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래불평불만이많거든요.

투덜이 스머프의 투덜투덜 타령

by 구름조각

천성이 이런 걸 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 디즈니 만화영화를 보면서 자랐는데 4살이던 내가 엄마한테 물었단다.

신데렐라는 청소도 하고 언니들 심부름도 많이 했는데 왜 백설공주는 아무것도 안 하고 독사과 하나 먹었다고 왕자님이랑 결혼하는 거야?


4살 아이의 냉정한 현실감각에 엄마는 말을 잃었다.


나는 내가 피땀 흘려 내손으로 쥔 것만 내 거라고 믿는 사람이다. 일확천금이나 노력하지 않고 얻는 것은 왠지 다 사기 같아서 일단 의심하고 본다. '저놈이 지금 헛소리를 하는 거 같은데...'라며 아니꼬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솔직히 내가 까탈스럽고 어려운 사람이라는 건 인정한다. 그래도 살면서 사기꾼 하나 정도 만나보면 사람에게 경계심이 생기는 건 마땅하다고 본다. 오히려 속고 또 속아도 속없이 다 내어주는 사람들이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학습능력이 없는 건지 자기 학대의 취미가 있는 건지. 그런 사람들 보면 대부분 교회에 다니던데...

목사님이 말씀하신 '베풀고 사랑하고 아낌없이 나누라는 말'을 충실히 따르고 교회는 그렇게 배를 땅땅 부풀리고 있다. 그 목사 아들은 포르셰 타고 미국의 신학 대학에서 유학하던데, 교회는 호구 양성소라도 되는 걸까? 잘 키운 호구 하나 열 아들 안 부러울 수도 있겠다. 거기다 그런 호구가 수백 명이니 목사와 그 아들의 미래는 창창하다.


어디 교회만 그런 줄 아나? 절이든 어디든 종교단체의 핵심인력은 법당에 앉아있는 스님이 아니라 뒤에서 자발적 노동착취를 당하는 신도들이다. 봉사라는 명목으로 나이 든 할머니들이 수백 명 분량의 공양식을 준비하고 쪼그리고 앉아 설거지를 하는 걸 보면 고개가 삐딱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아까 대웅전에서 기도하던 스님은 잘 쳐봐야 30대 중반의 건장한 남자던데. 그는 뭐 하고 있고 여기 이 노인들이 고생하고 있는지? 뭐... 스님들은 또 나름의 할 일이 있다지만 그들의 불경 공부를 돕는 신도들은 큰아들 고시 공부 뒷바라지하는 어머니 같단 말이다. 그런 큰아들은 고시 합격증이라도 받아올 테지만 스님들이 해탈하는 게 이 할머니들에게 무슨 이익이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번엔 우리 할머니가 다니던 절에서 김장김치를 담가 인근 국군 부대에 기증했다고 하셨다. 절에 다니시는 할머니들은 한창 먹을 나이인 장병들이 함께 나눠먹으라고 떡볶이며 뭐며 바리바리 준비해 가셨다고 하셨다.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불평하나 못하고 군대 끌려와 고생하는 젊은이들은 우리 아들자식 같아서 김장 김치 하나 해주는 것쯤 어렵지 않다. 그런데 왜 거기에 군인가족들이 와서 김치통에 김치를 받아가는 거냐고? 그들은 직업군인으로 일하면서 봉급도 받고 나라에서 집도 주지 않나? 근데 왜 할머니들이 20대 초반 아들 같은 병사들 먹으라고 준 김치에 사단장 가족들이 꼽사리를 끼는 건지 모르겠다. 그럼 또 고까운 생각이 드는 것이다.

너님들은 김장하는 법을 모르세요? 손발이 없으세요?

그것도 한두 포기도 아니고 김치통을 들고 와서 꾹꾹 채워간다니 양심은 김치와 같이 삶아먹은 모양이다.


그 얘기를 하시면서 우리 할머니는 허허실실 김치가 맛있었나 보다 하고 웃으시지만 천성이 투덜이 스머프인 나는 옆에서 분통이 터진다. 에라이. 양심 없는 놈들아.


나는 대체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지만, 이런 걸 보고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으려니 하고 넘어가는 일이 쉽지 않다. 투덜이 스머프같은 내 눈에는 세상이 늘 조금 삐딱하게 보인다. 입이 댓발 나와서 투덜투덜 거리면 꼭 누가 옆에서 좀 긍정적으로 살라고 한 마디 한다. 그럼 난 이 정신나간 세상은 삐딱하게 봐야 제대로 보인다고 말한다. 세상이 요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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