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반 지하에 사는 것으로 나온다. 물론 기생충 세트의 반지하는 설정이지만 우리 빈곤층의 주거환경을 말하는 키워드로 되었고, 외신들도 기생충에 등장하는 반지하 생활을 빈부격차의 한 단면으로 조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가난한 사람들은 반 지하에 살게 되었을까? 주거 환경은 별로지만 대신 임대료가 싸서... 그렇다. 그런데 왜 집 주인들은 지상으로 한 층을 올리는 대신 땅도 파야하고 방수처리까지 하려면 건축비는 더 들 텐데 주거 환경이 열악한 반 지하를 만들어 싸게 임대하는 자선(?)을 베푸는 선택을 했을까? 실은 그 원인이 쾌적한 생활환경을 만들겠다는 세심한 정부의 배려 때문이라는 건 무슨 아이러니인가?
수도 서울은 땅이 귀하다 보니 집 주인들은 같은 면적의 땅위에 되도록 더 많은 세대가 살수있는 집을 지어 수익을 늘리고 싶어 하지만 정부는 용적률(일정 면적의 대지 위에 건축 가능한 건축물의 지상면적의 배율)을 규제해 건축 면적을 제한한다. 자상한 정부의 생각에 용적률이 너무 높으면 도시가 콘크리트 덩어리로 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아 복잡해진다며 용적률을 제한하는데 지하로 들어가는 부분은 규제에서 제외된다.
그래서 같은 면적의 땅에 보다 많은 주거공간을 만들기 위해 집 주인들은 지하에 방을 만들고 세를 주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어찌 보면 돈 벌기에 머리를 쥐어 짠 악덕(?) 집 주인들 덕분에 그나마 가난한 사람들도 서울에 살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집주인들이 정부의 훌륭한 취지를 잘 이행했다면 빈곤층은 저 멀리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났겠지만...
과연 반 지하를 만들어 콘크리트를 묻어 놓으면 도시의 미관이 좀 더 나아지고, 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를 덜 혼잡하게 만들까? 결과만 놓고 보자면 정부는 규제의 목적은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빈곤층의 주거환경만 열악하게 한 것이다.
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드는 일은 정부나 일부 시민단체의 입맛대로 공원이나 만들고 용적률을 제한한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빈곤층을 반지하나 오랜 통근시간이 필요한 교외로 내몰거나 서울의 집값을 올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차라리 수요를 고려하여 용적률을 올려주되 토지 소유주가 떼돈을 버는 일은 막도록 용적률을 경매로 사게 하는 것이 옳다. 혼잡을 걱정하는 정부나 환경을 아낀다는 시민단체보다 이윤을 찾는 시장이 소비자를 주거생활을 더 행복하게 한다.
이글은 필자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2732628883452151&id=100001151983292)을 일부 수정하여 게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