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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Apr 29. 2021

글쓰기의 동기부여

난 왜 글을 쓰는가?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잠깐 스쳐가는 아이디어, 과거의 기억, 갑작스러운 깨달음, 새로운 대상에 대한 호기심 등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내 머릿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냄비 같아서 생각들이 끊임없이 기포처럼 떠오르고, 사라지고, 또다시 떠오른다. 물이 끓고 있는 냄비를 데우는 불의 정체는 무엇인가. 순수한 호기심인가 끝이 없는 욕망인가.


    머릿속 생각을 종이에라도 옮겨 놓으면 마음이 편하다. 어릴 때부터 고민이 있으면 그걸 종이에 쭈욱 적어 놓곤 했다. 푹 자고 나서 다음날 맑은 정신으로 보면 참 우스운 고민이었다. 가볍고, 별 볼일 없어 잠깐의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없는 고민. 난 망설임 없이 종이를 구겨 버리고 고민도 함께 던져 버린다.


    쓰는 버릇은 지독한 고교 생활과 치열한 대학시절을 버티게 해 줬다. 불안, 자기 연민, 자학적 자아비판, 친구들과 서운한 일, 부끄러운 짝사랑의 기억들을 적어놓은 기록들은 내가 걸어온 길에 남은 발자국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꾸준히 난 일기장에 고민을 쓰고, 깨달음을 기록하고, 다짐을 새겨둔다.


    그런 삶의 기록들이 엄청 큰 자산이라는 건 나이 30살에 처음 느꼈다. 지난 발자취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 인생을 헤매는 나에게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사실 마땅히 길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기록이 남은 12살부터 지금까지 난 항상 갈피를 못 잡고 살아왔다. 그래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혼란을 겪고 헤매는 것이 나의 인생이라면, 토네이도 끝에 오즈의 나라로 도착할지를 기대하고, 파도에 밀려 낯선 섬으로 가게 될지를 기다린다. 인생사 내 마음대로 될 수 없다면 그저 마음 편히 즐길 뿐이다. 


    생각해보면 이 일, 저 일 전전하며 항상 관심사가 바뀌던 내가 유일하게 꾸준히 해 온 것이 글쓰기이다. 중학생 시절부터 모인 크고 작은 일기장들. 쉽게 지루해하지 않고 중간에 도망치지도 않고 마음이 힘들 때마다 돌아가던 곳이 글쓰기였다는 것이다. 지금도 글을 면서 머릿속 엉킨 실타래 끝을 찾아내 종이 위에 올다. 만년필이 노트 위에서 유연하게 춤을 추며 엉킨 실타래를 풀어놓아 그럴듯한 한 편의 글로 짜 놓는다. 완성작은 포근한 니트 스웨터 같다. 쓰레기 같은 생각 꾸러미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꽤 쓸만하다.


    어렸을 때 그림을 그리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이미지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 종이 위에 옮겨 놓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주로 남들의 그림을 트레이싱하기보다, 내가 생각해 낸 것들을 연습장에 그려놓곤 했다. 내 그림에 선생님들이 칭찬하고, 지나가는 친구들이 연습장 한 장씩 떼어 갔었다. 그렇게 연습장 한 권을 빼곡히 그려대면, 또 다른 연습장을 빼곡하게 채우고 그렇게 늘어가는 그림 실력으로 대학입시에도 도전했다. 입시 결과는 좋지 못했지만 그림을 그리던 시간들은 참 행복했다. 그렇게 몰입하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에 고통받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아마 내 머릿속을 부글부글 끓여대는 열기의 정체는 나를 표현하려는 욕망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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