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의 비밀

왜 이렇게 일찍 출근하세요?

by 버들아씨

이른 아침의 학교, 공포와 마주한 순간

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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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님, 혹시 아까 음악 틀어놓으셨어요?"


"네?

"아니요, 안 틀었는데요?"


수석님은 뭔 소리냐는 듯 나를 보았다.


"아까요...... 제가 계단을 오르는 데 음악소리가 들려서, 너무 무섭더라구요. 그래서.... 혹시나......"


수석님의 눈이 동그래졌다.

눈동자에 두려움이 살짝 일렁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수석님이 누구시던가?

나는 겨우 삼 년째 이른 아침 출근이지만, 그분은 십 년 넘게 나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있는 타고난 새벽형 인간이시다.


수석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활짝 웃었다.


"아하! 알겠다. 그거 1층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요?"


"네?"


"거기서 가끔 음악소리가 들려요."


"정말요? 근데 저는 왜 한 번도 못 들었을까요? 그리고 왜 1층 화장실만 음악소리가 들려요?"


"글쎄.....? 내가 아침마다 그쪽으로 지나가는데, 사실 나도 좀 무서워서 확인해 봤거든. 거기서 확실히 음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또 어떤 때는 '뚝 뚝' 소리가 나서 나도 같이 심장이 뚝 떨어지는데, 그것도 거기서 나는 소리예요."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십 년을 하루같이 이른 출근을 해오신 수석님이니 그 내공이 오죽할까. '비 오는 아침', '폭풍우 치는 아침', '껌껌한 아침', '스산한 아침' 온갖 종류의 으스스한 아침을 학교에서 맞이해 봤을 것이다.


"그래요? 1층 화장실에서만 나는 소리면 혹시 외부인이 몰래 들어올까봐 멜로디가 들리게 했나 보네요."


그럴 수도 있겠다.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음악이 나오는 곳도 많으니까,

나는 마지못해 수긍하며


'4년 동안 1층을 무시로 지나다녔는데 나는 왜 그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었을까.' 또

'하필 그 소리를, 텅 빈 학교 계단에서,

그것도 추적추적 비 내리는 컴컴한 아침에 혼자 듣는단 말인가.'


음악소리가 났다는 것은 그때 화장실에 누가 들어갔었다는 얘기 일건대..... 지저스!

본 투비 겁쟁이에겐 참 가혹하고 얄궂은 우연이다 생각하며,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 수석님, 근데요...... 저는 무서운 게 또......"


"또? 뭐예요, 뭐야? 우리는 일찍 오니까 그런 거 있으면 안 돼!"


수석님이 서둘렀다. 내가 자꾸 무섭다고 하니 수석님도 겁이 나는 게 분명하다.



내가 음악소리에 더욱 놀랐던 이유는,

음악소리를 들었던 계단에 그 창문이 있기 때문이다.

두어 달 전,

이른 아침, 학교에 도착하여 혼자 계단을 오르다 무심코 창문을 보았다.


'흐읍!'

어스름한 계단에서 나는 숨을 멈추었다.

유리창문에 손바닥 하나가 또렷하게 찍혀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여기에 이런 모양으로 손바닥이 찍혀있지?'

라는 물음과 함께 곧바로 내가 떠올린 것은


'유리창에 붙어 움직이는 누군가의 손'이었다.


왜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 않은가?


'창 밖에서 어떤 할머니가 길을 물어보길래 알려주고 나니, 내가 있는 곳이 3층이었다.'

라는 류의 모골 송연한 이야기들.


아이들이 장난으로 여기에 손바닥을 찍어놓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아이들 키로는 닿기 어려운 높이의 창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손바닥의 존재.

동공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것을 응시했다.

머리를 흔들어 멈춰버린 것 같은 심장을 이성의 펌프질로 겨우 살리며,

조심스레 창문으로 다가가 손바닥 자국을 문질러 보았다.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창 밖에서 찍힌 것이었다.

창 밖에서의 그 위치는 사람키로는 더더욱 닿을 수 없는 높이.


누군가가 훌쩍 뛰어올라 찍었나? 공중에 뜬 무언가가 찍은 걸까?

아니면 '슬렌더맨(Slender Man)'이란 말인가?


"알 수 없는 존재가 창문을 들여다봤어."


3층 창 밖에서 길을 물어보던 할머니이야기같이,

무수히 보아온 기억 속 공포의 장면들이 꿈틀거렸다.

창문에 찍힌 손바닥만큼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섬뜩한 호러 시나리오들이 심장을 두드려대며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아....."


"왜 내 눈에는 이런 것들만 보이는가."

"왜 나는 이런 것들만 떠올리는가."


지난 10월의 가을비는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공포를 다시 깨웠다.

역시 가을도 지난여름 못지않게 위대하다.


그리고...

아직, 하나가 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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