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먹어본 것만♥
일명 마약빵이라는 괴랄한(?) 이름을 가진 삼송빵집의 옥수수빵입니다. 마약빵, 마약김밥이라는 것이 유머러스한 별명이 될 수 있었던 건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었기 때문이죠. 요즘 뉴스 보면 그렇지만도 않아서 마약빵이라는 이름을 조심해야 하는 건 아닌가... 우려스럽네요.
달달한 옥수수 알갱이가 톡톡 터지는 맛이 매력적이고, 빵의 겉에도 부드러운 소보로 같은 토핑이 있어요. 이 빵 한 개와 우유 한팩을 먹으면 제법 든든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더 추천드리고 싶네요.
서울역에서 KTX 타고 동대구역 내리시면 삼송빵집과 반월당 고로케 지점이 있습니다. 본점은 아니지만 회전율이 좋아서 그런지 금방 구운 따끈한 빵을 많이 팔더라구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 있다가 방금 오븐에서 나온 뜨끈한 빵을 쟁반에 집어서 계산하곤 했어요. 그 사람들이 늘어선 줄과 갓나온 빵에서 풍기는 달콤한 냄새가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었어요. 최근에는 코로나 여파인지 줄 서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도 언젠가 대구에 오실 일이 있다면 한번쯤은 꼭 먹어야할 대구 대표 빵이라고 생각해요.
찐빵은 사실 저희 어머니 취향이시고 저는 이 집에서 파는 만두를 더 좋아합니다. 왕만두와 찐빵을 같이 파는데 고소하고 달달한 팥이 들어있는 찐빵만큼 후추향이 강한 고기만두가 맛있어요. 그래도 어머니의 입맛을 점점 닮아가는지 가끔 이 단팥이 듬뿍 들어있는 찐빵이 그립습니다.
한 박스 사서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간식이나 일요일 아침 브런치로 먹기 좋았어요. 커피 한잔에 찐빵은 꽤 괜찮은 조합입니다. 여름보다는 겨울에 따끈한 찐빵이 더 생각나잖아요. 택배로 주문하실 수도 있으니 냉동실에 한 박스 챙겨두시면 든든하죠. 근데 가창 찐빵은 지역의 이름이고 특정 상호명은 아닙니다. 가창에 가시면 찐빵과 만두를 파는 집은 수십 곳 보실 거예요. 사실 다 비슷해서 어디가 더 맛있다고 추천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혹시나 가창 찐빵을 드셔 보신 분은 댓글로 추천해주세요^^
단팥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겨울에는 늘 단팥죽을 찾으시는데, 이때 이 오월의 아침 단팥빵을 드리면 잠깐 단팥죽을 잊으시죠. 단팥죽만큼이나 묵직한 팥소가 잔뜩 들어가 있는 빵이거든요. 왼쪽 사진 보면 아시겠지만 빵껍질은 그저 단팥을 감싸주는 옷에 불과합니다. 단팥에 하얀 생크림을 같이 넣은 빵도 있는데 그것도 맛있어요. 단팥과 생크림이 잘 어울린다는 조합은 누가 발견했는지... 우유와 단팥빵이 잘 어울리니 크림과 단팥의 조화도 마땅하게 여겨지네요. 아참! 그리고 이곳의 크루아상도 풍미와 고소함이 특별합니다. 살짝 오븐이 20초 정도만 데워주면 따끈하게 버터가 녹아 향이 끝내줘요.
지금 대구에 살지 않지만 아직도 제 생일 케이크는 여기 르배에서 삽니다. 곧 제 생일이라 르배에 전화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사진에 나오는 딸기 케이크는 우유 크림에 가벼운 시트 질감이 공기처럼 사르르 입에서 녹는 케이크입니다. 딸기가 나오는 철에 한정상품처럼 팔았던 것 같아요. 옆에 있는 검은 케이크는 초콜릿 시트에 생크림이 잔뜩 올라가 있고 그 위에 다크 초콜릿 가루가 뿌려져 있어요. 처음 이 케이크를 먹고 "너무 맛있어서 잔인한 케이크네..."라고 울상을 지었죠. 그날 다이어트를 결심했었거든요... 넵, 케이크 한입 먹고 바로 다이어트 포기했습니다.(저만 이러는거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르배에는 크리스마스 시즌 빵도 판매하는데 독일에서 먹었던 슈톨렌 같은 빵이에요. 묵직한 빵 사이사이에 건조 과일들이 잔뜩 들어가 있어서 달고 쫄깃하게 씹히고 겉 부분에는 눈처럼 슈가파우더를 잔뜩 뿌려줍니다.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르배에서 케이크와 이 크리스마스 빵을 사서 먹었는데 작년에는 이사 준비하고 이래저래 바빠서 잊어버렸네요. 올해 겨울을 노리고 있습니다.
반월당 크로켓은 튀긴 빵임에도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면서 포숑포숑한 빵 맛이 일품입니다. 이 포숑 포숑이라는 말이 뭐냐면 탄력이 있으면서 공기감이 느껴지는 그런 식감을 설명하기 위한 표현이죠.(이상하다는 거 저도 알아요...) 어쨌든 고로케이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인데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을 일정 비율로 반죽하고 세번 발효해서 얻은 식감이라고 하네요. 사장님의 연구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건 야채고로케이지만 저는 카레와 부추잡채가 맛있었어요. 매콤하고 알싸한 카레고로케도 일품이지만 부추 향이 물씬 올라오는 부추잡채고로케도 맛있습니다!
전문 빵집은 아니지만 이곳 디저트가 아주 맛있어서 추천드리고 싶어요. 티클래스 커피는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고 사장님께서 대회도 출전하시는 곳이라 그런지 음료의 퀄리티도 아주 높습니다. 흔치 않은 융드립 커피도 맛볼 수 있는데 종이필터가 커피의 지방을 빨아들이는 것과 달리 융드립은 커피의 깊고 진한 맛이 잘 우러나요.
이곳의 디저트는 크레이프 케이크(딸기, 치즈, 초코, 캐러멜), 마들렌, 다쿠와즈(몽블랑, 자몽, 초콜릿), 레어치즈케이크, 푸딩 케이크 등이 있어요. 종류도 많지만 다 맛이 좋아요. 저의 추천은 차갑게 먹는 푸딩 케이크인데 바닐라 푸딩과 촉촉한 케이크 시트를 먹는 맛이 일품이죠. 다쿠와즈도 마카롱의 코크 같은 아몬드 가루 케이크 시트에 묵직한 크림이 잔뜩 들어있어서 바삭하고 부드러운 맛이 좋습니다. 얼그레이 다쿠와즈와 시원한 냉홍차를 같이 드셔 보세요.
마들렌 베이커리는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 단골집이었습니다. 이 가게는 시식 빵을 엄청 많이 준비해 놓으시거든요. 늘 용돈이 부족했던 중학생 시절 이 빵집에 들러서 시식 빵을 야금야금 먹고 작은 빵 한 개 사 오곤 했는데, 싫은 내색 없이 늘 친절하셨던 사장님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번창하셔서 분점도 많고 진열하는 빵의 가짓수도 엄청 많더라고요.
마들렌 베이커리는 발효빵이 맛있어요. 이탈리아식 식사빵, 포카치아나 바질향이 나는 바질 크런치 빵이 독특하고 맛있습니다. 이런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빵들이 독특한 게 많았어요. 제가 담백하고 짭짤한 빵을 선호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이 가게는 넣을지 말지 고민했어요. 사장님께서 2020년 4월 10일에 가게 영업을 종료하시고 가게 이전을 준비 중이시라는데 아직 소식이 없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먹었던 초콜릿, 마카롱, 마들렌, 카눌레 같은 프랑스식 디저트들이 특별히 맛있었기 때문에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그 맛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꼬르동 블루에서 공부하셨다는데 디저트의 맛이 정통파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첫 가게도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인스타그램으로 제법 알려졌어요. 슈크림과 생크림이 적절하게 배합된 딸기 케이크도 맛있고, 여기서 먹는 치즈케이크 마카롱과 레몬 마들렌도 맛있었어요. 제빵이라기보다 제과 쪽이라 식사용 빵은 없지만, 심하게 달지 않고 차나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과자 종류가 다양했어요.
사장님 응원합니다! 곧 돌아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