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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May 23. 2023

벙커컴퍼니, 쫌 까리하네?

서울 카페 여행기(4) 벙커컴퍼니 하남점

 경기도 하남에 왔습니다. 이태원에서 출발해 지하철 환승에 마을버스 환승. 말로만 듣던 경기도민들의 애환을 몸소 체험한 것 같아요. 서울까지 출퇴근하시는 경기도민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오는 내내 ‘어쩌자고 차도 없이 이 먼 곳을 무턱대고 찾아가는 걸까… ’ 후회했어요. 그래도 본점에 와보고 싶었거든요.


 벙커컴퍼니라는 브랜드의 대표는 박승규 바리스타입니다. 개인 유튜브 채널 운영도 하고 제가 구독한 여러 커피 관련 채널들에 자주 등장하셨던 터라 이곳에는 어떤 커피를 파는가 궁금했었어요. 확실히 요즘에는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로 브랜드를 자주 노출 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고생해서 찾은 벙커컴퍼니의 첫인상이 꽤나 당혹스럽네요. 여기는 공장인가요?

벙커컴퍼니, 쫌 까리하네?

주소 : 경기 하남시 하남대로 249번 길 16-16

인스타그램 : (주)벙커컴퍼니, 원두납품(문의:DM)(@bunker_company)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홈페이지 : (주)벙커컴퍼니-Make coffee with a bit of a swagger. (bunkercompany.co.kr)

유튜브 : 바리스타 박승규 - YouTube

* 하남점과 압구정점이 있습니다.

압구정점 주소 : 서울 강남구 언주로 167길 23


1. 첫인상-로스팅 공장

벙커컴퍼니 하남은 로스팅 공장입니다. HACCAP인증을 받은 진짜 공장이요. 보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로스팅 과정에는 연기나 먼지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직원의 안전과 위생을 위해 이런 보호복을 준비한 것 같습니다. 여기를 카페라고 생각했던 분들은 꽤 당황스러울 수 있겠어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생두가 쌓여있는 것이 보이고 유리창 뒤로 거대한 로스팅 기계가 돌아가는 것이 보이네요.


 HACCP 인증 기준이란 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의 머리글자로서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이라고 해석합니다.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 가공, 보존, 유통, 조리단계를 거쳐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의 각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소를 규정하고, 이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중요관리지점을 결정하여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식품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체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로스터리 카페에서 원두를 판매할 때 이런 식품위생 기준을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이곳에 오니 커피도 엄격하게 관리해야 식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당연한 말이지만 가공과정에서 변질이나 오염이 생길 수 있고 생산 업체가 원두 품질을 잘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2. 인테리어와 분위기

벙커컴퍼니는 까리합니다. 멋있다는 말로는 잘 와닿지 않네요. 최대한 건들거리면서 찰진 부산 사투리로 뱉어줘야 됩니다.

“와… 쫌 까리하네!”

인더스트리얼 감성의 공간에 힙한 음악, 곳곳에 자부심이 엿보이는 상패나 브랜드 소개가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인더스트리얼 콘셉트의 인테리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실제 공장이니 개연성이 있어서 설득되었다고 할까요?


3. 독특한 브루잉 방식

여기서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슬레이어라는 모델입니다. 디자인이 꽤 고급스러운 에스프레소 머신입니다. 다양한 메뉴 중에 히비스커스와 bunker#3 Winy Berry 에스프레소를 조합한 음료를 맛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방문한 날 #3 원두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판매중단을 했다고 하더군요. 아쉽지만 이곳 바리스타가 추천하는 브루잉 커피를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보통 브루잉 커피는 향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 따뜻하게 마시는 게 정석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아이스 브루잉 커피를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더라고요.

일단 브루잉 방식이야 워낙 다양한 추출 도구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종이필터를 이용한 중력 방식입니다. 별다른 압력을 가하지 않고 물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흐르는 힘을 이용한 방식이라는 뜻이죠. 종이필터를 끼운 드리퍼에 원두가루를 담고 주전자로 물을 조르륵 부어주는 방식이죠. 그런데 벙커컴퍼니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 브루잉 방식을 씁니다. 라마르조꼬에서 출시한 브루잉 머신은 에스프레소 같은 포터필터에 원두를 담고 3 bar의 압력을 하게 추출합니다. 에스프레소보단 적은 압력이지만 일반적인 중력방식 보단 좀 더 압력이 가해지고 종이 필터가 없으니 원두의 지방 성분이 그대로 추출될 겁니다. 집에서 머신 없이 비슷하게 따라 하려면 에어로프레스를 이용해 추출하면 비슷할 것 같아요.

 

 이렇게 추출한 농축된 브루잉 커피를 얼음과 함께 갈아서 얼음잔에 세팅해 줍니다. 그럼 커피와 얼음이 갈리면서 거품이 풍성한 아이스커피가 되는 거예요. 얼음과 에스프레소를 함께 쉐이킹 해서 만드는 샤케라또와도 다른 질감입니다. 커피 거품이 거의 카푸치노의 우유거품처럼 느껴졌어요. 풍성하고 부드러운 거품의 질감을 충분히 즐기고 나면 긴 여운의 향이 남습니다. 딸기 같은 과일과 화사한 꽃향기 같은 뉘앙스에 초콜릿의 단맛이 느껴집니다. 쓴 맛은 하나도 없어서 아이스로 마셔도 부드럽게 느껴져요.


4. 카페의 브랜딩은 차별화

 카페 브랜딩이라고 하면 예쁜 인테리어나 음료를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인스타그램으로 보고 예뻐서 찾아가 보면 생각보다 음료는 평범한 경우가 많죠. 좋은 브랜딩이란 로고를 세련되게 만들거나 SNS노출을 늘리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다른 카페에서는 찾을 수 없는 내 카페만의 차별점을 어필해야 돼요. 그것이 특별한 서비스일 수도 있고 특별한 메뉴일 수도 있습니다.


 벙커 컴퍼니의 커피 한잔이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준 이유는 많은 고민의 흔적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른 카페에서는 팔지 않는, 우리 카페에서만 마실 수 있는 음료를 만들겠다고 여러 고민을 한 흔적이 느껴지는 메뉴 구성입니다. 벙커컴퍼니는 압구정에도 매장이 있기 때문에 하남까지 오기 힘든 서울 거주자들은 꼭 아이스 브루잉 커피를 마셔보세요. 다른 곳에서는 마실 수 없는 독특한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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