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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Oct 09. 2022

그대, 우울해도 괜찮습니다.

밍기뉴가 보내는 편지 <나의 모든 이들에게>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많이 우울하고 힘들다는 말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는 여느 사람과 같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라고 말했다. '긍정적'이라는 단어에서 거대한 벽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슬프고 우울하다고  때에 누군가가 와서 "긍정적으로 생각해."라고 말하면 되려 화가 난다. 나는 지금 슬프고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긍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거나 다른 감정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 어떻게 긍정이   있을까?  침묵 뒤에 이렇게 답했다.  


"나는 지금 슬프고 우울해. 그렇지만 감정은 저절로 오르내리고 지금 이 어두운 시간을 지나면 무언가 깨달음이 있을 수 있어. 나는 지금 내 감정을 존중하고 싶어. 너에게 이 감정을 말할 수 없다면 혼자 시간을 보낼게."


그렇게 관계를 단절하고 혼자가  시간 속에서 충분히  감정을 느낀다. 타인은  감정을 온전히 이해할  있는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도 없는 관계라면, 우리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친밀한 관계를 들어야 할까? 나의 연약함을 드러내고 받아들여 없다면 굳이 관계에 얽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


    우리가 가까운 사람에게 '공감'을 기대할 때는 그가 나와 같은 감정을 가져주길 바라서가 아니다. 내가 아플 때 같이 아파하거나 슬플 때 함께 슬퍼하길 바라서가 아니다. 그저 가까운 사람이 내 감정을 알아주고 여전히 함께 한다는 안도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네가 우울하고 슬퍼해도 나는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라는 무언의 약속이 '공감'인 셈이다. 그리고 이 공감이 상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도 상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되어준다. 그러니 공감의 표현이 굳이 상대방과 같은 감정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울어줄 수 없어도 우는 사람의 곁에서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


괜찮아.
 지나갈 거야.
내가 옆에 있을게.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아야 하듯 감정이 인격이 되어서도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격으로 착각하는 일이 잦은  같다. 슬퍼하는 사람을 보면 '얼굴에 그늘진 사람'이라고 하고 우울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 어두운 사람'이라고 낙인찍는다. 즐겁고 행복한 사람은 환영하면서 우울하고 슬픈 사람은 거부한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슬픔을 위장하고 우울을 숨기려고 한다. 슬프고 우울한 사람을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병들어 가는 이유는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도 버림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분노를 참고, 슬픔을 위장하고, 우울을 숨기다가 모두 마음의 병을 앓게 되었다.


    인생에는 희극도 있고 비극도 있다. 우리의 감정도 기쁨과 슬픔이 함께 하기 마련이다. 기쁨의 뒤에는 슬픔이, 슬픔의 뒤에는 기쁨이 따라온다. 더 이상 감정에 부정적이나 긍정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지 않다. 감정은 그저 감정일 뿐이고  의지와는 무관하게 생겨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니 슬퍼하는 사람에게 제발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지 않아 주면 좋겠다. 차라리 충분히 슬퍼하고 나면 지나갈 거라고, 네가 아프면 함께 있을 거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그런 소망을 만난  없는 가수의 노랫말이 들어준다. 그대, 우울해도 된다. 아파해도 된다.


    밍기뉴의 <나의 모든 이들에게>의 가사는 '듣고 싶었던 말'의 모음 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우울하고 힘들 때 누가 해주길 바랐던 말을 자신처럼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해주기 위해 <나의 모든 이들에게>라고 제목을 붙인 것이 아닐까. 찬찬히 가사를 읽어보면 소중한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 같아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삶을 긍정한다는 것은  안에서 좋은 것만 받아들인다는 것이 아니라 나쁜 것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슬픔도 기쁨도  모든 것이 나를 흔드는 바람 같은 것이니. 기쁨은 긍정적이라고 반기고 슬픔은 부정적이라고 밀쳐낼  없는 것이다. Amor Fati(운명을 사랑하라),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삶에 희극만 있을 수는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Y18kY_HWFAE

나의 모든 이들에게 -밍기뉴

우울해도 돼 다 괜찮아질 거야

슬퍼해도 돼 다 지나갈 거니까

말해줘도 돼 너의 비밀 같은 것  

내가 다시는 안 아프게 해 줄게

네가 아픈 것 다 이해할 거야

네가 슬프면 내가 달려갈게

네 마음에 어떤 상처 있어도

내가 마음먹고 낫게 할 거야


우울하면 내게 달려와

슬퍼지면 내게 달려와

우울하면 내게 달려와

다 새까맣게 까먹을 수 있게 해 줄게  


아파해도 돼 금방 나아질 거야

쉬어가도 돼 너무 달려왔잖아

원망해도 돼 네게 상처 준 것들

내가 다시는 혼자 두지 않을게

네가 아픈 것 다 알아줄 거야

말 안 해도 내가 알아채 줄게

네게 날카로운 가시 있대도

내가 마음 열어 사랑할 거야


우울하면 내게 달려와

슬퍼지면 내게 달려와

우울하면 내게 달려와

다 새까맣게 까먹을 수 있게 해 줄게


다 새까맣게 까먹을 수 있게 해 줄게

다 새까맣게 잊고 살아가게 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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