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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Sep 16. 2021

라떼는 말이야공중전화라는 게 있었다고!

<D.D.D> 김혜림

    김혜림은 1989년 데뷔해서 DDD로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신인상을 받은 가수이다. 1991년 생인 내가 이 가수를 알게 된 건 사소한 우연이었다. 어느 날 일하는 곳에서 라디오를 듣는데 너무 섹시하고 멋진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옆에 있던 선배에게 "이 가수 목소리가 너무 좋은데! 혹시 누군지 아세요?"라고 물었고 40대 후반이었던 선배가 얼떨떨하게 김혜림이라고 알려줬다. 


    그날 저녁 집에서 폭풍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김혜림이라는 가수의 섹시한 목소리뿐만 아니라 시원시원한 웃음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영상으로 남은 김혜림의 젊은 시절이 얼마나 반짝이고 아름다운지! 


      D.D.D라는 노래 제목이 공중전화 끊을 때 뚜-뚜-뚜-- 소리 나는 걸 의미한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공중전화를 모를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학교에 공중전화가 있었다. 비 오는 날에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데리러 와줘."라고 하면 엄마는 "알아서 와."라고 대답했다. 전화기에 100원을 넣으면 70원에 전화를 걸게 되고 보통 통화는 빨리 끝나니까 남은 20원 정도를 뒷사람이 쓰라고 전화기를 옆에 두고 나오곤 했다. <응답하라 1994>를 보면 공중전화에 줄을 길게 늘어서서 차례를 기다렸는데 요즘에는 초등학생들도 다 스마트폰을 쓰니까 공중전화는 역사의 유물이 되어 버렸다. 


    옛날 노래가 좋을 때가 많다. 아마 지금 시대의 문화에서 채워지지 않는 감성을 채우려고 다른 시대로 건너가기 때문인 것 같다. 대중가요로도 안되면 클래식으로 가는 거겠지? 다양한 음악과 문화를 즐긴다는 것은 사람의 내면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인간의 창의력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면 대중예술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사고와 감상으로 만들어 낸 예술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러니 미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는 동시대의 시대상황을 이해하는 게 좋다. 1989년 그때는 어떤 시대였을까?


    1989년이면 우리 부모님이 아직 연애를 하던 때이고 아버지가 군에서 제대한 후 알프스 등정을 갔을 무렵니다. 1989년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노태우였다. 1989년 6월 4일에 중국 베이징에서 계엄군이 천안문 시위를 유혈 진압했다고 한다. 1989년 MBC에는 19년간 방영되었던 드라마 <수사반장>이 끝났다. 1989년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독일이 통일되던 해이다. 독일에서 온 교수님은 그날을 회상하시길, TV를 보면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순간 동독 사람들이 물소처럼 달려들어서 슈퍼마켓을 덮쳤고 물건들을 다 쓸어가는 것을 망연히 바라보셨다고 한다. 


    1989년에 학창 시절을 보냈던 세대에게 김혜림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가수이듯, 나의 시대에는 샤이니나 소녀시대가 추억의 가수였다. 지금 청소년들에게 추억의 가수는 요즘 나오는 아이돌들이겠지? 블랙핑크나 방탄소년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그 시절의 상징처럼 남아있는 가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서 지금 현재는 매 순간 과거가 된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 젊음, 아름다움이 언젠가는 과거가 되어 먼지가 덮일까 싶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영상으로 남은 김혜림은 정말 빛이 나고 아름답다. 이 영상에 "젊음이란 참 빛나는구나."라는 댓글이 있었다. 문득 지금 이 순간 나의 젊음도 빠르게 과거가 될 것을 깨닫는다. 시들기 전에 나의 젊음을 영상으로든 사진으로든 남겨 놓고 싶다.


https://youtu.be/Gcg9 cwvdB6 Y

<D.D.D>-김혜림

그대와 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기에 

전화 다이얼에 맞춰 난 몰래 그대를 부르네 

속삭이듯 마음을 끄는 다정한 그 목소리 

언제 들어봐도 왠지 두 눈엔 이슬만 맺히네 

더 이상 이제 나는 기다릴 수가 없어요 

마지막 동전 하나 손 끝에서 떠나면 

디디디 디디디 혼자서 너무나 외로워 

디디디 디디디 가슴만 태우는 그대여 


그대와 난 이렇게 멀리 헤어져 있기에 

전화 다이얼에 맞춰 아쉬운 마음을 전하네 

아련하게 나를 부르는 그대의 그 목소리 

언제 들어봐도 왠지 마음만 조급 해지네 

더 이상 이제 나는 기다릴 수가 없어요 

마지막 동정 하나 손 끝에서 떠나면 

디디디 디디디 혼자서 너무나 외로워 

디디디 디디디 가슴만 태우는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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