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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Jun 12. 2022

사랑 없는 여자는 파랑새를 찾는다

러블레스 <파랑새>

    길거리에서 밝게 웃는 사람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이 사람들이 모두 죽어 차가운 주검이 되는 상상을 한다. 태어난 존재는 필멸. 우리 존재는 끊임없이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사람의 목숨은 너무나도 덧없어서 이 땅에 태어난 이유가 있을까 필사적으로 찾는다. 삶의 목적, 내가 해야 할 일, 꿈과 이상 같은 단어들에 과도하게 집착하느라 나는 늘 너무 '진지한 아이'에서 '덜 자란 어른'으로 자랐다. 이제는 현실적인 문제들, 돈이나 안정 같은 것을 추구해도 될 법하건만 나는 여전히 '꿈'을 찾고 '이상'을 찾는다.  


    도무지 태어난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소명이니 콜링(calling)이니 하는 단어로 주어진 일이 있고 쓰임이 있다 하였다. 못내 그것이 부러워 교회도 찾아갔지만 나에게는 하느님의 응답이 없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이신 외할머니께서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절에 급식 봉사를 다니신다.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사람을 살아있게 하고 움직이게 한다. 요즘 젊은 이들은 게으르다는 기성세대의 비판들과는 다르게 늘 '내 할 일'을 찾아다니고 있다. 다만 그것이 의미가 있어 나의 이 허무한 목숨을 가치 있게 만들어 주길 원한다. 누군가의 노예로 살다 가지 않고 내 삶의 목적을 이루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나의 젊음은 시들고 있다. 거울을 보는 매 순간 내가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선고받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라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나의 존재 이유를 찾고 싶다. 그런 생각들에 초조해져서 어느 순간 '생각'들에 압도되고 만다. 


    사랑도 나를 완전히 채우지 못하여 달콤한 연애 속에서도 늘 부족한 공허를 채울 수 없었다. 나는 무엇을 하기 위해 이 땅에 왔는지. 그런 생각들이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깊이깊이 가라앉고 만다.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 허무한 죽음을 맞는 것이다. 부와 명예도 죽음 앞에서는 허무할 뿐이니 무언가를 이룬다면 뭔가 좀 다른 것일 테지. 그것은 사랑인가, 아니면 예술인가. 고뇌가 깊어질수록 제자리에서 맴돌고 나는 또 길을 찾으러 도서관에 간다. 이것이 허무를 견디는 나의 유일한 방법이니. 뜨거운 사랑도 나에게는 반쪽짜리 열정일 뿐이고 결국 돌아오는 것은 '내 삶의 목적'인 것이다. 


    동생은 나의 글에서 '우울'이 묻어난다고 한다. 나는 도무지 '우울'을 느끼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냐고 되묻는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죽을 것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도 어떻게 '우울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동생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구나. 그럼 이 것은 오롯이 나의 짐인 모양이다. 


    사랑이 없는(Loveless) 여자는 파랑새를 쫒는다. 무엇인가를 쫓아 숨이 턱에 차오르고 심장이 쿵쾅거릴 때 살아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무엇을 찾는지가 아니라 찾아 나서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 그렇게 끊임없이 사랑을 찾고 의미를 찾고 목적을 찾는다. 사람들은 돈, 명예, 권력을 목적으로 산다지만 그런 것들은 '갖지 못했을 때 더욱 아름다운 것들'이다. 나는 그 이상의 것을 원한다.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줄 무언가를. 


https://www.youtube.com/watch?v=DpaqNc_VNPc

<파랑새>-러블레스(Lubless)

파랑새를 쫓고 있었어 

잡힐 듯 잡히지 않아 

빛바랜 나의 눈동자 

이미 네 모습은 보이지 않아 


넌 갖지 못할 때 가장 아름다워 

가질 수 없어 아름다운 거야 

낯선 표정을 입고 익숙한 말은 하지 마 

이미 우린 너무 달라져 있는데 


여기 멈춰있고 싶었어 

시간은 내 등을 떠밀어 

흐려진 시야 사이로 

다시 한번만 널 볼 수 있다면 


넌 갖지 못할 때 가장 아름다워 

가질 수 없어 아름다운 거야 

낯선 표정을 입고 익숙한 말은 하지 마 

이미 우린 너무 달라져 있는데 


나는 부서지고 있어 

나는 망가지고 있어 

나는 낡아가고 있어 

나는 부서지고 있어 

나는 망가지고 있어 

나는 낡아가고 있어 


넌 갖지 못할 때 가장 아름다워 

가질 수 없어 아름다운 거야 

낯선 표정을 입고 익숙한 말은 하지 마 

이미 우린 너무 달라져 있는데 


설레던 모든 것들에 무뎌졌어 

난 아직 그 마음 그대로인데 

잊지 말란 말들도 모두 흐릿해져가 

계속 그리워하고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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