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통과로 세상이 난리다. 사실 요즘 정부 정책이란 것이 실망의 연속이었던 터라 관심을 끄고 있었지만 30여 년 전 명색이 한국 주택 정책의 말단 실무자로 근무했던 사람으로 너무 모르는 것도 좀 창피한 일이라 간략히 확인해 보니 전월세 신고제, 임대료 인상 상한제, 2+2 갱신청구권제의 도입을 의미한다고 한다.
전월세 신고제는 어차피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경우 불가피한 것이지만 주택 임대자들은 국세청과 지자체에 중복 신고하는 불편 정도를 감수해야 할 듯하다.
문제는 종래 2년인 최소 임대계약 의무기간을 세입자가 원하면 4년까지 연장한다는 것이고, 월세는 물론 전세보증금까지도 5% 내에서 지자체 장이 조례로 정하는 바에따라 인상률의 상한을 규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정부가 세입자 보호를 위해 대단히 힘쓴 듯하지만 이익을 보는 것은 일부 운좋게 싼 값으로 세를 얻은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이다(비싸게 세 얻은 사람은 싼 곳으로 옮기기 어려워져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정부가 각종 규제와 세금 폭탄으로 공급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인구 감소 등으로 임차료는 하락 내지 제자리 걸음에 머물러 있을 상황이었으니 “병 주고 엉터리 약 파는 격”이다.
주택 가격이나 임대료는 주거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고 주민들은 가격과 편리성을 고려해 어디 살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런데 현 정부 정책은 어쩌다 운 좋게 싼 값의 세를 얻은 사람으로 하여금 (예컨대 직장이 바뀌어) 그 곳이 불편해지더라도 4년간 버티게 만들고, 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게 된다. 물론 임대인은 부자고 세입자는 가난하니 임대료를 낮추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그런 까닭일까? 이 법을 제안한 박주민 의원은 자신이 정한 임대료가 주변에 비해 낮다고 하면서 5%로 인상률을 제한한 법통과 얼마전 임대료를 9% 올렸고, 대통령 정책실장인 김상조는 법통과 불과 며칠전에 전세금을 15% 올리면서 핑계는 다른 집도 올렸다는 것이었다. 법률의 제안자나 정부의 정책 책임자까지도 문제는 다 알고 있었나 보다. 내로남불의 확신범들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임대료 규제는 임대주택 질 저하 또는 공급 감소를 가져와 집을 살 대안이 없는 저소득층의 부담을 증가시킬뿐이고 이를 해결한다고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것은 임대시장을 파괴해 천문학적 세금낭비와 함께 세들어 사는데도 심사받고 줄서야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정말로 세입자를 위한 정책을 하려면 포퓰리즘이니 뭐니 하더라도 저 소득층 혹은 기본복지 개념으로 모든 세입자에게 월 일정액(예컨대 가구당 50만원)의 임대료 보조를 해주거나 1가구당 일정액(예컨대 2억원)의 저리 임대보증금 대출을 지원하고 임대료 결정이나 주거 선택에는 정부가 손을 떼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오지랖 넓은 규제만 하지 않는다면 임대료가 오를 경우 불과 수 개월 내에 신축 혹은 리뉴얼을 통해 많은 주택들이 상상 이상으로 공급될 것이다(과거 다세대, 다가구 주택, 최근의 도형생활주택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아주 제한된 위치의 고급 주거지들은 천정부지로 오를 수도 있겠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 살면 되는 것이고,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더라도 고급 주택에 살겠다는 걸 구태여 싸게 묶는 배려를 통해 결과적으로 세금도 적게 걷는 어리석은 일을 이렇게 서둘러 할 필요가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