서 궁금증이 일만큼 드라마틱한 인사를 만들어 냈던 거구나.
고마워 얘들아, 살아있는 것들에 이리 찐한 사랑을 주어서'
바람빠져 늘어졌던 풍선이 다시 빵빵해졌다.
곁들여 나는 맘에 담아두고 '꽁'하던 그 말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얘들아! 말 나온김에 선생님 한마디만 더 하자.
너희들이 외친 '나이쓰'는 조금만 진심이길 바란다.
왜냐면, 왜냐면 말이지.
학교가 벌써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이라면
선생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길 바라는 나는 좀 슬퍼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