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가 아니어도 일은계속한다.

재능과 욕구의 컬래버레이션

by 구름조각

난 일하기를 좋아한다.

일하기를 마냥 싫어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타입은 아니다. 코로나 시국에 꼼짝없이 집에서 나와 휴가를 보낸 이모 말로는 내가 잠시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난 의식하지도 못했으나 끊임없이 뭔가를 치우고, 만들고, 운동하고, 정리하는 중이었던 거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다들 제발 좀 쉬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해서인지, 내 몸 어디 하나가 고장 나서야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 아버지는 나와 등산을 한번 하더니 처음에 너무 진을 빼는 버릇이 있다고 단박에 간파하셨다. 처음에만 의욕적으로 움직이다 중간에 금세 지쳐버리는 버릇은, 내 공부든 일이든 연애든 모든 분야에서 나를 지독하게 따라다니고 있다.


거기다 여기저기 호기심이 많은 탓인지, 여러 일을 벌이느라 30대 초반이 되도록 안정적인 밥벌이를 한 적이 없다. 마음에 드는 일은 월급이 적었고, 월급이 좀 된다 싶으면 일이 많아 몸이 상했고, 내 일을 하자니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지금은 집에서 제철 토마토로 소스를 만들고, 햇마늘을 한 상자 다듬는 등 집안일을 하며 하루하루 직장인에 버금가게 살고 있다만. 이것도 내 돈을 버는 일은 아니니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게 남 좋은 일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내가 노력해도 직원인 이상은, 내가 재주를 부리면 사장이 덕보는 관계다. 반면에 내 일을 하게 되면 너무 고민이 많고 내 몸을 갈아 넣어 그 일에 매달리게 된다. 그러고 나면 너절한 몸뚱이와 스트레스성 탈모만 남는 것이다.


늘 결과가 그렇게 되니 일 자체에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심하게 말해서 돈을 버는 행위 자체는 나의 시간과 건강과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돈과 교환하는 것에 그치고. 그 돈을 또 순간의 만족을 얻고, 아픈 곳을 치료하고, 힐링이랍시고 소비생활에 탕진해 버리니 아무리 봐도 일하는 게 손해인 것 같다.


난 이렇게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자본주의의 사이클에서 혼자 동떨어진 고장 난 나사가 되는 것일까.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어렸을 땐 진로 고민을 하면서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와 같은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때는 사회경험이 없는 10대에 불과했으니 혼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 봤자 뾰족한 수가 나오진 않았다. 그러고 20대의 좌절의 경험을 하고, 사회의 맛을 좀 본 후에 30대가 되니 이제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감이 좀 온다.


일단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라는 선택지가 두 개뿐인 상황에서는 잘하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돈을 벌려면 일단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남의 눈에도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남을 만족시키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렇게 번 돈으로 나를 만족시킨다. 사회에서는 만족감과 돈으로 상호 교환을 하는 셈이다.


그러니 상대가 고객이든 사장이든 난 그를 만족시킬만한 결과를 내야 하고, 내가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상관이 없다. 속으로 욕을 하든 머리를 싸매든 일단 그럴듯한 결과를 낼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해서, 잘하는 일을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좋아하는 일이어도 자꾸 남이랑 비교가 되고, 실력 안 늘면 주눅 들게 되는데, 잘한다고 자꾸 칭찬받고 그게 쏠쏠하게 돈이 되면 좋아하게 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욕구와 재주의 상관관계

직업 선택에 대해 좀 더 근본적으로 고민해 보면 모든 사람에게는 근원의 욕구가 있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 양상이 달라도, 그 욕구가 모든 행동의 동기가 되는 것이다. 보통 근원적 욕구는 하나이고 그게 한 사람의 전체 인생의 주제가 된다.


예를 들어 재물에 대한 욕구가 강하면 어떤 일을 하든 돈을 많이 버는 방향으로 성장한다. 재물욕이 근본이라면 직업이 약사를 해도 중국인들 상대로 관광상품처럼 한국 영양제를 팔아 크게 버는 것이다. 교사든 공무원이든 상관없이 연봉이 높은 학원의 스타강사가 되려 하거나, 공직에 있는 권력으로 크게 한몫 챙기려고 하는 행동을 한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은 근본적인 욕구에 따라 살아가고, 자신의 욕구를 파악했다면 그것에 어떤 재능이 붙느냐에 따라 가장 만족스러운 직업이 정해진다.


내 경우에는 날 표현하고 싶다는 근원적 욕구에 글쓰기 재능이 붙기도 하고, 그림 그리는 재능이 붙기도 하고, 말을 잘하는 재능이 붙기도 한다. 글 쓰는 재주에 따른다면 기자도 괜찮겠지만, 진정한 욕구에 따른다면 결국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글을 쓰려고 할 것이다. 그림의 길로 간다고 해도 상업적 디자인보단 내 취향을 반영하려 할 것이고, 말을 하더라도 내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으로 끌릴 것이다.


그래서 근본적인 욕구와 재능을 분리해서 생각하면 만족스러운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0대에 구르는 짱돌처럼 여기저기 부딪혀본 결과 나도 잘하는 것이 있고, 방황을 통해 배운 것도 있다. 그동안 나는 다양한 경험에 뛰어들면서 세상에 대한 다방면의 정보를 수집했다. 난 그렇게 내가 보고 경험한 사람, 사물, 환경에 대한 정보를 압축적으로 정리하고, 그 안에서 통찰을 끌어내는 능력을 가졌다. 그렇게 얻은 나의 통찰을 내 방식대로 풀어내는 능력인 셈이다.


그런데 나는 이 재주를 나의 일용할 양식과 교환하는 법은 아직 배우지 못했다.


어떻게 밥벌이를 할 것인가?


나의 가장 깊은 욕구와 재능과 밥벌이가 만나는 어느 지점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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