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일찍 출근하세요?
아침교실의 매력에 빠져, 나는 삼 년째 이른 아침 출근을 이어오고 있다.
평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마중 나오신 당직기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간다. 긴 복도가 컴컴해도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불을 켠 다음, 교실에 들어와 차분하고 평온하게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하지만 이른 아침의 학교에서,
나는 가끔 등골이 서늘한 순간을 마주한다.
그 서늘함은 갑작스레 떠오른 큰 실수나, 미처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불쑥 스며들며 느껴지는 냉기가 아니다.
그저 내 상상력이 음산한 날개를 활짝 펼쳐 일으킨
순수한 공포, 오로지 그로 인한 '등골 서늘함'이다.
그리 큰 눈도 아니건만, 나는 태생이 겁보였다.
어릴 때 혼자 놀다가 어디서 부스럭 소리가 나면 울음반 비명반 그곳을 뛰쳐나오곤 했다. 그러면서도 귀신얘기라면 솔깃하여 듣다가 누구보다 크게 놀라 벌벌 떨었다.
자라면서는 공포영화, 공포드라마, 공포소설들을 눈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끝내 보다가, 결국 어마어마한 후폭풍에 시달리며 '안 봤어야 했다'라고 내내 후회하였다.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왜 그렇게 그런 것들을 보고 듣냐 누가 물어보면 그저 무서우면서도 재미있었다고 밖에 할 말은 없다. 그 얄궂은 심리를 파고 들어가자면 더 깊은 얘기들이 나와야 할 것이므로 생략한다.
문제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어떤 장소, 어떤 시간, 어떤 분위기에 처하면 그동안 내가 보고 들었던 기괴하고 무서운 장면을 나도 모르게 연상하고는 '내가 만든 스스로의 공포'에 휩싸여 항상 겁을 내고야 만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와 동행하는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하필 그런 것들만 떠올리는 나를 어이없게 바라보거나,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며 나무라기도 한다.
이런 내가 일터로 삼고 있는 학교는, 사실 수많은 '학교괴담'들이 말해주듯 공포 이야기의 단골 무대다.
하지만 학교는 늘 아이들로 북적이고, 나는 남들 출근할 때 출근하고 남들 퇴근할 때 퇴근하려 노력해 왔기에, 학교괴담처럼 으스스한 상황을 직접 마주할 일은 없었다. 특히 겁 많은 자신을 잘 알기에, 텅 빈 학교에서 혼자 업무를 봐야 하는 상황은 애초에 만들지 않도록 늘 조심해 왔다.
그러던 내가, 이른 아침 출근하게 되면서
드디어, 머리털이 쭈뼛 서는 순간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장마같이 비가 왔던 지난 10월의 일이다.
그날은
추적추적 비까지 내리고 있어 아침 7시가 되었건만 사방이 어두컴컴하였다. 나는 차를 주차하고 현관 뒷문으로 들어섰다. 현관의 등은 노랗게 켜져 있었다.
그날따라 매일 마중나오시던 당직기사님이 보이지 않았다.
비가 와서 어둑하니 늦잠자기 딱 좋은 날씨라, 당직기사님이 미리 현관문을 열어놓고 잠깐 눈을 붙이시나 보다 생각하였다.
나는 터덜터덜 계단을 올라갔다. 이층쯤 다다른 그때,
'라라 리리 따라라라'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뭔 소리지?'
빗소리만 들리는 이 고요하고 텅 빈 학교, 웬 음악소릴까?
'내 휴대폰 벨소린가?' 내 폰의 벨소리와는 좀 다르지만 또 모르니... 하며 가방을 뒤적였다. 그러나 휴대폰에는 아무 알림이 없었다.
계단에서 멈춰 선 채, 나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고 귀를 쫑긋 세웠다. 음악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멜로디는 클래식 같기도 하고, 오르골 소리 비슷하기도 하고, 장난감에서 나는 소리같기도 했다.
지금 학교엔 당직기사님, 나보다 조금 더 일찍 오시는 수석선생님, 그리고 나 밖에 없을 텐데 도대체 어디서 나는 소릴까? 누가 내는 소리지?
'라라 리리 따라라라'
가늘고 흐릿한 멜로디는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이 학교에서 근무하는 4년 동안 이런 멜로디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조금씩 오싹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지만 내 머릿속은 소리의 출처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왜 이런 소리가 들리는지 알아야 '별일 아니군' 하며 계속 계단을 오르던지 뛰어 도망가든지 할 것이었다.
오늘따라 수석님이 음악을 들으시나. 그 소리가 이층까지 내려오는 것일까.
아냐, 수석님은 한 번도 아침에 음악을 켜놓은 적이 없었어...... 그리고 당직기사님은 가끔씩 그러시던 것처럼 당직실에서 깜박 잠들어 계실 텐데......
그러면 이 멜로디는 무엇? 또 어디서 나는 소리?
생각하는 순간,
모골이 송연, 등골이 서늘해지며
거대한 쓰나미처럼 엄습하는 공포심에 나는 두 칸 세 칸 계단을 정신없이 뛰어올랐다.
바짝 땡겨지는 듯한 뒤통수를 견디며 3층 복도불을 허둥지둥 켰다.
떨려 어긋나는 손가락을 눌러 잡고 교실문을 땄다.
그리고 누가 따라 들어올세라 꼭꼭 문을 닫았다.
자리에 앉자, 다행히 음악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마음을 진정하려 노력하며 생각했다.
그 소리는 어디서 나는 것일까. 환청일까.
비 내리는 컴컴한 이른 아침, 내 안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소리일까.
창 밖이 좀 더 환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나는 수석교사실로 갔다.
"수석님, 혹시 아까 음악 틀어놓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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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