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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Sep 09. 2021

썸과 연애, 미묘한 밀당의 기술

우리가 알아야 할 실용 연애 기술 1.

    밀당이란 단어만 들어도 진절머리 치게 싫은 사람은 조용히 돌아가 주길 바란다. 이 글에는 당신이 찾는 것이 없다. 나는 연애라는 것이 늘 사람을 좌절하게 만드는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폭발하는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며 헤어진 후에는 이별의 아픔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이 모든 연애의 각 단계에서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도전(Challenge)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서술할 내용은 이 모든 단계에서 사용할 실전 기술이나 유용한 공략집 같은 것이다. 


    게임을 할 때 어떤 사람은 현질로 아이템을 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경험치를 쌓아서 레벨을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이는 다른 사람의 시행착오를 겪어 노하우를 쌓고 효과 있는 공략법을 구해서 레벨업을 하기도 한다.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도 갖은 노력을 하는데 연애에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누가 말하겠는가? 누군가 연애의 늪에서 헤매고 있을 때 도움이 될 만한 실용 연애 기술서가 필요한 시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겪고 우리의 눈물을 모아 모아 만든 실용 연애 비법서를 써보려고 한다.


연애, 이제는 똑똑하게 해야 할 때

    그래. 연애라는 게 사람을 참 치졸하게 만든다. 설레고 사랑스러운 감정을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치졸한 질투나 유치한 감정싸움을 하게도 만든다. 나라는 인간이 이렇게나 미숙하고 못난 인간이었나 좌절하게 만든다. 매일 상대방과 나의 감정을 저울질하며 더 사랑하는 내가 을이 된 것 같아 우울하게 만든다. 함께 행복한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몰라 늘 불안한 게 만든다. 알 수 없는 상대의 감정이 답답해 연애 조언 글을 찾아다니고 타로카드를 뒤적여 보게도 만든다. 이게 다 누구의 이야기이냐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보통 연애 관련 콘텐츠는 타깃층이 20~30대 여성이다. 그렇지만 남자들도 못지않게 연애를 어려워하고 특히 복잡한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왜 그녀는 밤새 통화하고 함께 여행을 가고서도 사귀는 건 아니라고 선을 긋는지. 왜 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식어서 이별을 고했지는지. 왜 그녀는 마음을 줄 듯 말 듯 애태우기만 하고 남들에게는 나를 친구라고 소개하는 건지. 남자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썸 단계에서의 밀당'이다. 


    반대로 여자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시기는 관계의 안정기일 것이다. 연애 초반에 불타오르던 남자 친구가 미적지근하게 변했다는 고민이나, 남자 친구가 더 연락을 잘하게,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들고 싶다는 고민이 대부분이다. 남자에게는 좋아하는 여자와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가 중요한 고민이라면, 여자에게는 이미 시작한 관계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하는지가 중요한 고민인 것이다. 시대가 아무리 변했고 남녀의 일반적인 행동양식이 흐려졌다고 해도 연애와 관계를 대하는 태도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나는 남녀가 완전히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안에서 남녀는 서로 다른 신체 메커니즘과 호르몬과 사회화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러니 애초에 두 집단의 차이가 있음을 인지하고 연애에 대한 해법을 찾아보는 것이 냉정한 태도일 것이다. 


밀당의 목적

    밀당을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생각해보자. 내가 생각한 밀당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이다.

1. 감정의 농도를 파악하기. 

    두 사람의 감정이 늘 비슷하게 깊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사귀기도 전에 이미 결혼한 후 태어날 첫 아이의 이름을 짓기도 한다. 늘 마음이 앞서가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애정과 열정의 차이가 있어서 어떤 사람은 감정이 늦게 뜨거워지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빨리 타오르고 빨리 식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고백의 타이밍을 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감정의 농도를 가늠하는 것이다. 나 혼자서만 들떠 있는 게 아닌지, 상대도 나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2. 두 사람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관계의 거리를 설정하기.

    밀당의 가장 핵심은 두 사람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마음의 거리를 설정하는 것이다. 마음과 감정이란 실체가 없으므로 서로의 마음을 견주어 비교해볼 수 없다. 그러니 미묘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 밀당의 핵심인 셈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이 나란히 비슷하게 관계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밀당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3. 관계 안에서 즐거움을 즐기기.

    사랑이란 괴로움이나 집착이나 미련이 아니다. 그런 잘못된 관계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유독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이나 사생활 침해에는 낭만적인 면죄부가 씌워진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전화번호부를 삭제하고 의심하고 친구관계를 끊어놓는다. 나는 사랑 만능론자가 아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집착하고 서로 괴롭게 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감정을 다 쏟아내느라 급급한 것이 아닌, 뜨거운 사랑을 하는 관계에서도 냉정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밀당이다. 


밀당에 대한 짧은 정의 

    밀당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짧은 용어 정리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밀당은 서로의 마음의 무게를 비슷하게 맞춰가는 노력이다. 밀기 관계에서 거리를 둬서 나에게 조금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고, 당기기관계의 거리를 좁혀서 둘의 마음이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러니 밀당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상대를 길들이거나 조종하는 행위가 아니다. 관계 안에 들어왔다면 두 사람은 어떻게든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 명이 절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거나 권력을 가지고 상대를 지배하는 관계라면 건강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만두는 게 옳다. 그런 관계가 아닌 경우에, 나와 다른 사람과 균형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관계의 지혜를 이야기하는 것을 '실용 밀당의 기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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