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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Dec 17. 2022

줄줄이 코로나

코로나 블루의 기록 Day3

    아버지에 이어 동생까지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 사람은 격리를 한다 쳐도 고양이는 이방 저 방 옮겨 다니니 코로나 바이러스도 함께 옮아간 듯하다. 고양이가 코로나를 이해할 수는 없다. 방 앞에서 애처롭게 울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하면 마음이 약해진다. 가족들의 상태를 확인하기라도 하듯 고양이는 평소보다 더 이방 저 방 기웃거리고 있다.


    환자가 세 명이니 누군가의 보살핌을 기대하긴 힘들다. 그런 와중에도 집안일은 계속 늘어나니 조금이라도 기운 있는 사람이 집을 정돈하고 죽을 끓인다. 배달음식을 먹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조금이라도 만든 음식을 먹어보려 한다. 참기름에 식은 밥을 넣고 물을 부어 죽을 끓인다. 새우살을 조금 다져 넣고 계란을 풀어 끓이면 먹을만한 환자식이 된다. 


    목이 많이 부어서 침도 삼키기 힘들기 때문에 식사 시간이 굉장히 길어졌다. 죽이라도 몇 번씩 입안에 굴려 간신히 삼킨다. 라면이나 김치 같은 자극적인 음식도 못 먹고 좋아하는 커피도 못 마시면서 강제로 디톡스가 되는 것 같다. 커피를 좋아하고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커피는 늘 묘하게 나에게 죄책감을 안겨주는 음료다. 커피를 생산하고 만드는 과정에서의 윤리적 모순과 환경오염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카페인이나 우유가 몸에 주는 영향 때문이다. 카페인이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카페인을 끊어야 수면장애가 개선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면서도 끊지 못하게 만들어서 감히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고 불렀던 것이 아닐까?  


    한때 강한 식이 조절을 한 적이 있다. 육류와 유제품, 단순당을 먹지 않고 100일 정도 몸의 변화를 관찰했다. 흰쌀밥, 흰 빵, 설탕, 액상과당, 각종 시럽 등을 끊고 육류 섭취도 줄이지 살이 쭉쭉 빠졌다. 음식을 제한하고 몸을 관찰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우리의 몸은 정교한 기계와 같아서 무엇을 연료로 넣으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가 된다. 사실 몸이라는 것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와 같았다. 식습관과 직업적 특징, 생활 습관, 운동량 같은 것들이 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이가 들수록 이 차이가 더 강해진다. 


    몸에 좋은 것들을 이것저것 챙겨 먹는 것보다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을 끊어내는 것이 건강한 몸을 만드는 길이라면, 우리 정신은 어떨까?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 중에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구분해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스마트폰이 개발되고 매 순간 인터넷에 접속해 원하는 정보는 뭐든 얻을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그 안에서 정말로 쓸모 있고 중요한 정보는 몇이나 될까? 스스로도 매일 스마트폰을 보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얻는 정보들의 대부분은 토해내고 뱉어내야 할 상한 음식들 같다.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없는 자극적인 정보들은 물론이고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기사거리까지. 거기다 온갖 욕망으로 점철된 광고는 어떠한가. 멋지고 아름다운 모델들이 유혹하는 허영의 세계. 나의 욕망이 향하는 곳을 정확하게 알아내 광고를 띄우는 치밀한 맞춤형 광고까지. 알고 싶지 않았던 허영의 세계가 나를 점점 지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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