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일찍 출근하세요?
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아...... 이런 게 있었네요"
손바닥이 찍힌 창문을 보며 수석님이 말했다.
수석님은 이제야 본 모양이다.
하기는, 못 본 사람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 봤더라도 보통은 무심히 지나치거나, '손바닥이 찍혔네' 한 다음, 게시판의 안내문이나 벽에 칠해진 낙서같이 곧 잊어버릴 것이다. 창문에 찍힌 손바닥 따위를 탐구하고 있을 만큼 학교의 하루가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이 손바닥을 본 게 벌써 두 어달 전이다. 적어도 계단을 오르내린 한 두 명은 이것을 보고 의문을 표할 법하잖은가. 그런데 창문의 '창'자 비슷한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나 같은 태생적 겁쟁이들이나 꼭 요런 것들만 찾아내 호들갑스럽게 놀란 다음, 거기에 섬뜩하고 괴기스러운 의미까지 과대망상처럼 덧붙여 혼자 공포에 떨어댄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수석님은 창문에 찍힌 손바닥을 빡빡 문지르기 시작했다.
지워질 리 없지. 내가 이미 해봤다.
"이잉? 밖에서 찍힌 것인가 보다."
역시 내가 알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처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우리가 지우자"
수석님이 창문을 밀었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도 가세했다. 하지만 뭔가 단단히 맞물렸는지 아무리 힘을 써도 열리지 않았다.
더욱더 미스터리다.
"수석님 뭘까요? 저 손바닥의 정체가 뭘까요?"
나는 징징댔다. 이런 나를 어이없어하며 수석님이 말했다.
"뭐긴 뭐예요!
딱 보니 여름방학 때 외벽 공사하면서 인부가 창문을 열고 닫다가 찍힌 손자국이구만."
"......."
수석님은 해결사다.
지난번 음악소리처럼 명쾌하게 결론짓는다. 수긍할 수밖에 없다. 수긍하지 않으면 어쩔 텐가. 내가 계속 아침 일찍 출근할 수 있으려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썩 개운치는 않지만 말이다.
지난가을 유난하게 내리던 비와 우연한 상황이 만든 해프닝이었을게 분명한,
이른 아침 학교, 내가 마주한 공포 세 개.
세 번이나 연타로, 내 등골을 써늘하게 했던, 공포 삼단콤보!
이제 그 남은 하나를 꺼내본다.
창문에 찍힌 손바닥의 정체를 알아낸 지 며칠이 지났다.
이른 아침, 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참으로 질긴 가을비다.
'앗싸아!'
오늘은 당직기사님이 일찌감치 현관문을 열어놓으셨다. 1층 중앙현관, 2층 교무실까지 환하게 불을 켜두셨다. 꼭 이런 날 깜박 잠드시는 통에, 잠긴 현관문 앞에서 수석님과 나는 얼마나 애를 태웠던가. 그런 당직기사님이 오늘은 깨어 계신다. 몹시 감사하다.
마중 나오신 당직기사님이 말까지 거신다.
"뭔 비가 또 참......"
"그러네요. 참 지겹게 내리네요"
나는 여느 때와 똑같이 터덜터덜 중앙계단을 올랐다.
3층에 도착하여 재빨리 내 교실이 있는 왼편 복도의 불을 켠 다음, 오른편 복도를 흘낏 쳐다보았다. 중앙계단 오른쪽, 화장실과 정수기가 있는 그곳, 언젠가부터 그쪽 복도등이 켜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은 일찍 동이 텄기에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또 그쪽 교실선생님들이 곧 수리를 요청하겠거니 하였다.
그런데 비가 자주 내리면서 아침에도 어두웠고 복도는 더 컴컴해졌다. 등이 고장 난 화장실 쪽 복도는 말할 것도 없다. 마치 검고 긴 동굴 같았다. 오른쪽 복도 끝 수석실 쪽만이 창문 때문에 조금 환할 뿐이다.
내 교실이 있는 왼편 복도는 내가 출근하면서 등을 켜놓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 하지만 찻잔을 씻고, 주전자에 물을 담기 위해 화장실이 있는 오른쪽 복도로 가야 하는 게 문제였다.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어두컴컴한 그곳, 구석진 어딘가에서 뭔가가 나를 보고 있을 것 같다.
'괜찮아. 아무것도 없어. 저 복도 끝 교실엔 수석님도 있잖아.'
나는 용기를 내어 중앙계단과 남자화장실을 빠르게 지나쳐서, 여자화장실 도착 즉시 전등부터 먼저 켰다. 그리고 열리거나 닫혀있는 화장실 칸칸을 흘낏흘낏 훔쳐보며 '당연히 아무도 없는 거야.' 속으로 말하며 손을 씻었다. 그러다가 누가 있는 느낌이 들라치면 뒤를 홱 돌아보고는 '아무것도 없어. 안심해' 또 혼잣말하며 찻잔을 씻었다. 만일 cctv가 있어 누가 본다면 저 여자 참으로 기이한 행동을 한다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혼자만의 쇼를 하며 무사히 찻잔을 씻고 물을 받아 교실에 되돌아가는 중이었다.
막 중앙계단 옆을 지나는 참인데,
"통, 통, 통, 통, 통, 통......"
위층에서 무언가가 튕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는 것 같았다. 내 심장도 같이 내려앉았다.
'히잉, 뭐야...또오...'
지금 이 시각, 아침 7시,
깜깜한 4, 5층에
누가 있을 리도 없고
이런 소리가 들릴 이유가 없어.
..................
..................
'아냐, 아냐! 이상한 생각 뚝!'
경쾌한 듯 둔탁한 그 소리.
처음엔 맨 위층에서 굴러다니던 공이 계단으로 튕겨 내려오는 소린가 하였다. 그것만으로도 섬뜩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두 번의 경험이 있는 것이다. 사실, 그래서 더 무서웠는지도 모른다.
아침 어둠 속에는 두려움이 깃들어,
아무래도 나는 음악소리와 손바닥에 대한 수석님의 확언을 온전히 믿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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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져 다음으로 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