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상처를 들여다 보라는 신호

당신도 우울증을 겪은 적 있나요?

by 구름조각

인생이 완전히 제멋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학교 다닐 때야 차근차근 배워야 할 지식과 치러야 할 시험, 준비된 다음 단계가 있었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으니까. 나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기에 완전히 길을 잃고 헤매기 시작했다.


28살 그 무렵은 내가 오랫동안 준비해 오던 인생의 계획이 어긋났고, 가족 공동체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친구들이 하나둘씩 떠나갔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시기이다. 나는 매일 밤 잠도 못 자고 천장을 보며 눈물을 흘리다 내 발로 심리상담가를 찾아갔다. 이러다가 내가 나를 죽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와 상담을 진행한 의사 선생님은 신경정신과 의사였다가 약물로 치료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 심리상담을 공부해 상담소를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나도 상담을 받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전문성과 경력을 가진 선생님을 찾아가면 좋겠다. 가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정신과나 상담소에서 더 상처를 받고 돌아오는 사람도 있으니. 권위가 있는 사람에게 듣는 무례한 진단이 더 치명적이니 조심해야 한다.


상담은 총 6회, 5회의 상담에 추가 1회를 진행했다. 일단 나는 나 자신이 우울증이란 걸 받아들였고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선생님이 스스로의 몸에 상처를 낸 적이 있냐고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한 번도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살기는 싫어요.
이렇게 우울해하면서 밤에 잠도 못 자고 불행하게 사는 게 싫어요.


나 자신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병원을 찾아갔다. 난 살고 싶었고 제대로 살고 싶었다.


그 상담을 계기로 난 내 우울과 만나고 그 뒤로 그 감정과 화해하고 함께 잘 지내는 법을 터득했다. 내 마음속에서 우울함을 완전히 버리거나 죽일 수 없다면, 우울과 잘 지내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총 2년간의 시행착오를 기록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따라 등산을 가면 나뭇가지에 눈에 띄는 색으로 매듭을 묶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는 산에서 누가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먼저 간 사람들이 표식을 남겨놓은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앞서간 사람이 남긴 표식을 따라 다음 사람들이 따르고, 또 다른 사람들이 뒤따라 걸어가면서 땅이 다져지고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이란 깊은 숲과 같아서 길잡이 없이 걸어가다 보면 길을 잃기 쉽다. 그래서 나는 내가 걸어온 길에 표식을 남기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려고 한다.


누군가가 나처럼 우울증이란 숲에서 길을 잃었다면 내가 남겨놓은 표식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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