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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Apr 23. 2021

나의 베스트 프렌드, Coffee

당신도 커피를 좋아하나요?

 우리 엄마의 증언. 내가 처음 커피를 마신 건 5살 무렵이다. 그때 믹스커피의 달달함에 빠져 어른들 마시는 커피를 홀짝홀짝 얻어먹은 게 시작이었다. 어린애가 커피에 맛 들이는 게 탐탁지 않았던 엄마가 커피를 찬장에 숨겨두면 기어코 의자를 밟고 올라가 커피를 찾아내곤 했단다. 그리고 나는 종종 유치원에 가는 길에 이웃집 아주머니들에게 "우리 엄마가 커피 마시러 오래요."라는 앙큼한 거짓말을 치곤 했다. 그럼 딸을 등원시키고 한숨 더 자려고 누웠던 엄마가 초인종 소리에 깨서 웬 커피 손님에 어리둥절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가 이웃들과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수다를 떨었던 그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다.


 그 후 커피가 몸에 좋지 않다는 설명을 이해할 만한 나이가 되어서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12살 때 엄마가 카페도 창업했기 때문에 커피에 대한 관심이나 고급 커피 브랜드에 대한 지식은 있었다. 다시 커피를 마신 건 중학생 때였던 것 같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 앞에 교회가 생겼는데 1층이 카페였고 커피값이 꽤 저렴했다. 내 최애 메뉴는 2200원짜리 화이트 카페모카였고 방과 후에 항상 친구들과 모여 앉아 두세 시간 수다를 떨고 날이 어둑해질 때쯤 헤어졌다. 그때 아마 배가 고프고 용돈을 받은 날이면 떡볶이집이나 돈가스집으로 갔고, 용돈이 여의치 않거나 오래 앉아 있고 싶으면 교회 카페로 갔었다. 그 시절의 커피야 달콤한 간식거리였지만 고등학생이 되고부터는 말 그대로 힐링 포션이나 카페인 약물 같이 커피를 마셨다. 그때 당시 커피를 너무 습관적으로 마신 탓인지 자주 손도 떨리고 부정맥이라는 처방도 받은 데다 밤에 잠들기도 어려웠다. 특히 밤에는 상념이 많아지고 우울한 생각도 많이 든다. 그럼 밤을 꼬박 지새우기 일쑤고 다음날 정신을 차리려 더 많이 커피를 마시게 되는 것이다.


 대학교에 들어와선 스타벅스에 푹 빠졌다.


아이스 바닐라라테 그란데 사이즈에
 시럽은 절반만 주세요.


 그렇게 4년을 스타벅스의 충실한 고객이 되었고 대학 졸업 후에 독일로 떠나선 내가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던 게 독일에서 매일 마시는 커피값이 감당이 안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독일 카페의 커피맛이 내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라인드 된 커피 가루 한 캔과 프렌치프레스 하나를 구매했다. 프렌치 프레스는 피를 뜨거운 물과 섞은 다음 커피 찌꺼기를 거름망으로 밀어 내려 위에 뜬 커피를 마시는 방식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핸드드립처럼 맑지 않고 불순물이 많이 섞인 날것의 커피맛이 난다. 그때 커피를 어떤 도구로 내리느냐에 따라 같은 원두라도 천차만별의 맛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았다. 프렌치프레스에 내린 커피맛은 투박하고 거칠다. 핸드드립처럼 공들여 커피의 향과 맛을 추출하지도 않고,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강한 압력과 높은 열로 커피의 좋은 맛만 뽑아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투박함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어 독일에서 생활하는 동안 나의 아침을 맡길 수 있었고 한국에 돌아올 때도 잊지 않고 챙겼다. 뽁뽁이로 돌돌 말고 옷사이에 숨겨 애지중지 챙겨 온 프렌치프레스는 허무하게도 한국 도착한 지 3일 만에 깨졌다.


 카페 포화시장인 한국에서 아무리 저렴한 커피라도 매일 마시면 가격이 만만치 않다. 거기다 일회용 컵 쓰레기가 금세 쌓이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다른 수를 찾아봐야 했다.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고

최대한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것

가격대가 합리적인 도구

좁은 주방에서 너무 큰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것

그런 조건들 때문에 종이필터 쓰레기가 계속 생기는 핸드드립이나 비싼 에스프레소 머신은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게 모카포트였다.


 모카포트는 하단 컵에 물을 넣어 끓이면 그 물이 열과 압력으로 가운데 층의 커피를 통과해 상단 컵에 커피가 고이는 방식이다. 이렇게 내린 커피는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 사이의 맛이 된다. 에스프레소가 되기엔 너무 묽고 핸드드립이라 치기엔 빨리 추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정에서 딱히 라테나 다양한 에스프레소 음료를 만들어 먹을 게 아니라면 모카포트는 훌륭한 대안이 된다. 그렇게 만든 커피에 적당한 양의 뜨거운 물만 넣어서 마시면 커피의 향과 맛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매일 아침과 휴식을 함께하는 커피이기에 단연 나의 소울메이트가 고양이라면 나의 베스트 프렌드는 커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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