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본 귀여운 손님
아기를 볼 때마다 어떻게 이 작은 몸에 심장도 있고 간도 있고 콩팥도 있는 건지 놀랍다. 쪼그만 몸통에 짧은 팔다리가 바둥거리는 것도 신기하고 온갖 것들에 호기심이 넘치는 초롱초롱한 눈빛도 신기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가들을 보면서 마음이 녹아내릴 때마다 깨닫는다.
'내가 요즘 사는 게 고단한 모양이야...'
이번엔 현실에 찌든 스타벅스 직원에게 짧은 행복을 준 아기 손님들 에피소드는 모아봤다.
앞으로 매는 아기띠
육아는 장비빨이랬나? 아기를 데리고 오는 부모들은 다양한 장비를 가져오는데 왠지 자동주차 기능도 있을 것 같은 유모차도 있고 아기를 백팩처럼 맬 수 있는 아기띠도 있다. 그중에 특히 귀여운 것은 앞으로 매는 아기띠인데, 이 아기띠를 맨 사람이 주문을 하러 오면 아기랑 눈을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세상 어리둥절한 아기랑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귀여워서 웃음이 터질 것 같은데 그 와중에 주문을 받아야 하니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이 아기는 생전 처음 보는 카페에다 생전 처음 보는 내 얼굴이 무섭지도 않은지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었다. 그럼 주문이고 뭐고 아기랑 둥가둥가 하면서 우르르 까꿍이라도 해주고 싶다.
말괄량이 삐삐 머리
이런 머리 본 적이 있을까? 높게 올린 양갈래 머리에 촘촘히 컬러 고무줄을 묶어서 말괄량이 삐삐 같은 아기들 머리. 한 여자 아이가 이 머리를 하고 매장에 들어오는데 귀여워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세상에... 어머니, 아기가 너무 귀여워요."
"감사합니다."
8세 미만 어린이의 귀여움은 온전히 엄마의 노력 덕분이다. 이렇게 머리를 묶어준 것도, 아이가 그늘 하나 없이 말간 웃음을 짓는 것도 엄마의 사랑 덕분이다. 그러니 당연히 칭찬은 아기가 아니라 엄마를 향해야 하는 거다. 삐삐 머리를 하고 매장 안을 총총 걸어 다니는 아기 덕분에 힘들었던 하루가 잠시 밝아진 듯했다.
예전에 빵집에서 일할 때는 크기가 작은 거북이 빵이나 갈라져서 못 파는 쿠키들은 한 곳에 모아뒀었다. 그러다 귀여운 아기 손님이 오면 하나씩 꺼내서 손에 쥐여주곤 했다.(물론 점장님 허락하에) 나는 대체로 아이들을 귀여워했고, 아이들도 대가 없는 호의를 받으면 행복해했다. 요즘에는 아이들을 귀여워하는 것도, 간식을 쥐여주는 것도 조심스러워서 많이 표현할 수 없는 게 아쉽다.
한때 노키즈 존이 생겼지만 이제는 차차 없어지는 추세인 것 같다. 대신 케어케즈존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더 신경 써달라는 취지의 카페 규칙이 알려지고 있다. 아기들은 죄가 없고 늘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이들의 보호자가 매너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카공족 금지라거나 60세 이상은 거절하는 노시니어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정 연령대나 특정 집단을 거절하는 것이 차별적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공감이 되기도 한다. ‘차별’이나 ‘혐오’가 되기 전에 ‘예의’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노키즈 존이 슬금슬금 사라지는 것처럼, 문제가 공론화되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면 카공이나 노시니어존도 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