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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Jul 05. 2021

열기라는 생선을 구웠어요.

색다른 느낌의 생선구이 만들기

    열기라는 생선을 아세요?

    어머니께서는 기름진 고등어나 연어보다는 담백한 갈치나 조기 같은 생선을 좋아하세요. 단백질을 많이 챙겨 드셔야 하지만 고기는 부담스러우시니 대안으로 두부나 생선을 많이 드시고 있습니다. 생선 구이야 늘 맛있지만 기름이 튀고 냄새가 나는 것 때문에 쉽게 구워 먹지 못했어요. 대신 고등어나 갈치에 무를 넣고 조림을 해서 먹었는데 날이 더워지니 무가 맛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냄새 없이 기름 덜 튀게 생선 굽는 법에 대해서 고민해 봤어요.


    지난번에 어시장에서 살짝 말린 열기를 사 왔어요. 한 번씩 어시장에 가면 생선을 사서 냉동실에 쟁여놔요. 삼치 같은 것도 토막 낸 것을 종이 포일에 싸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보관해 두었다가 꺼내 먹으니 저렴하고 좋더라고요. 물론 요즘은 토막 낸 생선을 한 개씩 포장해서 냉동한 것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간편하게 드시려면 냉동 제품을 사는 게 좋겠지요. 그럼에도 새벽에 일어나 시장에 가는 건, 그 특유의 생기와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사는 상인분들께 감동을 받기 때문이에요. 분위기에서 오는 생생한 느낌 때문인지 늘 사려던 것보다 많이 사는 경향도 있지만요.


    열기라는 생선이 낯선 분들도 있겠죠? 저도 작년에 창원에 이사 온 후에 처음 열기라는 생선을 먹어 봤어요. 살짝 꾸덕하게 말린 생선이 오동통하니 귀엽게 생겼더라고요. 요 쪼끄만 게 먹을 게 있을까 싶다가도 막상 구워서 먹어보면 담백하니 맛이 좋습니다. 작은 생선이니 여러 개 구워서 각자 밥그릇 위에 올려놓고 손으로 가시 발라가며 먹는 맛이 있지요.


    열기의 다른 이름은 볼락이라고 해요. 붉은 볼락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귀엽게 뽈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네요. 반건조 생선을 구매하시면 거의 손질이 되어 있으니 상관없지만 등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서 드실 때 주의하셔야 합니다. 가위로 미리 잘라두고 굽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 외에는 잔가시가 많지 않아서 먹는데 불편한 생선은 아니에요.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열기를 어젯밤에 냉장실에 넣어 놓고 천천히 녹여두었어요. 냄새 없이 생선을 구우려면 에어 프라이기를 사용하거나 종이 포일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기듯이 바삭하게 구워보려 합니다.


    밀가루 두 스푼생강가루, 후추 약간, 소금 조금, 강황가루를 섞어 주었어요. 노란 강황을 넣으면 색이 노릿노릿하니 먹음직하고 생강가루나 후추가 냄새를 잡아줘요. 물론 후추는 높은 온도에서 타기 쉽기 때문에 살짝만 넣어주세요. 섞어놓은 밀가루를 체로 탁탁 쳐서 생선위에 뿌려주세요. 골고루 얇게 밀가루 옷이 묻어야 기름이 안 튀어요. 그리고 이 열기가 반건조라 표면에 물기가 적어서 밀가루가 얇게 발리는데 물기가 많으면 밀가루가 떡지기 쉽습니다. 표면의 물기를 잘 제거하고 밀가루를 묻혀주세요.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둘러주세요. 집에서 튀김을 하기 어려운 게 튀긴 후에 기름을 버리는 게 번거로워서 그런 것 같아요. 반은 굽듯이 반은 튀기듯이 생선을 굽는 게 그나마 대안인 것 같아요. 처음엔 강한 불에 기름을 잘 달구어 주시고 중불로 낮추세요.


    뭐든지 구울 때는 예열이 중요한데요, 프라이팬의 열기가 기름에 전해지고 난 후에 재료를 얹어야 눌어붙지 않습니다. 팬과 재료 사이에 열기를 전달하는 것이 기름 역할이니 기름을 잘 달구어야 재료에 열기가 골고루 전해지겠죠? 앞 뒷면 뒤집어가며 익혀주시고 몸통의 도톰한 부분은 팬 가장자리에 세워서 더 익혀줍니다.

    밀가루와 기름이 만나서 바삭바삭하게 익으면 정말 맛있죠! 종이 포일을 꾸깃꾸깃 구겨서 먹음직스럽게 구운 열기를 놓고 쪽파를 쫑쫑 썰어서 뿌려줍니다. 파의 향이 섞여서 냄새도 좋고 보기에도 좋아요. 이렇게 구우면 간이 강하지는 않기 때문에 양념장을 곁들이시거나 고추냉이 간장을 만들어서 함께 드시면 됩니다. 저는 담백하게 먹는 게 좋아서 양념장 없이 먹었습니다.


    며칠 동안 비가 많이 와서 집안이 꿉꿉해요. 이런 날 생선을 굽다니 냄새가 너무 신경 쓰이겠지만 후드 열어두고 밀가루 묻혀 구우니 생선 냄새가 그리 심하지 않았어요. 밀가루에 섞어둔 생강가루 덕에 냄새가 불쾌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남은 밀가루는 기름 묻은 프라이팬을 설거지하실 때 사용하세요. 밀가루 뿌려서 종이나 키친타월로 슥슥 닦아놓고 설거지하시면 깔끔하게 잘 닦입니다.


    글에도 묻어나겠지만 저는 대체로 알뜰하고 절약하는 성격이에요. 아끼는 걸 궁상맞다고 싫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평소에 늘 이렇게 살아서 불편하다거나 귀찮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절약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주머니 사정이든 가정에서 크고 작은 지출이든, 크게는 나라의 세금과 지구의 자원까지 우리에게 무한히 허락된 것이 없으니까요. 정해진 양 안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면 사소한 것부터 절약하고 아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으로 돈도 아끼고, 자원도 아끼고, 사람도 아끼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깐깐하고 화끈한 타입은 아니지만 저 같은 사람도 세상에 쓸모가 있죠.


    열기 하나 먹다가 절약정신까지 오다니 오늘도 영 엉뚱한 곳으로 갔네요. 그동안 세대갈등으로 글을 쭉 썻으니 당분간은 음식과 음악에 대한 편안하고 재미있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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