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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Aug 22. 2021

'연애'의 멱살을 잡고 싶다.

왜 이렇게 어려워서 우리를 주눅들게 만드는지.

    최근 도서관에 갔다가 추천 도서 책장에서 아주 흥미로운 걸 발견했다. '연애'라는 한 카테고리 안에서 6권의 각기 다른 책이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제목을 주르륵 읽어보았다. '연애하지 않을 권리', '이토록 매력적인 내가 왜 혼자일까', '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 '헤어짐을 수업하다', '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 책들을 정리한 사서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왠지 한 편의 서사가 있는 배치였다.


연애하지 않을 권리를 외치지만 사실 나는 꽤 매력이 있는데 왜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을까 고민되어 심리학에 빠져 헤어짐을 수업했더니 연애는 남의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음에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지를 고민하는 의식의 흐름인가?

 


◈연애하지 않을 권리.-엘리

https://brunch.co.kr/brunchbook/lovebrain

이토록 매력적인 내가 왜 혼자일까-임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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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이철우

http://www.yes24.com/Product/Goods/2974201

헤어짐을 수업하다-쑨중싱

http://aladin.kr/p/G14KD

어차피 연애는 남의 일.-도대체

http://www.yes24.com/Product/Goods/61943836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알랭 드 보통

http://www.yes24.com/Product/Goods/2659394



    책 내용조차도 비연애주의자의 에세이, 여자에게 주는 연애 코칭, 심리학, 카툰 에세이, 소설 등 다양하기도 하다. 장르도 다양하고 작가도 다양한 책장을 보면서 잠시 혼란을 느꼈다.


연애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책장을 보니 연애가 어렵다는 건 확실한 것 같네.


    사실 모든 사람이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태생이 '외로운 늑대'과여서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는 식으로 산다. 그런 사람에게는 '자신을 따르던지, 아니면 떠나던지' 두 종류의 사람만 있을 뿐이다. 지난 연애에서 그런 독불장군 스타일을 만나본 바, 이런 사람은 상당히 피곤하다.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는 것도 없고 가치관을 타협하는 경우도 없었다. 그저 자기의 기분이나 신념에 맞는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만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내가 자신에게 잘 맞춰줄 때만 사랑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남보다 못할 정도로 매몰차게 변했다. 이런 이분법적인 태도가 사람을 참 정나미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러니 그에게 친구가 몇 없는 것도 이해가 된다. 내가 떠난 후에 또 자기에게 맞는 여자를 찾아다니겠지... 세상은 넓으니 그에게 맞춰줄 여자가 한 두 명 정도는 있을 것이다.(헤어졌으니 이제 내 알바 아님.)


    오히려 관계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그런 이분법적인 태도보다 상대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관계 안에서 우리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그 안에서 주고받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연애에서 다양한 역할 수행은 지루하지 않은 관계를 만들어 준다. 연인 사이에서도 때로는 부모처럼 돌보기도 하고 친구처럼 놀기도 하고 서로에 대한 욕망을 품기도 한다. 이렇게 '연애'라는 한 관계에서도 여러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자 친구가 늘 아버지처럼 여자 친구를 돌보거나 키우려는 것도 이상하고, 반대로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에게 늘 어머니처럼 의지하는 것도 비정상적이다. 그런 관계는 독립적인 두 명의 사랑하는 관계라기보다는 유년기의 애정결핍을 연애로 대체하려는 것 같다.


    일방적으로 퍼붓는 관계나 한 사람만 희생하는 관계도 비정상적이다. 그렇게 한 명의 희생으로만 지탱하는 관계는 늘 위태롭다. 관계는 늘 양팔저울 같아서 한쪽의 마음의 무게만큼 반대쪽 마음의 무게도 비슷해야 균형이 맞는다. 한쪽에 너무 큰 마음을 두면 저울이 고장 나는 것처럼 우리의 관계도 고장 나게 된다. 사랑은 마냥 기다려주고 기쁘게 내 것을 내어주는 것이지만, 연애는 서로의 마음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핵심이 있다.

몸무게가 아니라 마음의 무게가 비슷해야 됩니다..

    한때는 나도 사람에게는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게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연애에 뛰어들었다가 씁쓸한 실패만 맛봤다. 관계에서의 실패가 이별인 건 아니다. 이별은 그저 자연스러운 사랑의 단계일 뿐이니. 관계의 실패라 함은 상대가 나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을 막지 못했고, 사랑보다 나의 자존감을 선택하는 단호함이 없었고, 내 의지보다 상대의 의지에 의해 관계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사랑에는 진심이 필요하지만 연애는 진심만으로 할 수 없다.


    몇 번의 실패로 뼈저리게 배운 것이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서로의 마음을 가늠하고 균형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실용적인 밀당의 기술이 필요하다. 호감 있는 상대를 유혹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상대를 나에게 홀딱 빠지게 만들고 불타오르는 사랑에서 대책 없이 모든 걸 태워버리지 않을 만한 기술. 그리하여 두 사람이 관계의 늪에서 빠져 죽지 않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 더 성장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기술. 어쩌면 이런 기술 연마가 어려운 연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회생활에도 실용 처세술이 있듯이 우리의 사랑에도 실용 연애술이 있을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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