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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Aug 25. 2021

술안주도 아무거나 먹을 수 없죠!

8월 25일 <쿠쿡의 보이스 쿡> "음식을 만들 때 무엇이 어려운가요?"

    음식을 만들 때는 뭐가 제일 힘드세요? 재료 손질부터 뒷정리까지, 사실 요리는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고되고 귀찮은 노동인 것 같아요. 저도 가끔 요리가 귀찮아서 그냥 사 먹고 싶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또 재료를 하나하나 손질하고 이것저것 재료를 끓여 맛을 내다보면 요리에 빠져들게 돼요. 그렇게 한 그릇의 음식을 만들어 맛있게 먹고 나면 "아, 이 맛에 요리를 하는 거지!"싶단 말이죠? 내 입맛과 내 가족의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준비하는 그 즐거움이 요리를 하게 되는 동기인 것 같습니다.


▶돼지고기 넣은 김치전(김루아님 레시피)

    김치전을 할 때 다진 고기를 넣어서 부치면 맛있어요. 근데 음식을 만들고 나면 설거지나 정리가 너무 힘들어요. 요리를 정말 잘하는 분들은 요리하면서 동시에 설거지하시기도 하더라고요. 설거지뿐만 아니라 가스레인지 근처에 튄 음식이나 기름방울을 닦고 정리하는 게 참 귀찮죠. 정리를 잘하는 건 습관을 들이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익숙해지면 깔끔하게 음식도 할 수 있겠죠?


▶홍합탕(구름 조각의 레시피)

    굵은소금과 솔로 닦아서 홍합을 깨끗하게 닦아주고 족사를 제거해 줍니다. 헹궈주고 소주도 조금 부어서 끓여주세요. 알코올이 비린내를 날려줍니다. 여기에 대파청양고추, 홍고추 잘라서 넣어주고, 다진 마늘도 한 스푼 넣어주세요. 저는 칼칼하게 먹고 싶어서 페페론치노도 두어 개 넣었습니다. 맑은 국물은 소주 안주로 잘 어울리죠.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뜨끈한 국물이 당기기 시작했어요.


▶토마토 달걀 스크램블(gh님의 레시피)

    토마토 달걀 볶음을 스크램블로 만들었어요. 중식당에서는 촉촉하고 물기가 있는데 집에서 하니까 그 맛이 잘 안 나네요. 토마토 달걀 볶음 같은 기본 중식이 생각보다 맛 내기 어려워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토마토의 감칠맛과 예쁜 색으로 단순해도 그럴싸해 보이는 요리가 되는 것 같아요.


    가장 어려운 요리는 해산물인 것 같아요. 손질하기가 까다롭고 어려워서요. 생선 손질이나 오징어 손질이 어려운데 사실 오징어는 내장이 참 맛있어요. 손질 안된 신선한 오징어를 사서 내장을 살려 먹어도 맛있어요. 울릉도에는 갓 잡은 오징어의 내장으로 탕을 끓이는 별미가 있다고 합니다. 통찜은 내장까지 쪄서 먹는데 신선한 내장이 소스 같은 느낌이 나요. 붉은빛이 진하고 싱싱한 냄새가 나는 오징어를 고르는 게 팁입니다. 생선은 아가미가 신선하고 점액이 없는 것으로 고르는 것이 팁입니다. 생선의 내장을 꺼낼 때는 등 쪽을 따서 배 쪽의 기름진 살을 보존해주세요. 손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양새도 맛도 달라져요. 생선의 비늘은 비린내가 나고 식감도 좋지 않으니 깨끗하게 제거해 주세요.


▶가자미 미역국(쿠쿡님 레시피)

    가자미 살을 발라내어 을 부쳐두고, 가자미 뼈국물로 육수를 만듭니다. 미역국을 따로 끓인 다음에 육수를 넣어주고 마지막에 가자미 전을 올려 살짝 끓여줍니다. 정성이 대단한 만큼 깊은 맛이 나고 먹기에도 간편해요. 가자미는 잔뼈가 많아서 일일이 발라서 먹기에는 귀찮은 감이 있죠. 레시피만 들어보면 가히 궁중음식 같은 고급요리 같아요.


▶닭다리살 구이(why와 님 레시피)

    닭다리살 정육을 에어 프라이기에 구워서 간장 마늘 소스에 살짝 졸여줍니다. 영화 <극한직업>에 나오는 수원 왕갈비 통닭 같은 느낌의 맛일까요? 소스에는 간장, 마늘, 물엿, 설탕만 넣고 간단하게 만들어요. 물엿을 넣어야 코팅이 된 듯 반지르르한 모양새가 나죠. 간단하고 맛있는 음식이 될 것 같아요.


    요리를 할 때 가장 어려운 건 '간'을 맞추는 거예요. 간은 사실 맛을 낸다는 의미이죠. 짠맛뿐만 아니라 다양한 맛의 조화를 맞추는 게 어렵기도 해요. 또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 매번 미묘하게 다른 간을 잡아야 해요. 사실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간을 맞추는 것에는 '상대방의 취향'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상대를 잘 알아야 적절한 간을 맞추는 거죠. 그러니 가족을 위해 하는 음식과 판매용 음식이 다를 수밖에요. 대중의 입맛을 맞추느냐, 가족의 입에 맞는 간을 맞추느냐의 차이죠. 판매용 음식은 늘 같은 맛을 유지해야 하니 레시피를 정량화할 수밖에 없지만, 가족을 위한 음식은 감각으로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시메사바와 명품진로(forest piano님의 안주)

    시메사바는 소금과 식초에 절인 고등어 초절임이라고 합니다. 증류 술과 잘 어울리는 안주겠네요. 식초가 생선의 살을 탱탱하게 만들어 주고 살균작용도 해준다고 하네요.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서 빨리 죽고 빨리 산패하는데 식초로 보존해 회로 먹는 음식입니다.

    나물류 반찬을 하면 나물을 데쳐서 물기를 꼭 짜내는 게 참 힘들 때가 있어요. 생각보다 음식을 할 때 힘이 필요할 때가 많아요. 특히 가족이 많으면 양이 많아서 노동량도 상당하죠. 재료의 물기를 제거하는 것이 맛을 내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연어스테이크(joy님 레시피)

    생연어를 구워서 화이트 와인으로 냄새를 살짝 날려주면 맛이 좋습니다. 버터와 로즈메리로 아로제(Arrose) 해주면 풍미가 좋습니다. 소스는 좋은 발사믹을 뿌리는 걸로 충분합니다. 가니쉬에는 양파가 연어와 잘 어울려요. 이번에 무화과방울토마토를 곁들인 샐러드를 같이 먹었어요. 냉장고 털이용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근사하네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 때는 새로운 식재료나 음식에 도전하는 게 힘들 때가 있어요. 특히 고기 특유의 육향이 거북할 때가 있어요. 일종의 초딩입맛이라 먹던 것, 익숙한 것만 좋아해요. 한식의 다양하고 깊은 맛을 먹는 게 즐기는 게 어렵네요.  


▶살치살 스테이크와 크림드 스피니치(쿠쿡님 레시피)

    생크림에 시금치를 넣어 졸이면 스테이크와 잘 어울리는 가니쉬가 됩니다.


▶백합 조개탕(쿠쿡님 레시피)

    백합조개로 국물을 내고 감자, 호박, 수제비 넣고 먹었죠. 조개국물이 참 맛있었지만 사실 멸치육수에 액젓으로 간하고 감자를 넣고 수제비를 해 먹는 게 더 맛있어요. 수제비에는 꼭 감자가 들어가야죠!


▶파김치(장미꽃향기님 레시피)

    사실 파를 하나하나 다듬는 게 참 귀찮고 힘들어요. 다듬다 보면 속에서 불끈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지?" 이런 생각이 들죠. 그래도 직접 다듬는 게 더 신선할 것 같아서 흙쪽파와 손질 쪽파 중에서 늘 고민해요. 특히 달래나 냉이 같은 흙이 많이 묻은 나물류는 손질하기가 까다로워요. 손질이 참 번거롭긴 한데 향이 좋은 달래는 달래 페스토를 만들어도 맛있어요. 달래 양념장과 굽지 않은 생김의 조합도 최고예요. 쪽파를 다듬어서 액젓에 담가서 절이고 양념을 해주면 금방 먹을 수 있는 파김치가 됩니다.


    오늘은 군침이 도는 술안주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저도 오늘 홍합탕 끓여서 소주 한잔 할까 하다가 시간이 부족해서 홍합탕은 가족에게 양보하고 <쿠쿡의 보이스쿡>에 먼저 참여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데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만큼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아서 그렇겠죠?


    많은 분들이 느끼는 요리의 고충을 듣다 보면 정말 공감돼요. 채소를 다듬는 수고로움, 해산물을 다듬는 수고로움을 견뎌낼 수 있는 건 그만큼 요리를 사랑하기 때문이죠. 그런 수고가 시간낭비인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은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하겠지만요. 오늘 레시피 읽으면서 차라리 그 시간에 돈을 벌고 음식은 사 먹을 거라고 다짐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즐거움 때문에 요리를 놓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채소와 생선 다듬기가 참 귀찮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요. 육류도 말이죠. 만약 치킨을 먹기 위해 닭의 목을 비트는 것부터 시작했다면 이렇게 쉽게 치킨을 먹을 수 없었을 거예요. 쉽게 누리는 편리함은 다른 사람의 노동에 기대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나의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죠?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상대의 존재가 내가 속한 사회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오늘의 방을 마무리했어요. 오늘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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