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일할 때 떠오르는 생각 모음
여느 카페가 다 그렇겠지만, 스타벅스의 부재료들 대부분이 설탕과 액상 과당으로 만들어진다. 그렇다 보니 고객들에게 음료를 제공하면서도 건강에 좋은 음료를 대접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 오히려 '이 음료가 저 사람의 건강을 망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든다. 나는 달콤한 음료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있는 걸까? 아니면 설탕이라는 물질의 중독성을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얻어내고 있는 기업에 동조하고 있는 걸까?
회사는 고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하지만 나는 그게 늘 거짓말이라고 느낀다.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만들어 준다면 지금보다는 더 건강한 음식과 음료를 만들겠지. 더 까다롭게 재료를 고르고 달고 자극적인 맛보다는 더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맛으로 만들 것이다. 그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내 곁이 오래 머물러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가끔 고객들이 휘핑크림과 시럽을 잔뜩 추가한 음료를 주문할 때면 내가 이 사람에게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주는 것 같은 묘한 죄책감을 느낀다. 한낱 시급제 바리스타가 하기에는 너무 오지랖 넓은 고민일까?
판매 기한이 지난 케이크나 샌드위치, 샐러드를 버릴 때면 기묘한 죄책감이 든다. 특히 케이크를 버리는 건 필수품이 아니라 사치품을 버리는 것 같다. 먹고사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고 순전히 미각의 만족을 위해 설탕과 유지방을 잔뜩 넣고 만든 사치품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치품을 버릴 때마다 한 끼 끼니도 빠듯한 이웃이나 지구 반대편에서 굶주리고 있을 아이들이 생각난다. 어느 한 사람이 사치스러운 풍요를 누리고 있는 동안 어느 한 사람은 최소한의 필요도 채우지 못한다.
지구 반대편의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대학 시절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락 지원을 받아서 살고 있었다. 하루에 한 번 받는 도시락이 그 사람들에게 하루치 식량이었다. 삼시 세 끼를 챙겨 먹고도 중간중간 커피와 케이크로 간식을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아니다. 스타벅스 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파는 음식들은 대부분 달고 기름진 간식들이다. 와플, 크로플, 마카롱, 각종 케이크들은 버터와 생크림에 다량의 설탕으로 만든다. 어떻게든 맛있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하나라도 더 사 먹게 만들려면 가장 쉬운 방법은 달고 기름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음식들을 먹고 살이 찌고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러닝머신을 달리는 동안에도 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동 급식지원 카드는 1식에 7000원을 지원해주고 스타벅스에서는 7900원짜리 케이크도 판매한다. 인생은 너무 불공평하고 식탁에서 가장 절절하게 불공평을 체감한다.
종이 빨대를 재활용 쓰레기 통에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눅눅한 종이 빨대는 재활용할 수 없어서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것이 맞다.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종이가 플라스틱보다 좀 더 빨리 썩는다는 것뿐이다.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서 고통스러워하던 바다거북 동영상이 뜨고 나서 종이 빨대 등장했다. 종이 빨대는 커피에만 담가놔도 금방 흐물거리니 바다거북의 코에 꽂힐 일은 없을 것이다. 대신 종이빨대가 눅눅해지지 않도록 바르는 코팅액과 나무를 베어 종이를 생산하는 것이 더 많은 환경 파괴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차라리 금속 빨대를 여러번 세척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욱 친환경적이다.
근본적으로는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 개인 텀블러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다. 그러나 매장에서 일하면서 보는 거의 대부분의 고객들은 투덜거리면서도 종이빨대와 일회용컵을 사용한다. 최근엔 법이 바뀌어서 일회용컵을 매장내에서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매장용 컵으로 마시다가 나갈땐 남은 음료를 일일히 일회용컵에 옮겨주고 있다. 마감할 때 쓰레기 통에 남은 일회용 쓰레기는 많이 줄었지만 실제로 일회용컵 사용량이 줄었는지는 모르겠다. 주문할 때 일회용컵을 선택하는 것은 통계로 파악이 가능하지만, 매장에서 마시다가 일회용컵에 옮겨가는 것은 집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일 유통기한이 지난 시럽이나 내부 품질 기한이 지난 소스들은 가차 없이 폐기한다. 위생과 품질을 생각한다면 마땅한 조치다. 그런데 문득 매일같이 하수구에 버리는 이 시럽과 소스들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다. 대한민국에만 스타벅스 매장이 1천639개가 있고 전 세계에는 3만 4천317개의 매장이 있다.(2022년 1분기 기준) 한국의 매장과 전 세계의 매장을 다 생각해보면 매일 엄청나게 많은 재료들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원두, 시럽, 소스, 우려낸 티와 커피들이 하수구로 흘러간다.
뿐만 아니라 커피는 존재 자체로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 커피나무의 재배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비료, 기계화된 커피 수확과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생산국에서 소비국으로 선박과 항공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탄소배출이 발생한다. 스타벅스의 커피 또한 남미와 중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국가에서 재배한 원두를 미국의 로스터리까지 운송해 로스팅한 후 다시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으로 보낸다. 로스팅이란 작업 자체가 원두 콩을 볶은 과정이기 때문에 여기서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영국의 유니버시티 런던 칼리지 연구팀은 커피 1kg당 탄소 배출량을 15.3kg으로 추정했다. 이는 치즈 1kg을 생산하는데 발생되는 탄소배출량 13.5kg보다 높은 수치이다. 한해 커피 생산량을 고려하면 연간 1억 4천만 톤의 탄소가 배출된다.
내가 의문을 가지는 것은 전체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커피를 사들이고 전 세계에 판매하여 소비자들은 손쉽게 커피 음료를 구매해서 마시는 이 거대한 커피 산업의 구조 자체가 수없이 많은 자원의 낭비를 촉진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고객님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스타벅스 매장에는 매일 같은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방송을 들을 때마다 머릿속에 의문이 떠다닌다.
지속 가능한 것은 이 거대한 커피 제국의 영광일까? 아니면 벼랑 끝에 선 지구의 환경 일까?
출처 및 참고 기사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07056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180711/90994595/1
https://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5/06/202105060202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