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야...함께 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코로나 외전은 한창 코로나로 인한 집합금지 명령이나 사적모임 인원제한이 있던 시절의 이야기다. 다행히 지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되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진상 유형은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정확히는 마스크를 안 쓰고 온 게 문제가 아니다. 이 60대의 남자 고객은 마스크도 안 쓰고 당당히 카페에 들어와선 아무거나 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당연히 '고객님 마스크 착용해 주세요'라고 안내했지만, 그는 코로나가 가짜라느니 백신은 맞으면 안 된다느니 하는 음모론을 설파했다.
되도록 이런 인간이랑은 엮이지 않는 게 좋다. 그러나 정말 기분이 나쁜 부분은 지금부터다. 남자 파트너가 와서 '고객님 마스크 착용해 주세요'라고 말하니 이게 웬걸, 순순히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쓰는 게 아닌가! 그 남자파트너와 내가 덩치도 비슷한데 이게 무슨 태세전환? 여자 말은 개무시하고 남자 말은 듣는다 이건가?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8236722&code=61121211&sid1=co
최근에는 이런 기사가 났다. 카페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는 중년 남성이 있었고 여자 직원이 테라스는 금연 구역임을 안내했다. 그러자 저 남자는 마시던 커피를 던지고 소리를 지르면서 '신고해 봐!', '어디 잘 치워봐!'라면서 조롱했다더라.
남자들 앞에서만 온순해지고 여자들, 특히 젊은 여자들 앞에서만 날뛰는 남자 고객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런 야만인의 에티튜드가 필요하다.
"문명인들은 예의 없이 지껄여도 두개골이 쪼개질 염려가 없기 때문에 훨씬 더 무례하다."
-코난 더 바바리안-
그때는 집합제한 인원이 6명이었다. 그러니 5명까지만 매장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리지어 들어오는 고객들이 보이면 목청껏 소리 질러야 했다. '고객님 몇 명이세요?' 6명 이상 인원이면 아예 매장 출입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은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고객님 몇 분이세요?"
"우리 7명이요."
"죄송하지만 6명 이상은 매장 이용 안되세요."
"그냥 테이블 나눠서 따로 앉으면 안돼요?"
"5명까지만 가능하고 6명부터는 매장 출입 자체가 안돼요. 죄송합니다."
응대가 끝난 후 다른 손님들 주문을 받고 있었는데, 아까 봤던 중년 여자 고객이 주문을 하려고 왔다.
"고객님 아까 일행이 7명이라고 하셨지 않아요?"
"아, 2명은 집에 갔어요."
"네, 그럼 주문 도와드릴게요."
"벤티 사이즈 아메리카노 따뜻하게 4잔만 주세요."
그렇게 4잔의 아메리카노를 받아간 고객님은 2층으로 올라갔고 곧 다른 일행이 내려와 머그컵 3개를 부탁했다. 그때 발동한 촉.
아까 들어올 때는 7명이라고 했는데
주문할 때는 5명이라고 하더니,
음료는 4잔만 시키고
빈컵은 3개 받아갔다?
이거 수상하기 짝이 없는데? 과연 올라가 보니 7명이 옹기종기 모여 아메리카노 4잔을 7잔으로 나눠 마시고 있었다. 그때 느꼈다. 거짓말도 똑똑해야 한다는 것을.
한창 2차 백신을 맞을 때는 출입 인증을 한 뒤에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는 기록을 확인해야 했다. 근데 출입 인증은 QR코드로 한다지만, 백신 2차 접종 인증은 파트너가 일일이 확인해야 해서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출입 인증만 하고 2층으로 올라가는 손님을 붙잡아 백신 접종 인증서를 확인해야 했고, 매번 매장에서 마시고 갈 건지, 인원은 총 몇 명인지 확인해야 했다.
그날은 점심시간에 사람이 많아서 1층에 음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1명이 음료 4잔을 주문하고 매장에서 마시고 간다고 했다. 그럼 백신 2차 접종 인증서를 확인해야 한다고 하니, 다른 3명은 이미 2층에 올라갔다고 말했다. 일행을 기다리기에는 워낙 사람이 많아 음료를 받을 때 파트너에게 확인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한창 정신없게 일하는데 포지션이 바뀌었고 내가 음료를 전달하는 위치에서 일하게 되었다. 마침 아까 주문받았던 고객이 와서 음료를 받아가려 하길래 직접 백신 접종 인증서를 확인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고객님 음료 4잔 나왔습니다. 들어오실 때 QR코드 찍으셨죠?"
"네"
"그럼 백신 접종도 보여주셔야 돼요."
"......"
"고객님? 백신 접종 인증서요."
"......"
갑자기 입을 딱 다물어 버린 고객은 내 눈을 피했고 고객을 잡으려 했지만 순식간에 쟁반을 들고 가버렸다. 그때는 음료 대기 인원이 40명을 넘어가고 있었고 일단 밀린 주문을 먼저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0여 분 후 2층 매장에서 사라진 고객을 찾아서 다시 물었다.
"고객님, 아까 백신 2차 접종 확인을 안 하셨는데 지금 보여주시겠어요?"
"......"
"고객님, 주문받을 때 백신 접종 안내받으셨죠?"
"......"
4명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딱 다물고 내 눈을 피했다. 변명도 아니고 묵묵부답으로 무시하니 별 다른 방도가 없어 내 가슴만 답답해졌다. 더 황당했던 건 그 4명의 목에 공무원증이 달려 있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방역지침을 몰랐을 리도 없는데 대답도 안 하고 직원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동에 인내심이 닳아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당시 함께 일했던 점장님은 백신 인증서 확인하려다 파트너와 고객이 싸워서 경찰이 출동한 일도 있다며 되도록 고객과 싸우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에 냉정한 대처를 할 수가 없었다. 하... 공무원증 이름을 외워서 민원을 넣었어야 했는데...... 좋은 방법은 꼭 나중에 떠오르더라.
스타벅스 진상열전을 쓰면서 더 많은 사건 사고들이 떠올랐지만 여기까지만 쓰고 싶다. 여자 내복 입고 매장을 활보하던 남자 고객, 쟁반을 핥고 있었던 고객, 라떼가 맛없다고 소리지르던 고객 등등..... 자극적인 사건들은 많았지만 더 이상 그들을 생각하고 묘사하는 것에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 글과 함께 스타벅스 진상열전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