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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Jul 17. 2021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이제는 진짜 별이 된 목소리, 아스트로너츠가 부른 <천문학개론>

    어린 시절 꿈은 천문학자였다. 하늘의 무수한 별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초등학생때 경북대학교 물리영재원에 들어가 물리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기대와는 달랐던 교육방식에 금새 흥미를 잃어버리긴 했지만 그 뒤로도 별은 늘 내안에 품는 꿈과 소망같은 것이다. 


    성인이 된 후로는 하늘의 별로 사람의 운명을 읽고 점을 치는 점성술에 심취하기도 했었다. 별에 얽힌 신화와 삶의 신비를 알려주는 점성술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다. 혼자 내 운명의 지도를 펼쳐 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인생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면서 이것저것 경험을 쌓았더니 이 지식도 꽤나 요긴한 것 같다.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의 사진 (출처: 위키백과)

    가끔 유투브에서 NASA 의 우주 영상을 틀어놓고 아름답게 펼쳐진 성운과 우주에서 본 푸른 지구를 넋놓고 바라보곤 한다. 저 무수히 많은 별들중에 하필 지구라는 곳에서 티끌만한 내가 숨을 쉬면서 살아간다니. 생명이란 그 자체로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심장은 팔딱팔딱 뛰고 있고 몸의 수많은 세포들이 바쁘게 생명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흐르면 성장과 노화를 거쳐 죽음이 온다. 우리의 삶의 궤적들은 모두 다른듯 하지만 멀리서 보면 다들 비슷한 것이다. 이 지구에서 어떤 인연으로 만나 살아가고 있는건지...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렇게 놀라운 인연의 실이 얼기설기 얽혀서 만나게 된 것이라면 만나는 사람들 모두 소중한 인연이다. 이선희가 부르는 노래 가사처럼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특별한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나에게 사랑을 알려주려 온 사람에게 감사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 이 지구를 여행하고 홀연히 떠나는 방랑자라는 것을 떠올린다. 


    사람의 목숨은 참 덧없다가도 그의 말 한마디, 작품 하나, 그가 남긴 사랑이 오래동안 세상의 울림을 주는 경우가 있다. 위대한 인물들은 그가 전하는 메세지로 세상을 크게 뒤흔들고, 어리석은 사람들을 깨우치며, 우리를 미래로 한걸음 더 발전시킨다. 그래서 남겨진 사람들은 의미심장한 부처님의 말씀에 목을 매고, 예술가의 작품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해 가슴앓이 하는 것이겠지. 


    이제는 별이 되어버린 보컬 이준수가 부르는 <천문학개론>이란 음악은 그런 느낌을 준다. 우주에서 창백하고 푸른 지구를 보는 느낌. 우주비행사가 말했듯 창백한 푸른 점에서 복작거리고 사는 인간군상들의 희노애락을 아주 멀리서 보는 느낌. 우리는 어쩌면 환영의 집에 갇혀 있는게 아닐까? 영혼의 성장을 위해 이 작고 푸른 학교에서 사람과 사랑을 배우는 것이다.  


    아스트로너츠라는 밴드는 2014년에 결성하여 2017년 3월 보컬 이준수가 탈퇴하고, 그해 8월 그가 사망하면서 다시는 그 무대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그의 생명은 꺼졌지만 여전히 그의 목소리가 남아 듣는 이의 마음에 울림을 남겨주고 있다. 그의 영혼은 이 창백한 푸른 점을 벗어나 어디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있을까. 


나라는 존재가 사라져도 나의 작품은 영원히 남는다. 


예술가들이 헛되어 보이는 것들에 목숨을 거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닐까? 나의 존재는 미약하지만 나의 목소리는 길이 남기를 바라듯이, 이 모든게 헛된 영광이라 해도 한번 불이 붙은 영혼은 쉽사리 식지 않는다. 


우리는 왜 사랑해야 하는가 

이 작고 창백한 점에서 서로 미워하고 싸우기에는 우리의 생명이 너무나 덧없기 때문이다. 

기회가 많지 않다. 

시간은 길지 않다. 

지금 당장 가슴뛰는 일을 시작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아껴줘라. 

내일로 미루는 당신에게 영원히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DGI_kDqJ10

<천문학개론> -아스트로너츠


참으로 작고 창백한 점 

이 별을 떠나 바라본 환영의 집은 

잊혀지지 않는 많은 너를 부르는 것들 

우린 그때로부터 얼마나? 


참으로 작고 사소한 너

이 별을 떠나 바라본 집은 

잊혀지지 않는 많은 무수한 너의 기억들 

우린 그때로부터 얼마나 떨어져있나? 


하지만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진 모든 걸 버릴 거야 

난 너와 함께 도망칠 거야 


아무도 우리를 찾을 수 없을 거야 

아무도 우리를 찾을 수 없을 거야 

아무도 우리를 찾을 수 없을 거야 


아무도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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