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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May 25. 2023

허니와 애크로매틱 커피

서울 카페 여행 (5) 강동구 애크로매틱 커피

 카카오 맵에 가고 싶은 카페를 저장해 놓았어요. 어딜 가든 근처에 갈만한 카페를 찾을 수 있게 말이죠. 가끔 나만 보기 아까운 맵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가보고 맛봤던 메뉴들을 설명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부산 여행을 다녀와서 공유한 맵이 있긴 하지만 글을 함께 공유할 수는 없으니까요.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요?


 누구나 볼 수 있고/제 글을 연결시키거나 설명을 덧붙일 수 있고 /다녀온 사람들도 각자의 의견도 남길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카페 투어를 다니면서 느낀 감상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거든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뚜벅뚜벅 걸었더니 목적지에 도착했어요. 강동구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애크로매틱 커피입니다. 가끔씩은 지도 한 장만 덜렁 들고 보물을 찾는 해적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무모하고 대책 없다는 뜻이죠.

주소 : 서울 강동구 성내로 14길 37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chromatic.coffee.partners/

홈페이지 :https://achromatic.kr/


1. 카페를 고르는 기준

 2022년 기준, 대한민국 이 좁은 땅덩어리에 카페만 9만 9천 개가 있다고 합니다. 그중에 약 90%가 개인카페라고 하니, 과연 커피공화국이라 불릴 만합니다. 다만 너도 나도 뛰어드는 카페시장이 유행에 휩쓸려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쁜 디저트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인스타그램에서 반짝 인기를 끌지만 막상 가보면 커피맛은 그저 그런데다 가격만 비싼 카페들도 많잖아요?

 제 나름대로 좋은 카페의 기준을 설정한다면 일단 커피맛이 좋아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로스터리 카페를 찾는 이유도 '커피콩을 직접 볶는 사장님이라면 커피에 대한 기본 이상의 지식은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직접 생두를 볶아서 원두 납품까지 하는 카페라면 그 커피맛을 다른 사람들도 인정했다는 뜻이니 좀 더 믿을 만하죠.  

 두 번째는 메뉴의 구성입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시그니처 메뉴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면 카페의 기획단계를 엿볼 수 있어요. 사장님이 어떤 카페를 구상했고 어떤 음료를 손님들에게 소개하고 싶은지가 시그니처 메뉴에서 나타납니다. 커피보다 디저트에 주력하는 카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카페에서만 즐길 수 있는 메뉴'라는 것은 카페의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세 번째는 인테리어와 공간의 분위기입니다. 여러 개인카페를 다녀보면 사장님의 취향이나 성품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선곡부터 남다르고, 화초나 도자기에 취미가 있는 분들은 카페 곳곳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장식해 놓습니다.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셔보면 손님에게 좋은 경험을 전달하는 공간인지, 후딱 마시고 빨리 나가라는 공간인지가 느껴져요.


 일단 지금 소개하는 애크로매틱 커피는 위의 3가지 기준에서 좋은 카페라고 추천할 만합니다. 직접 로스팅을 해서 원두 납품도 하시고요. 에스프레소와 특별한 꿀을 조합한 메뉴를 제공합니다. 카페의 공간도 편안하고 언제든지 와서 기분 좋게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느낌입니다. 그런데도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2. 에스프레소 중심의 메뉴

 일단 로스팅 머신은 이지스터, 에스프레소 머신은 슬레이어입니다. 슬레이어는 에스프레소 머신계에서도 하이엔드라고 불리는 머신인데 디자인이 아주 고급스럽죠. 이 머신으로 추출한 싱글 오리진, 중배전, 강배전, 디카페인 에스프레소를 제공합니다. 에스프레소에서 선택의 폭이 넓고 당연히 아메리카노도 싱글 오리진(높은 신맛), 중배 전(중간 신맛), 강배전(낮은 신맛)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3. 허니 소믈리에 잇츠허니(IT'S HONEY!)

 이 중에서 '인퓨즈드 허니 라벤더 에스프레소'라는 메뉴를 선택했습니다. 라벤더 향이 나는 꿀과 조합한 에스프레소 음료입니다. 이 메뉴는 잇츠허니(IT'S HONEY!)라는 브랜드와 협업으로 탄생했는데, 잇츠허니는 국내 유일한 공인 꿀 소믈리에가 엄선한 꿀과 티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라벤더뿐만 아니라 트러플, 페페론치노, 바닐라 풍미의 꿀을 판매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선물세트로 구매하거나, 독특한 식음료 개발의 재료로 이용할 수 있겠네요.

잇츠허니 인스타그램

잇츠허니 스마트스토어

 독특한 탄생 배경이 매력적이긴 했지만 에스프레소의 맛이 너무 강해서 라벤더 꿀의 풍미가 잘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차라리 라벤더 꿀을 따로 내서 고객이 맛과 향을 보고 난 후 에스프레소에 섞어서 마실 수 있게 구성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물 한잔에 에스프레소를 희석해서 마셔보니 뒤에 은은한 라벤더 향이 느껴졌습니다.

4. 다시 와야 할 카페

 이 카페를 방문한 뒤에 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한 카페를 단 한번 방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한번 갈 때마다 에스프레소, 브루잉 커피, 라떼, 시그니처 커피 등을 모두 마셔보는 게 아니라면 이 카페가 가진 매력을 충분히 알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또 그날의 제 기분이나 날씨, 누가 음료를 추출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 게 커피의 맛이니까요.


 애크로매틱은 이런 친구 같아요. 첫인상은 밋밋하지만 왠지 좋은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몇 번 더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요. 이번에 방문한 애크로매틱 커피는 제가 그의 잠재력을 충분히 알아보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또 가보고 싶습니다. 두 번, 세 번째에는 뭔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분명 가까이 살았다면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을 카페입니다. 강동구 사는 분들이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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