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의 Step.06

상담 선생님과 이별하기

by 구름조각

우울증을 겪고 거기서 벗어나는 과정은 직선 그래프를 그리지 않는다. 어떨 때는 좋아졌다가 어떨 때는 나빠졌다가, 방법을 찾기도 했다가 다시 길을 잃기도 했다가, 그 모든 일들은 심장박동의 바이탈 그래프처럼 뾰족한 산과 깊은 고랑, 낭떠러지와 수평선을 넘나드는 여정이다. 그리고 상담 선생님과도 언젠가는 이별할 때가 온다. 아픈 곳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받았다면 앞으로 건강해도록 노력하는 건 내 몫이다.


처음엔 5회의 상담을 받고 몇 달 후에 1회 상담을 더 받았다. 마지막 상담을 받았을 때 이제는 여기에 더 오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 선생님도 자주 만나고 싶지만 아프지 않을 때 만나고 싶다는 말을 하셨다. 언젠가 진짜 괜찮아졌다고 느낄 때 선생님을 만나러 가고 싶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우울증을 내 방식대로 극복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나를 괴롭히는 우울의 정체가 뭔지 알고 싶고, 나는 왜 계속 우울을 느끼는지 이유를 찾고 싶었다. 호기심을 느끼면 무엇 하나 지나치지 못하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시는 우울증에 무너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하니, 우울증을 알고 나를 알면 절대 다시는 우울증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상담이 5회 차가 될 무렵, 상담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이제 연애해야 돼요.

그런 처방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갑자기 연애라니... 실제로 그 시기에 만난 남자 친구가 있긴 했지만 연애가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내가 연애 중이라고 하자 선생님은 기뻐하면서 대신 조건을 하나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남자 친구에게 우울증이 있다는 걸 밝히지 말 것.


이유가 뭔지 물어보니, 우울증이 있다는 걸 말하면 나중에 남자 친구와 싸우거나 할 때 우울증이 내 약점이 되어 더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항상 그렇듯 가까운 사람이 주는 상처가 더 치명적이다. 그리고 내가 직접 경험해 본 바, 이 말은 사실이었다.


경고를 받았음에도 굳이 남자 친구에게 우울증이 있다는 걸 말했고 그 후 우리가 흔한 연인 간의 다툼이 있을 때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내 감정 기복이 되었다. 그리고 우울증이라는 명확한 병명이 나를 분명한 환자로 만들어 버렸다. 상대방도 나 못지않게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느꼈지만 그에게는 '정상인'의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한 코미디언이 말했듯 당뇨 진단을 받지 않으면 난 당뇨가 없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사회에서 만나는 수많은 정신병자들도 병명을 진단받지 않으면 정신병이 아닌 것이다.


마음이 불안하고 완전히 내가 홀로서기를 끝내지 못했을 때 시작한 연애는 당연히 불안정하고 삐걱댈 수밖에 없었다. 첫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서 생긴 트라우마를 다 지워내지 못한 자리에 얼룩덜룩 새 사랑을 칠해봤자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이후에 서술할 J와의 연애는 또 다른 좌절로 끝이 났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내가 우울증을 극복해 강한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하게 되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물론 강하게 성장하기 전에 또 바닥까지 추락했어야 했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섣불리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고 하면 크게 다치는 법이다. 사랑이란 그 자체로 너무나 강렬하고 깊은 감정이어서 타인의 사랑에 휩쓸려 나를 잃어버리기 쉽다. 그래서 그 시기에 만난 사람들, 모든 인간관계는 나를 잃어버리게 만들었고 그것에 지쳐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아니, 아니, 어쩌면 인간은 욕망과 충동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섹스의 욕망과 정복하고 싶은 충동이 곱게 화장하고 나타나면 사랑이라고 속일 수 있는 것이다. J와의 연애는 딱 그런 느낌이다. 투명한 사랑인 줄 알았는데 사실 그 안에는 끝없는 욕망과 정복욕이 가득한 판도라의 상자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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